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을 내원한 고양이는 약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설사를 했던 1살짜리 이제 갓 성묘가 된 고양이입니다. 보호자분께서 유기묘를 입양하셨는데, 입양했을 때부터 하루에도 여러번의 설사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설사의 원인이 대장에 있는지, 소장에 있는지 감별하고자 할 때, 보호자분에게 수의사가 묻게 되는 것 중 하나는 하루에 얼마나 자주 설사를 하는지, 한 번 변을 볼 때 얼마나 많은 양의 변을 보는지입니다. 이 환자는 하루에 6번까지 소량씩 지속적으로 물설사를 한다는 히스토리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 대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고양이의 만성 설사는 내원 당일에 진단이 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보통 가장 검사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배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원인이 되는 질환을 진단하게 됩니다. Minimum database 검사로 첫날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를 모두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비용 문제 때문에 가장 쉽게 배제할 수 있는 구충부터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보호자분과 상의 후 일단은 구충 먼저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7월에 첫 내원을 했고, 구충제를 처방 받아가신 이후 재내원을 하지 않으셔서 구충만으로 해결이 된 건가 싶었는데, 12월 초에 보호자분께서 다시 아이를 데리고 설사를 주증으로 내원하셨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7월에 구충제를 먹인 후 변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완전히 정상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동거묘도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했고, 동거묘가 설사를 하면서 아이가 더 심하게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게 보호자분이 다시 병원을 찾으신 이유였습니다.
12월에 아이를 다시 만났을 때는 설사 때문에 항문이 심하게 발적되어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동거묘가 같이 설사를 시작했다는 점이나, 지난번 구충제(펜벤다졸, 메트로니다졸)에 변 상태가 개선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감염성 원인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됐고, 보호자분과 상의 후 분변 PCR 검사를 해서 감염성 요인이 원인이 아닌지 제일 먼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검사 결과에서 지알디아(Giardia lamblia)와 트리트리코모나스(Tritrichomonas foetus)가 양성으로 확인됐고, 둘 중에 설사의 주원인은 트리트리코모나스일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단 트리트리코모나스로 진단이 되면, 좋은 소식은 어쨌든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치료를 하지 않아도 설사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설사를 하면서 살기엔 너무 긴 시간이지만요) 트리트리코모나스는 이 케이스에서처럼 지알디아와 함께 감염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7월에 내원했을 때 아이가 처방받았던 약은 펜벤다졸과 메트로니다졸이라는 약인데, 이 약들은 지알디아를 치료하는 약들이기 때문에 아마 지알디아의 역가가 검사 결과에서 낮게 나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리트리코모나스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자면, 검사 결과에는 Tritrichomonas foetus라고 나와있지만, 2010년 논문에 따르면, 소에서 설사를 유발하는 Tritrichomonas foetus와 고양이에서 설사를 유발하는 Tritrichomonas foetus는 다르다는 얘기가 나왔고, 2013년 논문에서는 고양이의 트리트리코모나스를 Tritrichomonas blagburni로 별도로 지칭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밀하게 구분하고자 하는 수의사들은 최근 고양이에서 설사를 유발하는 트리트리코모나스를 Tritrichomonas blagburni라고 따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foetus를 동의어처럼 쓰고는 있지만요)
분변에서 구강으로(Fecal-to-oral route)로 전파되기 때문에 한 마리가 감염이 된 것으로 확인되면, 동거묘는 격리가 필요하고 화장실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 동거묘도 설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동거묘도 PCR 검사를 진행했지만, 다행히 동거묘는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동거묘의 설사는 식이 조절 이후 개선이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트리트리코모나스의 치료에는 로니다졸이라는 구충제를 사용합니다. 흔히 한국에서 트리트리코모나스의 치료에 고려하는 약물로는 방금 언급한 로니다졸과 같은 니트로이미다졸 계통의 약물인 메트로니다졸이나 티니다졸이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처방이 가능한 메트로니다졸에는 트리트리코모나스가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티니다졸의 경우에도 실험적으로 감염시킨 고양이에서 완전히 트리트리코모나스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논문이 있어서, 치료에 있어 가장 선호되는 약물은 로니다졸입니다.
문제는 로니다졸이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물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에서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약이 유통되지 않고 있고, 그러다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은 약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케이스의 경우, 다행히 아이에게 쓸 로니다졸을 구할 수 있었고, 아이는 정해진 용량과 기간에 맞춰 총 2주 동안 로니다졸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로니다졸은 고양이에서 안전역이 매우 좁은 약으로 고양이에서 과량 투여될 경우 신경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을 복용하는 중간에 보행실조나 발작 같은 신경 증상을 환자가 보인다면 약을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다행히 약을 중단하면 부작용으로 나타났던 증상들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 케이스는 2주 동안 별 문제 없이 로니다졸을 보호자분께서 아이에게 먹여주셨고, 2주 후에는 설사가 완전히 멈췄습니다.
간혹 트리트리코모나스 환자 중에는 무증상으로 감염만 되어 있는 케이스가 있는데, 동거묘가 있기 때문에 로니다졸 치료 이후에도 혹시 트리트리코모나스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확인을 위해 팔로우업 PCR 검사를 진행했고, 다행히 팔로우업 검사에서는 문제가 됐던 지알디아와 트리트리코모나스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습니다.
트리트리코모나스는 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둬도 약 88%의 고양이가 2년 이내(평균 9개월)에 설사가 멈추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치료를 해야하는지, 안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병 중 하나입니다. European Advisory Board on Cat Disease는 현미경 분변 검사(wet mount)와 배양 검사에서 트리트리코모나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임상 증상이 있는 고양이에서는 치료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면, 2017년 JFMS에 나온 리뷰 논문은 PCR 이외의 다른 검사 방법의 민감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서 이 접근법이 너무 보수적인 게 아니냐는 얘길 하고, 국내에서도 보통의 경우 간편함과 민감도 때문에 진단에는 PCR 검사를 조금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무증상의 보균자가 다른 동거묘에게 트리트리코모나스를 전파하는지에 대한 것은 아직 정확히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JFMS 논문의 저자는 감염이 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증상이 없어도 전파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따라서 이런 트리트리코모나스는 감염이 확인되면 치료를 하는 것을 좀 더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케이스에서 팔로우업 검사까지 진행을 한 것이고요)
목욕을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설사 때문에 고생을 하면, 항문에 묻은 설사를 닦아주기 위해 매일 고양이와 씨름을 해야하고, 똥도장을 찍고 다니는 경우도 흔해서 보호자분과 고양이 모두가 고생스럽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고, 가장 빠르게 해결해줄 수 있는 치료를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고양이와 보호자분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