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소개/고양이 아토피 증후군
케이스

고양이 아토피 증후군

고양이의 알러지 질환의 이름이 고양이 아토피 증후군으로 바뀌었다는 얘길 블로그에 썼던 적이 있습니다만, 아토피 증후군을 케이스로 썼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호산구성 육아종이나 천식 같은 케이스로 고양이의 알러지 질환에 대한 소개를 살짝했던 적은 있는데, 증후군(syndrome)으로 포괄적으로 접근했던 적은 없는듯 싶어서 그렇게 포괄적으로 접근하면 어떤 케이스들이 있는지를 써볼까 합니다. (하나의 환자가 아닌 여러 환자가 등장합니다.)

먼저 아토피 증후군은 단순히 피부에 그치지 않고 고양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알러지 질환을 통칭합니다. 2021년 Veterinary Dermatology에 올라온 아토피 증후군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아토피 증후군을 알러지 질환을 포괄하는 용어라고 정의합니다. 고양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알러지 질환으로 꼽히는 것은 벼룩 알러지 피부염(Flea allergy dermatitis), 아토피 피부 증후군(FASS, Feline Atopic Skin Syndrome), 푸드 알러지(Food allergy), 천식(asthma)로 구분합니다. 임상증상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알고리즘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이 표가 고양이 아토피 증후군에 대해 살펴볼 때, 사실상 가장 중요한 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러지는 피부로 나타나기도 하고, 소화기로 나타나기도 하며, 호흡기로 나타나기도 하죠. 증상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피부를 메인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적이 호산구성 육아종(Eosinophilic granuloma complex) 같은 경우, 대표적인 고양이 아토피 피부 증후군의 증상 중 하나입니다. 보통 아래 사진처럼 턱이나 입술 주변에 빨갛게 혹같은 병변이 생기죠.

아토피 증후군의 증상으로 볼 수 있는게 호산구성 육아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좁쌀 피부염(miliary dermatitis)의 경우도 고양이 아토피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는 피부병 중에 하나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을 찾은 환자의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외에 간지러움(소양감) 때문에 긁어서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Face, head and neck pruritus), 그 부분의 털이 끊겨져서 탈모(Self-induced alopecia)가 생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외이염의 경우도 전체 알러지 고양이의 20% 정도에서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고양이가 병원에 내원하면 문진을 통해 평상시 그루밍을 많이 하지는 않는지, 계절에 상관없이 매일같이 간지러워하지는 않는지 같은 내용들을 보호자분께 여쭤봅니다. 이런 히스토리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때 굉장히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런 증상들을 하나, 혹은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고양이가 병원에 내원한다면, 그 때는 알러지 질환에 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호흡기로 증상이 나타나는 천식을 제외한다면 고양이 피부 알러지 질환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벼룩에 의한 알러지 피부염(Flea allergy dermatitis)입니다. 벼룩이 피부에 닿는 경우 알러지가 생길 수 있죠. 두번째는 음식에 의해 생기는 알러지(Food allergy)이고, 마지막은 흔히 아토피라고 알고 있는 환경에 있는 알러지원에 의해 발생하는 알러지입니다. 벼룩에 의한 알러지 피부염이나 음식에 의한 알러지는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아토피의 경우에는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기 때문에 나머지 2가지 질환(혹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다른 질환의 배제를 통해 아토피 진단이 이루어집니다.

가장 먼저 벼룩에 의한 알러지 피부염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피부에서 벼룩이 확인되는 경우, 벼룩에 의한 알러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습니다. 한국에서는 벼룩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국내에서 나온 관련 논문도 있습니다.

한국은 겨울철 기온이 2도 혹은 영하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벼룩이 살기 적합하지 않고, 실내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는 문화 탓에 온돌이 발달했는데,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조해지기 쉽다 보니, 역시나 습한 곳은 좋아하는 벼룩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강아지 고양이에서 벼룩에 의한 알러지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실외 생활을 하는 강아지에 한정되고, 실내 생활을 하는 고양이에서는 극히 드문 질환이 되어 버리죠. 여기에 대부분 실내 생활을 하는 소형견을 선호하는 문화까지 겹치다 보니, 한국에서 진료를 보는 임상 수의사가 벼룩에 의한 알러지를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특히 오늘동물병원처럼 병원이 서울에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알러지가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벼룩에 의한 알러지를 감별진단 목록에서 100% 배제할 수는 없지만, 희귀병(?)이라고 보고 가능성이 몹시 떨어진다고 봅니다. 다만, 벼룩이 없다 하더라도 다른 기생충까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외이염을 유발하는 귀 진드기(Ear mite, Otodectes), 모낭충(Demodex) 같은 것들은 고려합니다. 특히나 보호소나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라면 귀 진드기는 항상 살펴보게 되는 것 중 하나죠. (찝찝할 땐 검사 없이, 레볼루션이나 브로드라인 같은 구충제를 발라버리기도 합니다. 어차피 심장사상충 예방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은 바르는 것이 추천되니까요.)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벼룩에 의한 알러지가 거의 배제되고, 기생충 감염이 배제됐다면, 그 다음에 배제해야하는 것은 음식에 의한 알러지입니다. 음식에 의한 알러지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진단 방법이 동일합니다. (강아지 푸드 알러지에 대해서는 예전에 다른 케이스 리포트로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강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양이는 나이만으로 푸드 알러지 가능성을 알기가 조금 어렵다는 것입니다. 강아지는 생후 6개월령 미만에서 첫 발증을 했다면 푸드 알러지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고양이의 푸드 알러지는 첫 발증 연령에 대중이 없습니다. (고양이는 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단백질원을 이용한 novel protein diet를 하거나, 보통 그보다는 조금 더 쉽고 스탠다드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수분해 처방식을 이용해서 진단을 위한 식이 제한을 합니다.

로얄캐닌의 하이포알러제닉이나, 힐스의 z/d 같은 사료를 8주 동안 급여하죠. 이 기간 동안 다른 간식은 철저하게 금지됩니다. 이 기간을 견뎠더니, 시간이 지나고 소양감을 비롯한 알러지 증상이 사라졌다면, 푸드 알러지라고 볼 수 있죠. 엄밀하게 하기 위해서는 피부가 개선을 보인뒤에 알러지를 유발할만한 일반 사료나 간식을 줘서 challenge diet를 하는 게 맞습니다만, 오늘동물병원의 경우엔 피부가 정말로 좋아졌다면, 굳이 challenge diet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좋아진 상태로 식이 관리를 지속하되, 나중에 다시 간지러워하지는 않는지 정도만 보죠.

8주 동안 간식을 끊고 사료랑 물만 준다는 건, (간식을 좋아하는) 아이도 힘들지만, (간식을 주고 싶은) 보호자분도 힘듭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식이제한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이제한을 하지 않는 한 가지 경우는 환자의 피부 증상이 계절성을 띄는 경우입니다. 환자가 먹는 음식은 1년 내내 변하지 않기 때문에 푸드 알러지는 연중 내내 피부 증상을 보입니다만, 환자에 따라서는 특정 계절에만 간지러워한다든가,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환자가 푸드 알러지일 가능성은 많이 낮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굳이 고생스럽게 8주 식이제한을 하지 않고도, 푸드 알러지가 배제됐다고 보고 바로 아토피를 진단합니다. 혹은 보호자분이 간식을 안 주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식이 없으면 계속 울거나, 침대맡에 와서 보호자분 머리를 솜방망이로 때리는 애들도 있죠. 이런 환자들은 식이 제한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푸드 알러지 감별을 포기하고 아토피 관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단, 이런 경우에는 푸드 알러지가 배제되지 않았다는 걸 차트에 기록해두고, 아토피 관리에 피부 개선이 잘 안된다면, 결국 다시 푸드 알러지를 고려하게 되죠).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거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식이 제한 과정에서 푸드 알러지가 진단이 됐든, 혹은 식이 제한에도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토피(Feline Atopic Skin Syndrome)라고 진단이 가능하죠. 아토피로 진단이 됐다면, 약으로 관리합니다. 알러지 질환은 그게 음식에 의한 알러지이든, 환경이 원인이 되는 알러지이든 대표적인 불치병으로 평생 안고 살아가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관리가 필요합니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얘기죠.

아토피로 진단이 된 환자들에게는 몇 가지 치료 옵션이 있습니다. 고양이 아토피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역시나 Veterinary Dermatology에 2021년 올라온 리뷰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정리한 치료 옵션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보통 루틴하게 가장 많이 쓰는 약은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면역억제제입니다. 강아지의 아토피와 달리 고양이의 아토피는 아직 기전이 (강아지만큼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강아지처럼 아포퀠이나 사이토포인트 같은 약을 쓰지 않고, 좀 더 광범위한 여러가지 기전을 차단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을 사용합니다.

강아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이토포인트(강아지 전용 단클론항체라서 고양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주사입니다)와 달리, 아포퀠은 Janus-kinase inhibitor이기 때문에 고양이에서도 처방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강아지에서 워낙 효과가 좋다 보니 최근 고양이에서 아포퀠을 사용하려는 시도들이 꽤 있었습니다. (논문에도 소개가 되어 있죠.) 아포퀠의 제조사인 조에티스에서 강아지용으로만 허가를 받은 약이기 때문에 고양이에서 아포퀠을 쓴다면, off-the label로 사용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런 경우, 처방을 할 때는 고양이에서는 허가 받지 않은 약이라는 점을 보호자분께 명확하게 고지를 하고 처방합니다.)

1,2년 전만 해도 고양이에서 아포퀠을 사용하는 걸 제조사인 조에티스에서 묵인을 했다면, 최근에는 추천하지 않는 식으로 약간 어조가 바뀌었는데, 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안전 상의 문제는 아닌가 하는 의심들이 있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보호자분의 동의 하에 고양이에게 아포퀠을 처방해본 적이 있는데, 한 번 처방해보니 그 이후로는 처방을 하지 않게 되더군요. 논문들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효과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약값이 과하게 비싸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에서는 강아지에서 처방하는 용량의 2-4배 정도를 써야 하는데, 약 자체가 고가 약물이다 보니 용량이 늘어나면 약값도 엄청나게(똑같이 강아지 약값의 2-4배)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토피가 장기간 관리해야 되는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싼 치료비용은 아무래도 걸림돌이 되죠. 안전성에 대한 담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싼 약물 비용을 합리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대부분의 아토피 환자들에게 사이클로스포린을 처방합니다. 물약으로 처방하는 경우도 있고, 연질캡슐로 처방하는 경우도 있죠. 보통 효과가 좋은 편이고, 초반의 소화기 자극만 잘 견딘다면 별 부작용 없이 먹을 수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치료 반응을 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게 있습니다. 보통 약을 먹이고 2-3주는 되어야 임상증상이 개선되기 시작하고, 4-6주는 지나야 완전히 좋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기간을 보호자분이 견뎌야하죠. (역시나 아토피 관리가 마라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큰 단점은 아닙니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경우에도 나이가 어리고 실내 생활을 하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고양이라면 굳이 혈액 검사 같은 모니터링도 잘 하지 않습니다(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지만 이건 사이클로스포린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이 때문에 하는 검사에 가깝죠).

때로는 사이클로스포린 대신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고양이에서 당뇨를 유발하는 것 외에도 여러가지 부작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이클로스포린을 선호하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토피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천식이 함께 병발한 고양이라든가, IBD가 병발한 고양이들은 어차피 다른 질환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야 하니, 굳이 처방을 복잡하게 가져가지 않고, 스테로이드 하나로 두 질환을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합니다. 관리가 좀 더 심플해지고 약값도 저렴해지죠(스테로이드는 아주 저렴한 약이니까요).

알러지 피부 질환은 수명에 영향을 주는 병은 아니지만, 완치가 어렵고 환자와 보호자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병입니다. 초반에 식이 제한 같은 진단의 까다로움도 있고, 평생 약을 먹어야 될 수 있다는 관리의 까다로움도 있지만, 잘 관리만 된다면, 보호자분과 환자 모두가 나쁘지 않게 지낼 수 있죠. 잘 관리가 된다 하더라도, 중간에 한 번씩 피부가 뒤집어지면서 증상이 악화되는 flare가 있지만,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내가 있다면 알러지 질환이라는 마라톤을 뛰는 것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