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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 급성 설사

좋게 말하면 기본진료, 나쁘게 말하면 잡진료… 조금 있어 보이게 얘기하면 미세진료(?)에 해당하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중한 병은 아니지만, 동물병원 진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간단한 질환들을 얘기하죠. 보통은 수의사가 인턴 때부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진료들이라, 조금만 경력이 쌓여도 큰 고민하지 않고 보게되는 진료들입니다. 이런 진료들은 병 자체가 그리 팬시하지 않은 것들이다보니, 어떤 명확한 컨센서스 가이드라인 같은 게 없어서, 수의사마다 진료를 보는 방식이 달라지게 되기도 합니다. 교과서에 따라서도 치료하는 방법들이 각기 다르게 소개되죠. 수의사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치료법이 나올 수 있는 병이랄까요.

이번 포스팅에선 그런 진료들 중 하나인 급성 설사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처음 부푼 꿈(?)을 안고 개원을 준비할 때는 제가 맨날 종양 환자나 만성 질환 환자들만 진료보게 될 줄 알았는데, 정작 실제로 개원을 하고 보니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건 이런 기본진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이런 기본 진료를 깔끔하게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꽤 많이 하게 됐는데, 급성 설사는 최근의 수의학 트렌드에서도 종종 언급이 되는 부분이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한 것과 오늘동물병원에서 급성 설사를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같이 조합해서 써볼까 합니다.

급성 설사란 어떤 질환을 말하는 걸까요? 급성 설사라는 단어 자체는 갑작스레 설사를 한다는 얘기일 뿐이라, 어떤 병명처럼 들리지는 않아서 많은 보호자분들은 급성 장염 정도로 이해를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의학에서 급성 설사는 의외로 꽤나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데, 24시간 이내에 3번 이상의 묽은 변(=설사)을 보면 그걸 급성 설사라고 얘기합니다. 완전 물설사일 수도 있고, 형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무른 변을 보는 걸 수도 있죠. 혹은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흔하게 보게 됩니다. 강아지가 피설사를 하면 놀라서 병원에 급히 데리고 오시는 경우들이 꽤 있지만, 이런 급성 설사는 보통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3-7일 이내에 알아서 좋아집니다. 조금 오랜 기간 설사를 하는 경우에도 2주 정도면 괜찮아지죠.

알아서 좋아지는 병(이런 걸 self-limiting된다고 합니다)이니 수의사 입장에선 크게 대수로울 게 없지만, 동물 병원 내원 환자의 약 7% 정도가 급성 설사 환자일 정도로 병원을 찾는 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엄청 자주 보는 쉬운 질환이니, 기본진료(잡진료)라고 할만하죠.

멀쩡하던 강아지 고양이가 왜 갑자기 설사를 하는 걸까요? 원인은 다양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경우도 있고, 먹는 것과 관련해서 설사를 하기도 합니다. 갑작스레 사료를 바꿨거나, 평소 안 먹던 간식을 먹었거나 하는 경우에도 설사를 할 수 있죠. 항생제나 소염진통제 같은 약에 의해서 설사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냥 별다른 것 없이 스트레스 때문에 설사를 하기도 합니다. 보호자들과 달리 수의사들은 보통 급성 설사의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데, 이유가 뭐든 간에 급성 설사라면 대부분은 3-7일 이내에 알아서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알아서 좋아지는 병인데, 굳이 구구절절 포스팅까지 써야할 필요가 있나 싶죠. 이 포스팅은 그래서 뭘 한다는 포스팅이 아니라, 뭘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흔히 강아지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급성 설사로 내원하면 가장 흔하게 받는 치료가 뭘까요? 어떤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건 항생제입니다. 흔히 메트로니다졸이라는 항생제를 루틴하게 많이 처방하죠. 항생제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처방하는 약이지만, 수의사들이 급성 설사에서 메트로니다졸을 처방하는데에는 몇 가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메트로니다졸에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anti-bacterial) 작용과 항원충제(anti-protozoal) 작용, 소염 작용(anti-inflammatory)과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anti-diarrheal)의 작용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생제와 항원충제로는 작용하는 게 맞습니다만, 최근들어 소염 작용과 지사제로는 작용이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트로니다졸의 소염 작용(anti-inflammatory, 수의사들이라면 메트로니다졸에 immunomodulatroy 작용이 있다는 얘길 듣습니다)은 실제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논문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1981년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메트로니다졸에는 소염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얘길 하죠. 2011년의 리뷰 논문에서는 메트로니다졸의 면역조절능에 대한 얘길하기는 하지만, 얘기들 대부분이 in vitro(생체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도출된 결과)에서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최근 수의학에서는 메트로니다졸에는 소염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죠.

장내에서 면역을 조절해주고 염증을 줄여줄거라고 생각하고 급성 설사에서 루틴하게 처방했던 건데, 그런 효과가 딱히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사제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얘기도 똑같습니다.

2019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메트로니다졸을 투약한 환자군이 하루 정도 더 빨리 설사가 멈추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지사제로서의 작용이라기보다는 Clostridium perfringens라는 세균을 컨트롤하는 항생제로서의 작용 때문이 아닌가…라는 얘길 하죠. 기껏해야 하루 정도의 시간을 단축해주는 반면, 메트로니다졸을 투약한 환자들의 장내 정상세균총(=대충 유익한 세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은 항생제의 작용 때문에 무너진다는(=장기적으로 환자의 장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2020년 JVIM에 올라온 논문에서는 메트로니다졸을 투약한 환자들의 장내 정상 세균총이 투약 후 4주까지도 세균총의 다양성이나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하죠(=장내의 유익균을 죽여버린다는 얘기). 그동안 설사에는 메트로니다졸이라고 관성적으로 처방했던 것들이 최근에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수의사들이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동안은 수의사의 진료 스타일에 따라서 똑같은 설사 증상이어도 항생제 처방 여부가 달라졌는데, 이렇게 비교적 최근들어 급성 설사에서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것도 가이드라인이 생겼습니다. ENOVAT(European Network for Optimization of Antimicrobial Therapy)ISCAID(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anion Animal Infectious Diseases)처럼 감염병에 처방하는 항생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는 유럽의 학회인데, 이 단체에서 급성 설사에서 항생제를 언제 처방할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줬습니다.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언제 항생제를 처방해야하는지 기준을 세워주는 가이드라인이죠. 이 가이드라인은 항생제 처방에 있어 몹시 빡빡한 기준을 얘기합니다. 급성 설사를 하는 경우 환자군을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는데,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mild/moderate/severe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서 경증(mild disease)이거나 중등도(moderate disease)의 경우에는 혈변을 보든, 보지 않든 항생제 처방이 추천되지 않는다고 얘기하죠. 항생제 투약을 추천하는 그룹은 심한 탈수 상태에서 거의 쇼크 직전인데 수액을 줘도 개선이 잘 되지 않는 경우(혹은 열이 나는) 심각한(severe disease) 경우뿐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설사하다가 패혈증 수준까지 가야 항생제를 처방하라는 얘기죠. 일반적으로 기본진료(?)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설사 환자들이 경증(mild disease)에 속한다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빡빡하게 항생제 처방을 피하라고 얘기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있달까요.


한국적인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한국은 여기서 조금 더 다른 처방을 하는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킹벨린이라는 주사제죠. 최근에는 이 주사제를 쓰는 동물병원이 많이 줄어든듯 싶지만, 과거 메트로니다졸만큼 많이 썼던 게 킹벨린입니다. 병원에서는 킹벨린을 흔히 지사제라고는 얘기하지만, 실제 이 약의 성분을 보면 설파메톡사졸이라는 항생제가 주성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사를 멈추는 효과는 없고, 메트로니다졸 같은 항생제를 주사하는 거랑 마찬가지인 거죠. 항생제라는 것이 보통은 일회 주사만으로 효과를 내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투약이 이루어져서 일정 수준 이상의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회성의 킹벨린 주사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다른 한국적인 특이한 점은 스멕타입니다. 요즘엔 개멕타라고 동물용으로 나오는 제품도 있더군요. 병원에서 포타겔이라고 처방되는 약도 똑같은 약입니다. Smectite라는 성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인데, 이 성분은 미국에서는 Biosponge라는 상품명으로 보통은 말에서 조금 더 자주 처방되는 보조제입니다. 사람에서 지사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강아지 고양이에 외삽된 케이스에 가까운데, 실제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죠. 논문을 찾아봐도 항암 치료 후 부작용으로 설사를 하는 강아지에서 스멕타를 먹이면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 정도의 얘기만 있습니다. 흔히 스멕타이트를 약용 점토(medical clay)라고 하는데, 일종의 흡착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크게 해가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실제 강아지 고양이에서 스멕타이트가 도움이 되는지, 정말 해가 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럼 설사하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병원을 찾았을 때 뭘 해줘야 할까요? 최근의 수의학 경향은 항생제나 지사제를 처방하기보다는 식이적인 방법을 이용해 관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022년 JAVMA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식이 조절이 메트로니다졸 항생제를 투약하는 것보다 설사를 더 빨리 멈춰주더라는 얘기를 합니다.

논문을 살펴보면 소화가 잘되는 식이(highly digestible diet, 보통 소화기 처방식을 얘기합니다)를 줬을 때 설사가 멈추기까지 평균 5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합니다. 소화가 잘되는 식이에 항생제까지 줬을 때는 8.5일, 소화가 잘되는 식이에 식이섬유를 추가했을 때는 5일이 지나야 설사가 멈췄다고 하죠. (항생제를 주면 오히려 설사가 잘 안 멈췄다는 아이러니)

그래서 최근에는 식이섬유를 옵션으로 두되, 가능하면 소화기 처방식을 먹이면서 변이 형태를 잡아가는지를 지켜보는 식의 관리를 하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매번 말하는 비유인데,) 사람으로 치면 속이 뒤집어졌으니 삼겹살 먹지 않고 죽 먹는 거랑 비슷하달까요. 죽이랑 1대1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소화가 잘되는 식이라는 건 어떤걸까요? 보통은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 원료를 이용해 만들었고, 적당한 수준의 단백질 함량, 적당하거나 조금 적은 수준의 지방 함량을 갖되, 약간은 탄수화물의 양을 늘려놓은 식이들을 얘기합니다. 대부분의 소화기 처방식들이 이런 기준을 충족하죠.

설사를 하는 기간 동안은 소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간식을 끊고, 가능하면 소화가 잘되는 처방 사료를 먹입니다. 한번에 많은 양을 주기보다는 소량씩 여러번에 나눠서 주면 소화가 더 편해질 수 있죠. 만약 환자가 다른 처방 사료를 먹고 있거나 하면, 반드시 식이를 바꿔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예컨대 신부전이라면) 기존에 먹던 처방사료에 식이 섬유를 추가해서 도움을 줄 수는 있죠. 설사가 멈추면 다시 원래 사료로 점진적으로 돌아가되, 만약 재발한다면 꾸준히 계속 식이 관리를 하는 쪽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식이적인 접근법 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현재 뚜렷한 에비던스를 갖는 건 딱히 없습니다. 유산균제(=프로바이오틱)도 명확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고, 식이섬유 같은 프리바이오틱도 도움이 된다는 뚜렷한 에비던스가 없죠. 신바이오틱(프로바이오틱 + 프리바이오틱)을 주면 설사가 조금 더 빨리 멈추는 것 같다는 논문이 있지만, 관련 근거가 아주 탄탄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이 논문을 근거로 간혹 ‘약’을 원하시는 보호자분들에겐 이런 유산균제와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간 신바이오틱을 처방해드립니다.)


수의사가 무슨 짓을 하든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좋아진다는 게 급성 설사의 특징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약”인 병들은 뭘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보호자분한테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죠. 강아지가 피똥싸서 다급한 마음에 병원에 왔는데, 수의사가 느긋하게 그냥 좀 지켜보시라고 한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답답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무언가 ‘치료’를 원하는 보호자와 그래도 뭔가 ‘약’이 하나 나가야 한다는 수의사의 콜라보를 조심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별다른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처방들이 (그게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 케이스 포스팅인데, 환자에 대한 얘기가 없었군요. 오늘 온 환자를 한 번 얘기해보죠. 3살의 닥스훈트가 이틀 전부터 설사를 하고 배에서 소리가 나는 것으로 오늘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보호자분은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시기는 했지만, 별다른 약을 받아가시지 않고, 집에서 식이 조절을 하면서 좋아지는지 지켜보시기로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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