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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질과 비용 사이의 줄타기, X-ray 검사에 관한 돈 이야기

X-ray 검사(=방사선 검사)는 동물병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검사 중 하나입니다. 동물병원의 방사선 검사 장비는 이미 상향평준화된지가 좀 되어서 병원에 따른 영상의 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검사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병원이 비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검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실 검사 자체에 대한 얘기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만, 이번에 오늘동물병원에서 방사선 검사의 비용 청구 방식을 바꾸게 되면서 고민해본 문제에 대해 언급해볼까 합니다.

발단은 친한 수의사 선생님과의 대화였습니다. 영상을 전공한 수의사인데, 최근 방사선 촬영의 스탠다드가 3 view라는 얘길하더군요. 심장과 폐를 찍는 흉부 방사선과, 복부 방사선 촬영을 할 때는 통상 많은 동물병원들이 외측상(Lateral view)과 복배상(Ventrodorsal view), 2장을 촬영하는 걸 기본으로 하는데, 최근에는 조금 더 많은 병원들이 양측 외측상(우측 외측상과 좌측 외측상)에 복배상(ventrodorsal view)으로 3장을 촬영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제가 수의과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2장을 찍는 것이 스탠다드라고 배웠고, 임상을 하면서도 3장은 예외적인 경우(예컨대 폐 전이를 평가하는 방사선 검사)가 아니면 반드시 촬영해야하는 건 아니였는데, 최근에는 그 스탠다드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였죠.

그래서 오랜만에 최근에 나온 교과서들을 조금 뒤져봤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5판이었던 방사선 교과서 Thrall의 최신판인 7판을 뒤져보니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좌측으로 눕히든 우측으로 눕히든, 아래쪽에 깔리는 쪽이 체중 때문에 폐가 충분히 부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이 문제 때문에 병변을 놓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좌측과 우측 양쪽을 모두 찍고, 거기에 추가로 복배상(ventrodorsal)이나 배복상(dorsoventral)을 추가해서 3장 혹은 4장을 찍는 게 추천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교과서가 나온게 2018년이니 실제로 3장 촬영을 스탠다드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는 (보통 교과서는 논란이 대충 정리된 이후에 나온다는 걸 감안했을 때) 꽤 오래됐다는 것도 알 수 있죠.

그러니까 “3장이 추천되지만, 2장도 잘못된 것 아니다”라는 얘기였던 것이 이제는 무게추가 3장 쪽으로 조금 더 기운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대학병원들은 상당수가 3장 촬영을 스탠다드로 삼고 있다고 하더군요. 조금 오래된 논문이긴 하지만, 2006년 VRU(Veterinary Radiology & Ultrasound)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structured interstitial pattern에서) 3장 촬영이 2장 촬영보다 진단률이 더 좋았다는 얘길 합니다.

3장을 찍었을 때와 2장을 찍었을 때를 비교하면,12-15% 정도의 환자에서 진단이 달라진다는 얘길 하죠(물론 모든 환자가 아니라 structure interstitial disease가 있는 환자에서의 얘기). 대충 6-7마리 중 한 마리가 진단이 달라진다는 얘기니까, 꽤나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복부 방사선 촬영도 흉부 방사선만큼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3장 촬영이 추천됩니다. 다시 Thrall 교과서를 펴보죠. 복부 방사선 촬영의 원칙에 대한 챕터를 보면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복부에서는 배복상(dorsoventral view)은 큰 가치가 없지만, 여전히 좌측 외측상과 우측 외측상을 모두 찍으라고 얘기합니다. 폐처럼 체중 때문에 밑에 깔린 부분이 눌리는 건 아니지만, 이 경우엔 위나 장에 있는 가스가 중력 반대 방향으로 떠오르니까, 그걸 이용해서 방향에 따라 소화기를 평가하기가 더 좋다는 게 이유죠.

2장만 찍는 것이 스탠다드가 아니냐(=substandard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방사선 촬영을 한다면 가능하면 (흉부나 복부의 경우) 3장을 찍는게 더 좋다는 거죠. 상식적으로도 여러장을 찍을 때 병변을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아무래도 더 높을테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교과서 같지 않아서 여전히 대부분의 병원이 2장 촬영을 기본으로 하고, 몇몇 케이스에 한해서만 3장을 촬영합니다. 모든 케이스에서 루틴하게 3장을 찍지 못하는 현실의 걸림돌은 뭐가 있을까요?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입니다. 병원마다 비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사선을 1장 촬영하는데 보통 2-3만원 정도의 비용이 보호자에게 청구됩니다. 예를 들어 1장 촬영에 2만원이 청구되는 병원이라면, 흉부 방사선 촬영시에 디폴트로 2장을 찍으니 4만원이 청구될테고, 교과서에 추천되는대로 3장을 찍는다면 6만원이 청구되죠. 만약 흉부와 복부를 제대로 찍는다면, 흉부 3장, 복부 3장으로 총 6장을 촬영하니, 장당 2만원이 청구되는 병원이라면 총 12만원의 검사 비용이 나옵니다. 보통 방사선만으로 뭘 진단하는 경우보다는 방사선에서 확인한 것을 토대로 추가 검사가 진행되는 때가 더 많다는 걸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죠.

미국의 경우는 방사선 비용이 한국에 비해 훨씬 더 비싼 편인데, 보통 100달러 이상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충 적게는 한국의 2배, 많게는 3-4배까지도 방사선 검사 비용이 더 비싸더군요. 이런 비싼 비용을 보호자에게 청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진료를 보는 수의사라면 미국의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느낄텐데, 미국의 수의사들은 이걸 어떻게 극복하고 스탠다드로 3장을 촬영하는 걸까요?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미국의 일부 병원들은 청구 방식 자체를 방사선 1장당 청구하는 식이 아니라, 스터디 당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한다면, 몇 장을 촬영하든 동일한 비용을 보호자에게 청구하는 식으로 방식 자체를 바꾸는 거죠. 흉부 방사선을 예로 든다면, 스탠다드를 따라 3장 촬영을 기본으로 하되, 만약 흡기와 호기를 구분해서 더 많은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면, 촬영 장수가 늘어나더라도 흉부 방사선이라는 스터디 안에서 이루어지는 촬영이니까 동일한 비용을 받는 식으로 수가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겁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환자의 상태 때문에 2장만 촬영을 한다하더라도 여러 장 찍은 케이스와 동일한 비용이 청구될테니까요.)

이런 식으로 수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건 엑스레이 검사 장비의 발전 덕분입니다. 과거에는 필름 방식으로 엑스레이를 촬영했기 때문에 1장을 촬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꽤 높았습니다. 쉽게 필름 카메라를 생각하면 됩니다. 옛날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반드시 필름을 구매했어야했죠.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서 사진관에 돈을 주고 인화를 맡기기도 했고요. 하지만 최근의 엑스레이 검사 장비는 카메라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듯, 대부분 DR(Digital Radiography)을 사용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들이 처음 SD카드만 구입하면 그 이후의 사진 촬영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DR 또한 한 장을 촬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게 됐죠(물론 촬영하는 사람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걸 감안하면, cost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money를 기준으로는 비용이 많이 줄어든 거죠).

어떻게 보자면, 촬영 장수에 따라 청구가 되는 기존의 방식은 과거 필름 방식 방사선 시절의 유산 같은 것입니다. DR을 쓸 때 그렇게 청구하는 게 잘못이냐 하면 (어쨌든 1장당 촬영의 cost는 제로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된 건 아닙니다만, 기술 발전에 맞춰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수가 구조를 변경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오늘동물병원도 기술 발전에 발맞춰 방사선 청구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1장당 비용을 산정하기보다는 스터디 당 비용을 산정하는 쪽으로요. 2장을 찍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스터디 하나의 수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만, 3장을 장당 청구할 때보다는 그럭저럭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중간 지점을 찾는 쪽으로요(이런 수가 청구 방식은 오늘동물병원이 처음은 아니고, 이미 이렇게 하는 병원들이 한국에도 많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3장을 스탠다드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의료의 질을 더 올리면서, 비용은 너무 많이 올리지 않는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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