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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가격은 대략 8,500원 정도인데, 삼스카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 약 2배에서 5배 정도 더 비싼 셈입니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처방 용량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약인데, 2mg/kg 정도로 처방한다면 5kg 정도의 소형견이 (약을 하루 2번 먹는다고 했을 때) 20mg(대략 2/3T)를 먹게 됩니다. 일주일이면 140mg니까 약값만 일주일에 10만원이 넘게 추가되죠. 보통 톨밥탄만 먹는 게 아니라 다른 심장약도 같이 먹게 되니까, 한 달이면 검사 없이 오로지 약 값으로만 50-60만원 이상의 비용이 나오게 됩니다.

톨밥탄이 어떤 약인가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비용을 먼저 언급하는 건 이 약의 비싼 비용이 처방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그렇습니다. 이 정도 비싼 약은 감당할 수 있는 보호자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오늘동물병원에 내원하셨던 보호자분 중에 이전 병원에서 삼스카를 처방받고 도저히 병원비 감당이 안되어서 병원을 옮기신 경우가 있었을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수의사가 이런 약을 처방을 할 때는 명확한 이득과 근거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톨밥탄이 심장병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처방 근거를 갖는지, 언제 쓰는 게 필요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톨밥탄을 먼저 짧게 소개해보면, 이 약은 항이뇨 호르몬으로 알려진 바소프레신의 작용을 차단해서 체내에서 수분을 배설(auqaresis)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인 이뇨제(푸로세마이드나 토르세마이드)가 수분만 배설하는 게 아니라 전해질(나트륨이나 칼륨)까지 배출시켜버리는 것과 달리 체내의 물만 빼내는 역할을 하죠. 신장에 작용하는 약이지만, 일반적인 이뇨제와 달리 신장 수치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신장에 안전한 이뇨제라며 처방이 되는 경우도 있죠.

말만 들어보면 꽤 좋아보입니다. 신장 수치를 올리지 않고, 체내의 물만 뺄 수 있다니, 어쩐지 심장병이 있어서 지속적인 이뇨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죠. 하지만 실제 톨밥탄의 처방에 대한 수의학에서의 근거는 몹시 적습니다(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강아지 심장병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게 되는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의 가이드라인을 보죠. 가이드라인을 열어놓고 tolvaptan이라고 검색하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언급이 없다고 해서 쓰면 안되는 약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루틴하게 처방이 권고되는 약은 아니라는 거죠. 동물에서의 톨밥탄 사용이 전혀 근거가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논문 중 하나는 아래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톨밥탄이 동물에서 수분 배출(aquaresis)의 효과가 있고, 폐수종(CHF)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뜯어보면, 이걸 바로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먼저 이 논문은 자연발생한 심장병(=MMVD)이 아니라 모델 동물을 사용합니다. 실험견의 우심실에 페이스메이커를 박아 강제로 심부전을 유도하고, 심부전이 유도된 상태에서 톨밥탄을 투여한 후, 6시간 동안 상태를 관찰한 걸 토대로 나온 논문이죠. 실제 이첨판의 변성에 의해 만성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는 병태생리가 다를 뿐만 아니라, 장기간 투약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 이 논문이 알려주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그저 약이 실제 사람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구나 정도를 알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이 논문의 경우, 저자들 스스로 실험 모델을 심각한 심부전이 아닌 중등도(modertae) 심부전 정도로 언급하고 있는데, 톨밥탄이 보통 (비싼 가격 때문이지만) ACVIM Stage D의 심각한(severe) 심부전에서 처방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 약이 얼마나 유효할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논문에서는 환자에서의 이뇨 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통적인 이뇨제인 푸로세마이드를 같이 비교하는데, 푸로세마이드의 전부하(preload, 대충 체액량으로 이해하면 됩니다)를 줄이는 효과가 톨밥탄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죠.


물론 심장약은 실제 임상 근거가 탄탄하지 않더라도 이론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사람에서의 근거를 토대로 동물에게 처방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톨밥탄은 사람에서 어떤 근거가 있을까요? 사람에서의 논문 중 하나는 EVEREST trial이라는 게 있습니다. 급성 폐수종 환자에서 톨밥탄을 투약했을 때 어떤 임상적인 효과가 있었는지를 살펴본 논문이죠.

긴 얘기를 짧게 풀어쓰면, 사람의 경우 톨밥탄이 일시적인 부종 완화 효과는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환자의 수명이나 생존률을 늘리지는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증상을 완화시켜서 일시적인 삶의 질(QoL)을 증진시킬 수는 있지만, 결국 환자를 더 오래 살려주지는 않는다는 거죠.

사실 사람에서 톨밥탄이 주로 처방되는 경우는 강아지 고양이에서 처방되듯 심장병의 만성 관리에서가 아니라 심장병으로 인한 저나트륨혈증(나트륨 수치 떨어지는 것)이나 다낭성 신장병증(PKD, Polycystic Kidney Disease)이 있을 때입니다. 다낭성 신장병증은 이 포스팅의 주제가 아니니, 심장병 상황에서의 저나트륨혈증이 그나마 동물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적응증이라고 볼 수 있죠(말기니까, 톨밥탄을 준다… 이런 개념이 아닙니다).


조금 더 얘기를 전문적으로 (수의사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으로) 파고들어가보죠. 톨밥탄은 기본적으로 나트륨을 보전하면서 물만 빼주는 약이기 때문에 저나트륨혈증에서 처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깊게 파고 들어가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저나트륨혈증이라는 것 자체가 그냥 나트륨이 부족하다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죠.

혈액 검사 상의 나트륨은 나트륨의 절대량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체내에 물이 얼마나 있느냐를 대신해서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저나트륨혈증은 나트륨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물이 너무 많아서 나트륨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상태를 말하기도 하죠. 이 둘을 전문적으로는 고갈성 저나트륨혈증(depletional hyponatremia)와 희석성 저나트륨혈증(dilutional hyponatermia)라고 구분합니다.

고갈성 저나트륨혈증은 말 그대로 나트륨이 몸 밖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심장병 치료를 위해 이뇨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소변과 함께 물만 빠져나가는게 아니라 나트륨도 계속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죠. 이런 환자들에서는 부족한 나트륨을 보충해주는 게 필요하기도 하고, 이뇨제를 조절해서 나트륨이 더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게 주된 치료가 됩니다. 특히 푸로세마이드보다 티아자이드 계통의 약들은 이런 고갈성 저나트륨혈증의 주된 원인이 되기 때문에 약을 줄이는 게 필요합니다.

반면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은 나트륨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몸에 물이 너무 많아서 나트륨이 상대적으로 묽어진 상태입니다.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몸이 혈액량이 부족하다고 착각해서 소변으로 물을 내보내지 않고 계속 붙잡아두게 되는데, 이러면 나트륨의 양이 정상이더라도 체내의 수분량이 늘어나니 농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톨밥탄 같은 약이 기전상 도움이 됩니다. 나트륨을 빼내지 않고, 물만 빼주는 약이니까요.

따라서, 톨밥탄의 쓸모는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체내에 물이 많은 경우)일 때인데, 재밌는 건 표준적인 치료에서 희석성 저나트륨혈증 상황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약은 톨밥탄이 아니라 (효과가 확실한) 전통적인 이뇨제(loop diuretics)라는 것입니다. 푸로세마이드나 토르세마이드 같은 것들이 loop diuretics에 속하죠.

어쨌든 사람에서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일 때 쓴다고 하니, 동물에서도 톨밥탄을 써봄직한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통상적인 심장병 환자들에서 저나트륨혈증이 고갈성인지 희석성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는데에 있습니다. 보통 히스토리와 소변의 삼투압을 토대로 고갈성인지 희석성인지를 감별하는데, 이 둘이 칼같이 구분되질 않습니다. 이뇨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들에서 신체 검사 상 탈수 징후(피부 탄력성이 떨어진다든가 점막이 건조하다든가 하는 징후)가 있으면 고갈성일 가능성이 높고, 말초 부종 같은 게 있으면 희석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동물에서 말기 심장병(Stage D)의 환자 대부분은 장기간 이뇨제를 먹은 탈수 징후가 뚜렷한 환자(=고갈성처럼 보이는 환자)들입니다. 이런 환자들에서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의 요인이 함께 포함되어 톨밥탄이 도움이 되는가를 알기란 꽤 어렵죠.

게다가 만성적으로 이뇨제(푸로세마이드나 토르세마이드)를 사용한 환자들에서는 보통 이 둘이 같이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루프 이뇨제(=푸로세마이드)는 기본적으로 수분 배출을 도우면서 나트륨을 함께 배출해서 ‘고갈’을 유발하는데, 수분이 배출되면서 순환 혈액량이 줄어들면 항이뇨 호르몬(바소프레신)을 자극해서 다시 ‘희석’을 유발합니다. 이뇨제가 고갈성 저나트륨혈증과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을 모두 악화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말기 심부전 환자의 저나트륨혈증은 그렇다보니 희석성과 고갈성이 뒤섞여 나타납니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stage D니까 톨밥탄을 처방한다는 건 환자에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죠.


톨밥탄 처방의 근거가 되는 논문을 보면, 투약 용량은 10mg/kg입니다. 근거가 부족한만큼 어느 정도 용량으로 처방을 해야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는 어려운데, 그나마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살펴보면 0.3mg/kg부터 10mg/kg까지 먹여볼 수 있다… 정도의 두루뭉실한 얘기가 있을 뿐입니다(근거가 부족해서 약전에서는 검색이 안되는 약입니다). 10mg/kg으로 먹인다고 하면, 5kg 소형견 기준으로 하루 2번, 총 100mg를 먹게 됩니다. 30mg짜리 삼스카 기준으로 대충 3정을 먹이는거죠. 한 정의 약값을 3만원 근방이라고 치면, 얼추 하루에 10만원어치 약을 먹는 셈입니다. 한 달이면 삼스카만 300만원어치를 먹여야 하는 거죠(애가 좀 커서 10kg면 600만원). 보통 이 정도 용량은 효과를 떠나서 감당할 수 있는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2-3mg/kg으로 처방을 하게 되는데, 2mg/kg이라고 쳐도 한 달치 삼스카 약값은 60만원입니다.

300만원, 혹은 60만원의 값어치만큼 근거가 탄탄한 약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적응증 또한 매우 제한적이며, 동물에서는 그 적응증을 감별하는 것마저 모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스카가 아이를 더 오래 살려주는 약이냐 하면 (사람에서의 근거를 볼 때) 딱히 그래보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어떤 경우엔 오늘동물병원에 오셨던 보호자분처럼 비용 문제 때문에 아이한테 최선의 치료를 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까지 심어주기 때문에 저는 이 약을 처방하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늘 말하지만, 어떤 약이 어떤 병의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하는 지푸라기라면, 그 지푸라기는 너무 비싸서는 안됩니다. 한 번도 아니고 꾸준히 계속 먹어야 하는 약이라면 특히나 더욱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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