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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시작된 치료인데, 사람에서 효과가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동물도 비슷한 치료 방법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이지만, 한편으론 이미 꽤나 보편화된 치료법이기도 해서 국제적인 컨소시엄도 있습니다. 저명한 소화기내과 전공의들이 Companion Animal FMT Consortium이라는 이름으로 임상 가이드라인을 내기도 했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게 어떤 치료인지, 어느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행해지는 치료인지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처음 변이식이 소개됐을 때는 매우 번거로운 치료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FMT를 쉽게 할 수 있는 제품(=먹는 똥캡슐)이 나오면서 점점 더 보편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다뤄보면 좋을듯 싶더군요.

2013년 뉴욕타임즈에는 재밌는 기사가 하나 올라옵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실험용 쥐에게 사람 쌍둥이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한 실험에 관한 얘기였죠. 이 쌍둥이는 한 명은 뚱뚱했고, 다른 한 명은 말랐는데, 각각의 장내 미생물을 실험용 쥐에게 이식했더니, 한 마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뚱뚱해졌고, 다른 한마리는 살이 빠졌다는 얘기입니다. 상당히 단순화된 실험이긴 하지만, 장내의 미생물(microbiota, 미생물총이라고 합니다)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함의를 갖는 실험이죠.

이런 미생물총은 약물의 대사에 관여하기도 하고, 체내에서 영양소와 비타민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소화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체내의 장내 내분비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도 합니다.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이런 미생물총은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고 얘기하죠. 그런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이 장내 미생물총을 어떻게 건강한 쪽으로 바꿀 것인가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미 많은 보호자분들이 하는 것처럼 프로바이오틱(=유산균)을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장내의 미생물총을 건강한 쪽으로 바꿔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거죠.

이 개념을 조금 더 발전시킨 것이 FMT(Fecal Microbiota Tranplantation, 변이식)입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변 속의 장내 미생물총을 아픈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넣어줘서 건강한 미생물총이 정착할 수 있게 해주는 치료죠. 그러니까 개념적으로는 유산균을 주는 것과 방향성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자세하게 들어가면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어떤 균주가 가장 좋은지 같은 내용들이 확립되지 않은 반면, 변이식은 미생물총 전체를 옮겨주는 거니까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실제 변이식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2020년에 나온 FMT에 대한 리뷰 논문을 보면, 아직 그리 많은 근거들이 쌓인 상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이후로도 꽤 많은 FMT 관련 논문들이 나왔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의 근거를 가지고 있을 뿐이죠.

실제 FMT를 하고자 할 때 기준으로 삼는 FMT 컨소시엄의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합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의 근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점점 더 다양한 근거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이죠. 그럼 FMT는 언제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FMT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문 근거가 있는 병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사람에서는 클로스트리디움 감염(Clostridium difficille infection)에 변 이식이 효과적이더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강아지의 경우는 만성 장병증(chronic enteropathy), 파보 장염(parvoviral infection), 반복되는 비교기계 감염, 강아지 아토피에서 변이식을 써볼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죠. 급성 설사에서 변 이식이 도움이 되더라는 논문도 있습니다만, 급성 설사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니 변이식까지 가는 경우는 별로 없는듯 싶고, 파보는 요즘 백신 덕에 보기가 많이 어렵죠. 그렇다보니 일반 동물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고려해보게 되는 경우는 아무래도 만성 장염입니다. 반복된 구토나 설사가 있는 경우 변이식을 고려해보죠.

고양이는 어떨까요? 고양이의 경우는 아무래도 근거가 강아지보다 더 적은 편입니다. 개념 자체는 달라질 게 없는 미생물총의 건강한 회복을 목표로 하는거니 비슷한 상황에서 적용해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때 사용하면 좋더라”라는 논문 근거는 거의 없는 편이죠. 23년도에 나온 고양이에서 변이식에 관련된 논문을 보면, 이런 질환에서 좋더라…까지는 아니지만, 고양이도 변이식을 하니 미생물총이 변하더라…라는 정도의 얘기는 있습니다. 강아지의 변이식이 사람의 변이식에서 외삽됐다면, 고양이의 변이식은 강아지에서의 경험들을 외삽하는 것이랄까요.

이전에 급성 설사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항생제 스튜어드쉽(antibiotic stewardship, 항생제를 적재적소에 필요할 때만 쓰자는 얘기)이 수의학에서는 커다란 흐름 중에 하나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는데, 변이식은 이런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만성 설사 환자에서 항생제를 처방했을 때 개선을 보이는 경우를 ARD(Antibiotic Responsive Diarrhea, 항생제 반응성 설사)라고 하는데, 그게 이름이 SIBO(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 소장 세균 과증식)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Dysbiosis(미생물 불균형)으로 바뀐 것과 같은 맥락이죠(항생제와 세균을 강조하던 게 이제는 미생물총 전체에 대한 개념으로 바뀐 겁니다). 이제는 이런 질환에서 항생제를 처방하기보다는 미생물총을 (항생제 없이) 조절해서 치료를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죠.

항생제를 쓰기보다는 장내의 미생물총을 수복하려는 노력을 (프로바이오틱스로 하듯) FMT로 하려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근거 수준이 높지 않은 치료이기 때문에 주의해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변이식이 보조적인 치료일뿐 다른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에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거죠. FMT 컨소시엄은 가이드라인에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합니다.


약으로 쓰기 위한 개똥은 어떤 개똥이어야 할까요? 생각보다 조건이 몹시 까다롭습니다.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총이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없는 강아지여야 합니다. 최근에 급성의 구토나 설사가 있었다면, 최소 3개월이 지나야 변을 다른 강아지에게 줄 수 있죠. 건강한 미생물총을 위해 최근 6개월 이내에 항생제를 투약한 적이 없어야 하고, 생식을 하고 있다면 역시나 변을 공여할 수 없습니다. 변이식에 사용하는 변은 PCR 검사를 통해 살모넬라나 지알디아 같은 병원체가 없는 게 확인되어야 하고요. 조건을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죠.

변을 공여해줄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찾기 어려운 수의사들을 위해 이걸 좀 쉽게 해주는 업체가 있기는 합니다. 미국 쪽에는 Animal Biome이라는 곳에서 투여만 하면 될 수 있게 개똥과 고양이똥을 잘 포장해서 팔고 있죠. 문제는 미생물총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걸 한국에서 구해다 쓰기는 어렵습니다(직구하면 통관에서 검역에 걸려버립니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한국M&B라는 곳에서 강아지와 고양이용 FMT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니, 변을 공여해줄 강아지나 고양이를 찾기 어렵다면 이런 상용화된 똥 제품을 이용해서 변이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변이식은 변을 캡슐로 만들어서 먹이기도 하고, 관장하듯이 직접 항문으로 넣어주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이 더 우월한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요. 아직 근거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보니, 어느 정도나 변을 넣어줘야 하는지(=용량의 문제), 얼마나 여러번 넣어줘야하는지(=빈도의 문제), 변이 들어간 채로 얼마나 오래 정체되어 있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죠. 변이식을 하는 수의사 개인의 경험과 몇 안되는 논문들을 토대로 적용 방법을 결정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이식은 시도해볼만한 부분이 있는 치료입니다. 약에 쓰기 위한 개똥은 구하기가 어렵지만, 개똥은 그리 비싸지는 않으니까요. 이런저런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를 해본 이후에도 임상 증상 개선이 충분치 못하다면, 그 때는 시도해서 크게 손해볼 일이 없는 치료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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