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리브렐라와 솔렌시아, 정말 안전한
블로그

리브렐라와 솔렌시아, 정말 안전한가요?

“선생님 강아지(혹은 고양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은 진료실에서 심심치않게 보호자분에게 듣는 질문입니다. 환자의 상황은 같을 수 있어도 보호자마다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고, 더군다나 그 강아지 고양이의 보호자가 수의사라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알고 있는 전문지식의 양이 다르다보니 늘 보호자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질문은 아닙니다만, 요즘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는 약이 생겼습니다. 국내에도 곧 정식 출시가 된다고 하는 조에티스사의 리브렐라입니다. 강아지용이 리브렐라, 고양이용이 솔렌시아라는 약인데, 9월쯤 리브렐라가, 내년 초쯤엔 솔렌시아가 국내에서 정식 유통을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리브렐라와 솔렌시아는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를 이용한 주사제로 체내에서 신경성장인자(NGF, nerve growth factor)를 차단해서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만성적인 통증을 앓게 되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관절염에서 각광받는 새로운 치료제죠. 항체를 이용한 치료제이기 때문에 신경성장인자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어, 전통적인 관절염 진통제로 간이나 신장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처방하게 되는 NSAID에 비해 다른 장기를 망가뜨리는 부작용에서 더 자유로운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죠.

한국은 이제 막 출시하는 신약이지만, 리브렐라와 솔렌시아는 2021년 유럽에서 처음 출시가 됐습니다. 미국도 FDA에서 23년도에 리브렐라를 허가 했으니, 한국과 달리 전세계 수의사들 상당수가 이 약에 대한 경험이 조금은 쌓인 상태라고 볼 수 있죠. 이 글에서는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약에 대해 현재 전세계 수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과 논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논란을 알아야 “내 강아지 고양이에게 주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대략적으로나마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먼저 이 약을 만드는 조에티스사에서 말하는 리브렐라의 부작용은 무엇이 있나를 보죠. 조에티스는 리브렐라 주사를 맞은 강아지가 부작용으로 요로계 감염, 세균성 피부 감염, 주사 부위 통증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FDA에서는 리브렐라의 부작용으로 이 외에도 보행실조, 발작과 같은 신경계 증상, 다음/다뇨 같은 것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추가적으로 얘기하기도 했고요. 이런 부작용들은 쭉 나열만 해놓으면 무섭지만, 발생 빈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것들이고, 약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것들이니 그리 무서운 부작용이라는 생각은 들진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레놀의 부작용을 보면, 잘 알려진 간독성 외에도 급성 전신성 발진성 농포증, 스티븐스-존스 증후군, 독성 표피 괴사용해와 같은 중대한 피부 반응이 보고됐다는 라벨의 표기가 있죠. 물론 드문 부작용이지만 써놓고 보면 무섭습니다.)

수의사들이 최근 리브렐라(와 솔렌시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이런 부작용 때문은 아닙니다. 수의사들의 걱정하는 건 RPOA(Rapid Progressive Osteoarthritis)라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RPO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리브렐라를 맞은 강아지들이 (관절염 통증을 관리하려고 맞는 주사인데) 오히려 관절염이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경우를 뜻합니다. 그냥 관절염이 조금 더 심해지더라…의 가벼운 부작용이 아니라 뼈가 부러질 정도로 관절이 나빠지는 경우를 말하죠. 관절이 녹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게 아닐까 싶은데, 최근 이런 환자들의 케이스를 모으고, 다른 관절염 진통제(리마딜, 메타캄, 프레비콕스, 온시어, 갈리프란트 같은 NSAID들)와 비교했을 때, 이런 RPOA의 리스크가 얼마나 더 높은가를 확인해본 논문이 있었습니다.

이 논문에 나오는 케이스 사진을 몇 가지 보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인 퇴행성 관절염에서 보기 어려운 골절이 발생한다든가, 뼈가 녹아내리는 모습들이 방사선이나 CT에서 확인됩니다. 이 중 일부는 골절을 수복하기 위해 수술도 했지만, 결국 임상 증상이 관리가 되지 않아 안락사까지 하게 된 케이스도 있죠(이게 정말 리브렐라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 생겼을 때 돌이킬 수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이런 RPOA가 리브렐라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죠. RPOA라는 질환 자체가 그동안 동물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던 질환이기도 하고, 이 환자들의 공통점이 리브렐라를 반복적으로 주사했다는 것이니, 명확한 인과관계를 아직 밝히지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지 않겠냐라는 겁니다. 그것도 꽤나 높은 가능성으로요.

이런 의심에 조금 더 심증을 더하는 것은 사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람에서 비슷하게 신경성장인자에 작용하는 단클로항체 약물로 타네주맙(Tanezumanb)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약은 리브렐라나 솔렌시아와 마찬가지로 사람에서 관절염 통증을 관리하는 약물로 FDA의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FDA에서는 이 약이 사람에서 RPOA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이득보다 위험이 크다고 보고 허가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리브렐라나 솔렌시아의 경우, 사람에서 보게 됐던 부작용이 동물에게는 없다고 생각해서 정식으로 허가되어 판매하는 약인데,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많아지자, 동물에게서도 사람에서와 마찬가지인 부작용을 보게 되는 게 아니냐는 거죠.


조에티스는 리브렐라나 솔렌시아가 RPOA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에티스에서 그보다 조금 더 강조하는 건 상대적으로 NSAID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논문 근거가 있다는 것(조에티스가 펀딩했죠), 21년도부터 전세계적으로 약 2100만 개 이상의 리브렐라를 판매했지만, 실제 관계당국에 보고된 부작용의 빈도는 수천 정도로 통계적으로도 부작용이 많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이 부작용도 RPOA보다는 구토나 보행실조 같은 부작용들입니다)

이 외에도 리브렐라가 상대적으로 시장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신약인 반면, NSAID는 이미 시장이 충분히 성숙해있는 오래된 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리브렐라의 부작용 보고가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이는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사람들은 신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열심히 보고하지만, 이미 오래된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부작용이라는 점 때문에 굳이 보고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으니까요. 리브렐라가 충분히 오랜 기간 사용되고 나면, 부작용에 대한 보고 빈도는 줄어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조사에서 언급하지 않는 부작용인 RPOA가 보고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수의사들의 우려를 살만합니다. 또한 RPOA에 관한 논문을 쓴 저자가 지적했듯이, 조에티스는 판매량 대비 부작용의 빈도가 적다고 얘기하지만, 이 주사가 한 달 간격으로 반복적인 주사를 해야하는 약이라는 걸 감안하면 부작용의 빈도는 판매량 대비가 아닌 주사를 맞은 환자 수를 토대로 얘기가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논문을 보면, 1번만 리브렐라를 맞고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보다는 반복적인(4-6회 이상) 주사를 맞은 환자에게서 RPOA가 보고되곤 했습니다.


“내 강아지에게도 주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면, 몇 가지 근거를 더 확인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공포를 먼저 떠올리기보다는 이 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득과 실(risk/benefit)을 계산하는 게 조금 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 이렇습니다.

리브렐라나 솔렌시아 모두,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절염의 통증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제한적이나마 명확하게 있죠. FDA 허가 과정에서 확인된 연구를 보면, 이 또한 제한적인 근거지만 부작용의 발생 빈도도 아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RPOA 같은 부작용이 보고된다는 점은 (이게 정확하게 리브렐라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인지 인과 관계를 규명하긴 어려우나 주사를 하기 전에) 리스크로 감안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까지 감안하면 리브렐라를 조금 더 전통적인 근거가 탄탄한 NSAID 같은 약을 제쳐두고, 퍼스트 초이스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어떤 환자가 특별히 NSAID를 복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NSAID를 퍼스트 초이스로 사용하되, NSAID를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에 한해서 제한적인 두번째 옵션으로 고려를 해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키우는 강아지는 신부전이 있어서, (신장에 부담이 되는) NSAID를 적극적으로 복용하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데, 이런 경우에는 리브렐라를 관절염의 치료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키우는 강아지는 리브렐라 치료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만약 신부전이 없거나, NSAID 복용이 꺼려지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그게 낮은 가능성이라도) RPOA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리브렐라를 내 새끼한테 주사하지는 않겠죠.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라면, 아직 어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나, 사람의 경우 NSAID와 타네주맙(anti-NGF mAb)을 병용 시에 RPOA 발생 빈도가 늘어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동물에서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으나, RPOA 자체에 대해 수의사들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에서의 데이터를 외삽해서 동물에서 리브렐라를 주사하는 경우에도 NSAID를 병용하는 것이 추천되지 않을 수 있죠. (건너야 하는 다리라면, 두들겨보고 건너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자일리톨이나 포도를 먹어도 별 문제가 없는 반면, 강아지는 문제가 될 수 있고, 강아지는 엔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을 먹을 수 있지만, 사람에서는 환각이 생겨서 먹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과 동물은 비슷하면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에서의 RPOA 부작용을 동물도 그럴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기도 어렵고, NSAID 병용이 RPOA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막연한 추측에 가깝습니다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 이런 기준들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신경성장인자에 대해 수의사들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리브렐라가 가질 수 있는 부작용 리스크를 조금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리스크/베네핏 계산이 달라질테니까요.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알고 있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어느 정도의 기준을 토대로 판단해야하는가를 논한다면,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