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아지에게도 주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면, 몇 가지 근거를 더 확인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공포를 먼저 떠올리기보다는 이 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득과 실(risk/benefit)을 계산하는 게 조금 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 이렇습니다.
리브렐라나 솔렌시아 모두,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절염의 통증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제한적이나마 명확하게 있죠. FDA 허가 과정에서 확인된 연구를 보면, 이 또한 제한적인 근거지만 부작용의 발생 빈도도 아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RPOA 같은 부작용이 보고된다는 점은 (이게 정확하게 리브렐라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인지 인과 관계를 규명하긴 어려우나 주사를 하기 전에) 리스크로 감안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까지 감안하면 리브렐라를 조금 더 전통적인 근거가 탄탄한 NSAID 같은 약을 제쳐두고, 퍼스트 초이스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어떤 환자가 특별히 NSAID를 복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NSAID를 퍼스트 초이스로 사용하되, NSAID를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에 한해서 제한적인 두번째 옵션으로 고려를 해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키우는 강아지는 신부전이 있어서, (신장에 부담이 되는) NSAID를 적극적으로 복용하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데, 이런 경우에는 리브렐라를 관절염의 치료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키우는 강아지는 리브렐라 치료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만약 신부전이 없거나, NSAID 복용이 꺼려지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그게 낮은 가능성이라도) RPOA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리브렐라를 내 새끼한테 주사하지는 않겠죠.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라면, 아직 어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나, 사람의 경우 NSAID와 타네주맙(anti-NGF mAb)을 병용 시에 RPOA 발생 빈도가 늘어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동물에서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으나, RPOA 자체에 대해 수의사들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에서의 데이터를 외삽해서 동물에서 리브렐라를 주사하는 경우에도 NSAID를 병용하는 것이 추천되지 않을 수 있죠. (건너야 하는 다리라면, 두들겨보고 건너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자일리톨이나 포도를 먹어도 별 문제가 없는 반면, 강아지는 문제가 될 수 있고, 강아지는 엔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을 먹을 수 있지만, 사람에서는 환각이 생겨서 먹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과 동물은 비슷하면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에서의 RPOA 부작용을 동물도 그럴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기도 어렵고, NSAID 병용이 RPOA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막연한 추측에 가깝습니다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