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Troponin I 검사, 어떤
블로그

Troponin I 검사, 어떤 쓸모가 있을까요?

얼마 전(이라기엔 제 게으름 때문에 대답을 못한지 거의 한 달이 지났습니다만), 블로그 안부글로 “트로포닌 검사의 유용성”에 대해서 물어보신 분이 있으셨습니다. proBNP는 워낙 동물병원에서 루틴하게 많이 하는 검사이니 보호자분들 사이에서도 이 검사가 뭔지 잘 알려져 있지만, 트로포닌(Troponin)의 경우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proBNP처럼 심장을 평가하는 검사라는 건 아는데, proBNP랑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점 때문에 proBNP에 더해서 트로포닌까지 추가적으로 검사를 하는건지 보호자분들께서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죠.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트로포닌이 강아지 고양이의 심장을 평가할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트로포닌은 근육의 수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크게 3가지 타입으로 구분됩니다. 트로포닌 I(cTnI), 트로포닌 T (cTnT), 트로포닌 C(cTnC)로 구분되죠. 이 중에서 트로포닌 C는 심장 이외의 근육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심장의 바이오마커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I나 T는 심근의 손상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곤 합니다. 이 중에서 트로포닌 T는 트로포닌 I보다 덜 민감하고, 더 심한 심근 손상이 있을 때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고, 개와 고양이는 급성의 심한 심근 손상(사람에서의 급성 심근경색 같은 것)을 일으키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대부분의 경우 동물에서 트로포닌 검사라고 하면 트로포닌 I(cTnI)를 뜻합니다. 동물에서 트로포닌 T(cTnT)를 하는 경우는 드물죠.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 얘기하는 트로포닌 검사는 cTnI(트로포닌 I) 검사를 얘기합니다.

트로포닌은 언제 올라갈까요? proBNP 검사가 심장이 커질 때(=심근이 스트레칭 될 때) 높아지는 반면, 트로포닌은 심근의 세포 내에 있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심근이 괴사될 때 올라갑니다. 사람에서는 급성 심근 경색일 때 크게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죠. 강아지와 고양이에서도 동일하게 급성의 심근 손상이 있을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만, 앞서 언급했듯 강아지와 고양이에서는 급성 심근 경색 같은 질환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잘 하지 않는 검사가 됐죠.

급성 심근 경색은 강아지 고양이에서 보기 힘든 질환이니, 조금 보기 쉬운 질환, 즉 예컨대 강아지의 MMVD나 고양이의 HCM에서의 활용도는 어떨까요? 결론만 얘기하면 아직까지는 쓸모가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검사비가 저렴하지 않은 반면, 알려주는 정보값은 그리 많지가 않죠. 먼저 고양이에서의 활용도를 살펴보겠습니다.

고양이 HCM과 트로포닌

고양이 HCM에서 트로포닌의 활용도에 대해 살펴본 논문이 있습니다. 2008년 JAVMA에 올라온 논문으로, 호흡 곤란이 있는 고양이에서 트로포닌을 검사했을 때, 호흡 곤란의 원인이 심장병 때문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능한가를 연구해본 거죠. 이 논문에서는 심장병으로 인해서 폐수종이 온 고양이 31마리와 심장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호흡곤란이 온 고양이 12마리의 트로포닌 수치를 비교해서 트로포닌이 호흡 곤란의 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결과를 그래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CHF는 심장병 때문에 폐수종이 온 환자군, D-NCC는 심장병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호흡곤란이 온 환자군, HD-no CHF는 심장병이 있는데 폐수종은 없는 환자군을 얘기합니다. 전반적으로 심장병이 있는 환자군이 cTnI(트로포닌) 수치가 높은 걸 알 수 있지만, 이 셋 사이에는 수치가 겹치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을 기준선으로 삼을 것인가(이런 걸 cut-off라고 합니다)에 따라서 감별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긴 바꿔 말해서 심장병에 의한 호흡곤란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 트로포닌도 똑같이 애매한 얘길 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proBNP 검사가 더 신뢰도 있는 얘기를 해준다는(=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걸 고려하면, 트로포닌 검사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죠. 그래서 많은 임상 수의사들이 비싼 검사비를 정당화하기 힘들고, 결정적인 정보값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고양이에서 트로포닌 검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강아지 심장병과 트로포닌

강아지는 어떨까요? 비슷한 논문이 강아지에도 있습니다. 호흡곤란 환자에서 이게 심장병 때문인지 아닌지를 트로포닌으로 알 수 있는지를 살펴본 논문이죠. 2011년 JVECC(Journal of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에 올라온 논문입니다.

여기서도 똑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심장병이 있는 환자들이 대체적으로 좀 더 높은 트로포닌 수치를 보여주지만, 심장병이 원인이 아닌 호흡곤란 환자들과 겹치는 범위가 있어서,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죠. 결과값을 보여주는 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심장병이 얼마나 안 좋은가를 평가해보고자 할 때도 트로포닌의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2010년 JVIM(수의내과학 저널)에서는 트로포닌이 MMVD의 심각도에 비례한다는 얘길 합니다. 실제 그래프를 보면 무증상인 심장병 환자보다는 좌심방 확장이 있는 환자, 폐수종이 온 환자에서 트로포닌의 수치가 더 높게 확인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건강한 환자를 비롯한 모든 환자군 사이에서 겹치는 영역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트로포닌 수치가 매우 높게 나온다면, 심장병이 심하겠구나…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낮게 나온다 하더라도 심장병이 심하지 않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심장의 상태를 심장초음파로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쉬운 혈액 검사라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루틴하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죠.

고양이도 응급 상황(=호흡 곤란)에서 말고 HCM의 심각도를 알기 위해 사용해본 논문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2017년 JVIM에 올라온 논문입니다.

여기서도 똑같습니다. 병이 심해지면 트로포닌 농도가 조금씩 더 올라가지만, 무증상인 환자군(ASYMP)과 좌심방 확장이 있는 환자군(LAD, ACVIM Stage B2 환자)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많고, 심지어는 폐수종이 있는 ACVIM Stage C(HF) 환자군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주 높다면 의미가 있지만, 어중간하게 높다면 이도저도 아닌 얘길 할 수 있다는 거죠.

유용한 경우

트로포닌 검사가 유용한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겠지만, 강아지에서 심낭수가 있는데, 심장 내에 종양이 뚜렷하게 보이는 건 아닐 때 종양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트로포닌 검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서 트로포닌 수치가 올라가 있으면 초음파 검사에서 잘 확인되지 않는 아주 작은 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혹은 도베르만 같은 DCM 호발 품종에서 심장초음파를 봤는데도 확장성 심근병증(DCM)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 트로포닌 검사를 해보고 DCM 가능성을 알고자 하기도 하죠. 비슷하게는 복서에서 ARVC(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를 확인하고자 할 때에도 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심장병과 관련한 바이오마커를 얘기할 때면, 이와 같은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proBNP를 트로포닌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검사로 봅니다. proBNP의 쓸모에 대해서라면 이미 블로그에서 여러번 얘기를 했던적이 있는데, 트로포닌보다 조금 더 정확하다는 proBNP조차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는 (유용할 땐 대단히 유용하지만) 다소 쓸모가 제한적이죠. 그래서 트로포닌은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실제 임상에서 활용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비싼 검사 비용을 떠나서, (새로운 활용도와 관련한 논문이 나오는게 아닌 이상은) 잘 안 하는 검사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달까요.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