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관리를 할 때 좀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약들을 Tier로 구분하는데, Tier 1에는 잘 알려져 있는 NSAID 같은 효과 좋은 약들이 있지만, 트라마돌은 Tier 3로 Tier 1과 2를 모두 써본 후, 마지막에 손대는 약으로 구분이 됩니다.
트라마돌이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은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강아지에서 트라마돌의 진통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 때문입니다. 트라마돌이 오피오이드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대사가 되어야 합니다. 트라마돌이 아니라 트라마돌의 대사산물(O-Desmethyltramadol이라고 합니다)이 오피오이드로 작용하는거죠. 하지만 사람과 달리 개에서는 이 대사산물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트라마돌의 다른 작용 때문에 진통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 대사산물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제대로된 진통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거죠.
반면 고양이는 트라마돌을 대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에서는 트라마돌을 주면 진통 효과를 볼 수 있죠. 하지만 고양이에서의 문제는 트라마돌이 아주 쓴 약이라는 점입니다. 트라마돌을 먹은 고양이들은 입에서 게거품을 물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약의 쓴 맛 때문입니다. 캡슐에 잘 넣어서 준다 하더라도 가루가 조금만 캡슐 바깥에 묻어있으면 미친듯이 침을 흘립니다. 이게 트라마돌이 임상에서 인기를 잃은 두번째 이유입니다.
주사제로 주면 어떨까요? 주사로 트라마돌을 주면 강아지에서는 역시나 별 효과가 없고, 고양이에서는 진통 효과를 보입니다. 주사니까 문제가 되는 쓴 맛도 피해갈 수 있죠. 하지만 주사제의 경우 걸림돌이 되는 건 트라마돌 주사제가 미국에서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한국 수의학의 비극이 아닐까 싶은데, 가장 수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에서 트라마돌 주사제를 구할 수 없으니, 트라마돌 주사제의 용량이나 용법에 대한 것이 확립된 게 없습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약전(=약의 용량과 용법이 적힌 사전)을 한국 수의사들도 동일하게 쓰는데, 가장 널리 쓰는 플럼 약전을 보면 트라마돌의 주사제 용량이 나와있지 않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그래서 트라마돌을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동물병원에서 트라마돌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를 피하면서, 오피오이드의 효과를 누리기 위함입니다. 트라마돌은 여러가지 수용체에 붙는 messy drug라서 작용을 예측하기가 조금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효과만을 노리고자 한다면 더 좋은 약들(하이드로몰폰이나 펜타닐 같은 약)이 있습니다. 트라마돌 내복약은 개나 고양이나 어차피 쓸 수 없고, (관리에 대한 까다로움만 극복하면) 주사제로는 더 좋은 약을 쓰면 되는거죠.
대부분의 학문이 그렇듯, 수의학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트라마돌은 과거의 인기스타였지만, 지금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수의사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는 약이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