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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마돌, 과거의 인기스타

웃기는 일이지만, 약도 유행이 있습니다. 어떤 약이 과거엔 엄청나게 처방되다가, 새로운 내용이 확인되면서 처방을 잘 안하게 되는 약이 있고, 반대로 오래된 약이라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해서 잘 안 쓰다가, 새로운 내용이 확인되면서 쓸모가 많아지는 약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해볼 약은 과거에는 널리 처방되다가 최근에는 잘 안 쓰는 트라마돌에 관한 얘기입니다.

트라마돌은 아편류(오피오이드 계열)의 진통제로 사람에서는 트리돌이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먹는 약도 있고, 주사제도 있죠. 같은 오피오이드 계통의 몰핀이나 펜타닐 같은 약보다 효과는 조금 떨어지지만, 어쨌든 오피오이드인지라 진통 효과가 좋아서 사람에서도 많이 처방되는 약입니다. 트라마돌의 장점은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니라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아 처방이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트라마돌보다 강력한 오피오이드들은 약을 사용하고 나면 항상 정부에 약을 썼다고 보고를 해야하는데, 트라마돌은 그럴 필요가 없죠. (해외에서는 트라마돌도도 향정신정 의약품으로 분류가 됩니다만, 한국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에서 효과적인 진통제이기 때문에 동물에서도 트라마돌은 보편적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트라마돌은 수의학에서 인기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약입니다. 얼마 전에 2022년 AAHA 통증 관리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업데이트됐는데, 거기서도 트라마돌에 관한 얘기가 나옵니다(사실 트라마돌이 이런 취급(?)을 받은지는 꽤 됐는데, 가이드라인에도 관련 내용이 실려서 이 포스팅을 씁니다)

트라마돌에 관한 코멘트만 캡쳐해보면 이렇습니다. 통증 관리를 할 때는 급성 통증(보통 수술 이후의 통증)과 만성 통증(관절염 같은 통증)을 구분해서 약을 다르게 처방하곤 하는데, 트라마돌은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 모두에서 최근 들어 인기가 없는 약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죠.


통증 관리를 할 때 좀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약들을 Tier로 구분하는데, Tier 1에는 잘 알려져 있는 NSAID 같은 효과 좋은 약들이 있지만, 트라마돌은 Tier 3로 Tier 1과 2를 모두 써본 후, 마지막에 손대는 약으로 구분이 됩니다.

트라마돌이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은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강아지에서 트라마돌의 진통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 때문입니다. 트라마돌이 오피오이드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대사가 되어야 합니다. 트라마돌이 아니라 트라마돌의 대사산물(O-Desmethyltramadol이라고 합니다)이 오피오이드로 작용하는거죠. 하지만 사람과 달리 개에서는 이 대사산물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트라마돌의 다른 작용 때문에 진통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 대사산물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제대로된 진통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거죠.

반면 고양이는 트라마돌을 대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에서는 트라마돌을 주면 진통 효과를 볼 수 있죠. 하지만 고양이에서의 문제는 트라마돌이 아주 쓴 약이라는 점입니다. 트라마돌을 먹은 고양이들은 입에서 게거품을 물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약의 쓴 맛 때문입니다. 캡슐에 잘 넣어서 준다 하더라도 가루가 조금만 캡슐 바깥에 묻어있으면 미친듯이 침을 흘립니다. 이게 트라마돌이 임상에서 인기를 잃은 두번째 이유입니다.

주사제로 주면 어떨까요? 주사로 트라마돌을 주면 강아지에서는 역시나 별 효과가 없고, 고양이에서는 진통 효과를 보입니다. 주사니까 문제가 되는 쓴 맛도 피해갈 수 있죠. 하지만 주사제의 경우 걸림돌이 되는 건 트라마돌 주사제가 미국에서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한국 수의학의 비극이 아닐까 싶은데, 가장 수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에서 트라마돌 주사제를 구할 수 없으니, 트라마돌 주사제의 용량이나 용법에 대한 것이 확립된 게 없습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약전(=약의 용량과 용법이 적힌 사전)을 한국 수의사들도 동일하게 쓰는데, 가장 널리 쓰는 플럼 약전을 보면 트라마돌의 주사제 용량이 나와있지 않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그래서 트라마돌을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동물병원에서 트라마돌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를 피하면서, 오피오이드의 효과를 누리기 위함입니다. 트라마돌은 여러가지 수용체에 붙는 messy drug라서 작용을 예측하기가 조금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효과만을 노리고자 한다면 더 좋은 약들(하이드로몰폰이나 펜타닐 같은 약)이 있습니다. 트라마돌 내복약은 개나 고양이나 어차피 쓸 수 없고, (관리에 대한 까다로움만 극복하면) 주사제로는 더 좋은 약을 쓰면 되는거죠.

대부분의 학문이 그렇듯, 수의학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트라마돌은 과거의 인기스타였지만, 지금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수의사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는 약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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