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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의 눈물 자국, 포기하면 편합니다

예전에 고양이 턱 여드름(속칭 턱드름)에 대해서 얘기할 때, 수의사들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보호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증상이라는 얘길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주제도 그렇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보통은 강아지)의 눈물 자국에 관한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미용 상의 문제(cosmetic issue라고 하죠)이기 때문에 수의사들은 보호자분이 물어보시기 전에는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눈물 자국 때문에 병원에 진료 상담을 오실 정도로 보호자에겐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죠. 그렇다보니 수의사들이 눈물자국을 관리하기 위해 수의학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보조제 시장이 엄청나고, 수의사가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얘기들이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눈물 자국 왜 생기나요?

이렇게 눈물이 눈 밖으로 흘러넘쳐서 눈물자국이 생기는 증상을 의학용어로는 유루증(Epiphora)이라고 얘기합니다. 눈물에는 포피린(Porphyrin)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는데, 포피린은 몸이 철을 분해할 때 나오는 성분입니다. 강아지에서 포피린은 소변, 침, 눈물 등으로 배출될 수 있는데, 이게 빨갛게(혹은 갈색으로) 털에 색소 침착을 유발하죠. (발을 많이 핥는 강아지들의 발 끝이 빨갛게 변한 것도 침에 있는 포피린 때문입니다.) 모든 강아지들은 눈물에 어느 정도는 포피린이 있는데(많은 강아지도 있고, 아닌 강아지도 있습니다), 털이 하얀색이라면 이런 적갈색의 색소 침착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이 눈물 자국을 인지하게 됩니다. (검은 푸들이 눈물자국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유루증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혹은 둘 다) 때문에 생깁니다.

  1. 눈에 자극이 생겨서 눈물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

  2. 눈물량은 정상인데, 배출이 잘 안되는 경우

어떤 경우냐에 따라서 치료를 필요로 하는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 유루증은 안과에서도 치료가 아주 까다롭고, 깨끗하게 눈물 자국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환자에게 큰 불편함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미용 상의 문제라고 보고 굳이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지 않죠.

눈에 자극이 생겨서 눈물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

눈은 자극이 있으면 눈물을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자극원이 되는 것들을 눈물로 씻어버리기 위해서죠. 그래서 수의사들이 유루증이 있는 환자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눈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일시적으로 각막에 상처가 생겨서(=각막 궤양) 눈물이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인 자극 때문에 눈물이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막염이라든가, 속눈썹이 눈을 자극한다든가 하는 일들이 흔한 문제 중 하나죠. 혹은 이소첩모(눈꺼풀 안에 있는 털, ectopic cilia) 같은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치료가 필요하죠. 만성적인 바이러스성 결막염(보통은 허피스 감염) 때문에 눈물 자국이 사라지지 않는 고양이라든가,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 강아지에서 눈 앞쪽의 얼굴 털이 반복적으로 눈을 건드려서 자극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안그래도 눈이 튀어나온 시츄에서 코에 난 털이 계속해서 눈을 자극하면 유루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얼굴털이 눈을 자극하지 않도록 자주 털을 정리해주는 식으로 유루증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강아지의 경우, 결막염의 상당수가 알러지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그렇다보니 아토피가 있는 환자들 중에서는 눈물 자국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꽤 많습니다. 발사탕(=발을 자주 핥음)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 눈과 발이 모두 빨간 경우들이 있죠. 이런 환자들은 알러지 자체를 컨트롤해주는 방식으로 유루증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눈물량은 정상인데, 배출이 잘 안되는 경우

사실 눈물자국으로 병원을 오는 상당수의 강아지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혹은 앞서 언급한 눈을 자극하는 요인과 배출에 문제가 생긴 경우 둘이 복합적으로 문제가 돼서 병원을 오죠.

눈물의 배출에 관해서라면 눈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에서 찾은 적당한 모식도 하나를 가져와보죠.

정상적인 눈은 눈물을 배출하기 좋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코에 가까운 눈의 내측면(=내안각)을 보면 눈물언덕(lacrimal caruncle)이라고 하는 구조물이 있고,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에는 각각 눈물소관(lacrimal canaliculi)이 열리는 눈물구멍(lacrimal punctae)이 있습니다. 정상이라면 눈물은 이 구멍을 통해 빨려들어가서 두 눈물소관을 통해 교차지점인 눈물낭(lacrimal sac)에 도달하고, 눈물낭에서부터 눈물은 코눈물관(Nasolacrimal duct)을 통해 코와 목쪽으로 눈물이 배출되죠. (그래서 사람도 눈물을 많이 흘리면 눈물만 나는게 아니라 코를 훌쩍거리게 되는 겁니다.)

이 경로의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면 눈물이 코와 목쪽으로 빠져나가질 못하고 눈 바깥으로 넘쳐 흐르게 됩니다. 눈물은 일종의 물이니까 흐르기 좋은 곳으로 흐르게 되고, 그게 보통 눈물 자국이 생기는 눈과 코 사이가 되는 거죠.

이 경로에 가장 흔하게 생기는 문제는 보통은 선천적인 해부학적 구조의 문제입니다. 푸들이나 비숑, 치와와, 단두종에서 자주 보게되는 문제로 소형견들의 상당수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품종들은 눈이 들어가 있는 안와(orbit)가 얕아서 상대적으로 큰 대형견들에 비해 눈과 눈꺼풀 사이에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눈물을 머금고 있다가 눈물구멍으로 눈물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머금어지질 못하고 그냥 밖으로 흘러나와 버리는 거죠. 이런 문제는 교정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태어나도록 품종 개량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품종 개량에 따른 해부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상당수의 소형견들이 눈이 커서 귀여운 반면, 안와가 얕아서 이 공간이 좁습니다. 말티즈, 빠삐용, 포메라니안 같은 경우도 여기에 속하죠.

때로는 교정이 가능한 문제 때문에 눈물 배출 경로가 막히기도 합니다. 안검내반(entropion)으로 눈물이 빠져나가야할 구멍이 막힌다든가 하는 경우가 그렇죠. 이런 경우에는 외과적으로 교정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을 자극하는 문제와 배출 경로의 문제가 겹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츄처럼 단두종인데, 적당히 털도 긴 품종들이 그렇죠. 시츄는 눈이 약간은 튀어나와 있어서 안검과 안구 사이의 공간이 좁은 편인데, 그렇다보니 안그래도 눈물이 눈 밖으로 흘러나오기 좋은데, 거기에 주둥이가 짧아서 코쪽의 털이 눈을 자극하기도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자극 때문에 눈물량도 많아지게 되죠(시츄의 눈을 보면 내안각쪽의 흰자위에 이런 자극 때문에 색소침착이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 이 털은 눈에서 만들어진 눈물이 눈물구멍이 아니라 털을 타고 곧장 눈 바깥쪽으로 흘러가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다른 품종에 비해서 눈물자국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셈이죠.

이 외에 눈물언덕(lacrimal caruncle)에 털이 길게 나는 경우 역시나 눈물 구멍을 우회하는 배출로를 만들어버리면서 눈물 자국이 생기는 품종도 있고, 내안각쪽이 약간은 삼각형 모양으로 눈물이 빠져나가기 너무 좋게 생겨서 눈물 자국이 생기는 코카 스파니엘 같은 품종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구조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죠.

어떻게 해야 눈물 자국을 지울 수 있나요?

왜 눈물 자국이 생기는지 원인을 명확히 했다면, 원인을 교정하는 식으로 눈물 자국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안검내반처럼 외과적으로 교정이 되는 부분은 교정을 해주고, 아토피가 있다면 아토피를 관리해주고, 이소첩모 같은 게 있다면 첩모를 제거하는 시술을 해줍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다수 소형견들(푸들, 비숑, 말티즈, 치와와, 시츄, 포메라니안 등등 한국에서 많이 키우는 견종들)은 선천적으로 품종에 따른 해부학적 특징 때문에 눈물자국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런 경우는 눈물 자국은 (피부를 짓무르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순전히 미용 상의 문제일뿐 환자에게 통증이나 불편함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고 그냥 무시해버리죠.

보호자분이 신경이 쓰인다면 경증의 경우에 눈 주변 털을 자주 정리해서 눈을 자극하지 않고, 눈물이 털을 타고 흘러내리지 않게 해주는 정도로 그치기도 하고, 눈물 자국이 생기는 부분을 세정제를 이용해서 자주 닦아주는 식으로 관리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미용 상의 문제라 하더라도 이걸 어떻게든 지우시겠다 하는 경우에는 약을 이용하는 때도 있습니다. 테트라사이클린 계통의 항생제나 타일로신(티어젠, 티어가드 같은 약들)을 먹이면 눈물자국이 지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늘 지워지는 건 아니고, 효과가 조금 들쭉날쭉입니다) 이 항생제들로 세균을 죽여서 눈물 자국을 없애는 게 아니라 이 항생제들의 side effect(일종의 원치 않는 부작용)을 이용해서 눈물 자국을 없애는 개념인데, 건강 상의 문제가 아님에도 항생제를 먹여서 내성균을 늘릴 수 있다는 리스크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는 치료법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끊으면 바로 다시 눈물 자국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요.

유산균을 먹이면 눈물 자국이 지워진다는 얘기들도 있는데, 어떤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눈물 자국 자체를 수의사들이 심각한 병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인 유산균 복용을 반대하지 않는 것 뿐이죠. 효과를 보면 좋고, 아님 말고의 개념이랄까요.

먹는 것과 눈물 자국은 상관이 있나요?

이게 사실 수의사들을 제일 곤욕스럽게 하는 부분입니다. 앞서 말했듯 유루증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보니 먹는 건 사실 유루증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분들이 뭘 먹였더니 눈물 자국이 생겼다, 사료를 바꿨더니 눈물 자국이 사라졌다 같은 얘길 하시죠. 이론적으로는 말이 잘 안되는 얘기입니다.

먹는 것이 눈물 자국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먹는 것에 의해 알러지가 생겨서 결막염이 터지는 경우에는 눈물 생성량이 많아지면서 유루증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 푸드 알러지가 있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눈물 자국을 지워준다는 보조제나, 눈물 자국에 좋다는 사료 위 토핑, 눈물 자국에 좋다는 사료 같은 것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죠. 푸드 알러지로 인해 눈물 자국이 생기는 환자라면, 가수분해 사료나 안 먹어본 단백질 원료의 사료(novel protein diet) 같은 것들을 먹어야지만 관리가 가능합니다. 닭고기 알러지 때문에 눈물 자국이 터졌던 환자라면 돼지고기 사료로 바꾸고,우연찮게 소 뒷걸음질치듯 들어맞는 경우가 있겠지만, 개별 환자마다 어떤 단백질에 알러지가 있을지는 알기가 어려우니 모든 강아지들에게 잘 맞는 눈물 사료 같은 건 없다고 봐야죠. (눈물 자국에 좋다는 보조제들이 거의 다 무쓸모라는 얘기입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수의사가 할 말인가 싶기는 하지만, 눈물 자국은 수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케이스가 아니라 선천적인 문제라면 보통은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잘 들어맞습니다. 눈물 자국이 많이 생기는 강아지 고양이라면 눈 자체에 자극을 주는 문제가 있거나, 교정이 가능한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병원에 가보는 게 당연히 추천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고 해부학적 구조의 문제라는 얘길 들었다면, 많은 경우 강아지 고양이들은 눈물 자국에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불편함은 보호자의 마음 속에만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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