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중 하나가 주사기입니다. 일회용이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십개의 주사기를 사용하곤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동물병원에서 쓰는 주사기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기가 아니라, 오늘동물병원에서 조금 더 신경써서 쓰고 있는 주사기에 대해서요.
첫번째는 필터 주사기입니다. 말그대로 주사기에 필터가 달려있는 건데요, 왜 이미 깨끗한 약물을 뽑는 주사기에 필터가 필요한 걸까요? 답은 주사제를 담고 있는 유리 앰플과 고무패킹 주사약병(바이알)에 있습니다.
유리 앰플과 고무패킹을 뚫어서 사용하는 주사제 바이알
주사제를 뽑을 때 유리앰플이 개봉되면서 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유리 조각들이나, 바이알 고무패킹에 있는 고무 조각들이 주사제에 혼입될 수 있다는 문제는 이미 사람에서는 많이 보고되어 있는 얘기입니다. 유리조각이나 고무 같은 이물질이 정맥 내로 혼입되면, 급성보다는 만성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정맥의 혈전이나 폐 모세혈관에서의 유리조각 확인, 그로 인한 무기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 사람에서 “유리앰플 주사제의 안전한 사용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유리앰플을 안전하게 개봉하는 법을 설명하고, 가능한 유리조각 같은 이물질을 걸러줄 수 있는 필터 주사기나 pre-filled 주사기를 사용하는 걸 권장하고 있습니다.
동물에서는 이런 내용에 대한 부분이 아직은 보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동물이라고 이물질이 정맥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리 없다는 건 당연합니다. 동물들은 이물질에 의한 혈전이 문제가 될 정도로 오래 살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에서의 이물질에 대한 연구가 동물 실험으로 검증됐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지는 다소 미심쩍습니다.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은 정맥으로 들어가는 주사제를 뽑을 때는 필터 주사기와 필터 니들을 사용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필터 니들과 필터 주사기
일반적으로 필터 주사기가 더 좋다는 걸 알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건 주사기의 가격이 일반 주사기에 비해 비싸고, 필터가 달린 주사 바늘을 이용해서 주사제를 뽑았다 하더라도, 실제 주사할 때는 날카롭고 가는 니들로 바꿔줘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동물병원은 병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할만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주사기만 이렇게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입원 치료를 하면서 여러가지 주사를 맞아야 하는 입원 환자의 경우에는 수액이 들어가는 수액줄 자체를 필터가 달린 제품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면 수액줄을 통해 주사제를 투약할 때 일반 주사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물질을 걸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필터 수액줄을 사용 중인 입원 환자
필터의 사용이 여기에서만 그치는 건 아닙니다. 수혈을 할 때도 필터의 사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액 라인을 통해서 수혈을 하는 경우에는 수혈용 수액 세트를 이용해서 어느 정도의 필터링이 되지만, 소량의 혈액을 수혈할 경우에는 주사기를 시린지 펌프에 달아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때 반드시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Hemo-nate라고 하는 필터입니다. 종종 이런 필터 없이 수혈을 하는 케이스를 볼 때가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은 모든 수혈 케이스에서 반드시 필터를 사용합니다.
주사기를 이용해 수혈을 할 때 사용하는 Hemo-Nate Filter
바이알에 달아놓고 쓰는 필터도 있습니다. 바이알에서 주사 바늘을 찌르게 되어 있는 고무 패킹은 여러번 반복 사용하는 경우에는 닳게 되어있는데, 그래서 몇몇 반복 사용이 가능한 주사제들은 바이알의 사용 횟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물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항구토제인 세레니아라는 주사제는 첫 사용 후 28일이 지나면 주사제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폐기하게 되어 있지만, 28일 이전이라 하더라도 총 25번 고무 패킹을 바늘로 찌르면 폐기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닳아버린 고무 패킹을 통해 외부에서 주사제 안에 세균이나 먼지 등이 혼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오늘동물병원은 디스펜싱 핀(Dispensing pin)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Dispensing Pin을 달아놓은 주사제 바이알 (사족이지만, 세레니아와 함께 주사 통증이 덜한 동일 성분의 프레보맥스라는 주사제도 병원에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디스펜싱 핀은 외부에서 세균이나 이물질이 주사제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바이알에 달아놓는 필터입니다. 이렇게 하면 주사제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고무패킹을 주사바늘로 여러번 찌르는 문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고무를 바늘로 찌르지 않으니 이물질이 주사기 안으로 혼입될 문제에서도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요.
주사 바늘의 사이즈가 작아서 고무 패킹이 혼입되는 것(이런 걸 전문용어로 coring이라고 합니다)에 대한 리스크가 적거나 정맥이 아닌 피하에 주사하는 주사제를 뽑는 경우라 할지라도 항상 주사제를 뽑을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장하는 non-coring technique을 이용해서 주사를 뽑도록 노력합니다.
non-coring technique을 이용해서 주사제를 뽑는 모식도
주사기의 디테일에 대해 얘기할 때, 주사 바늘(니들)에 대한 내용을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니들의 크기는 게이지(gauge)로 구분합니다. 숫자가 클수록 얇은 니들이고, 숫자가 작을수록 두꺼운 니들입니다. 예를 들어, 18게이지 니들은 엄청나게 두껍지만, 26게이지 니들은 꽤 얇은 니들입니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많이 쓰는 니들 사이즈는 26게이지(1cc 주사기에 달린 니들), 23게이지(3cc와 5cc 주사기에 달린 니들), 18게이지(10cc와 20cc, 50cc에 달린 니들)가 있습니다. 정맥 주사의 경우 이미 잡아 놓은 정맥 카테터(IV catheter line)를 이용해서 주사하기 때문에 니들이 환자에게 직접 주사되지 않아 사이즈가 큰 게 상관이 없지만, 피하 주사의 경우는 니들 사이즈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직경이 큰 니들일수록 환자가 더 아파하기 때문이죠.
오늘동물병원은 아이들이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 병원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바늘이 들어갈 때의 통증과 공포에 대해서도 신경씁니다. 예를 들어 동물등록을 할 때 내장칩을 넣는 주사 바늘은 매우 두꺼운 16게이지 니들로 마취 중에 등록을 하는 게 아니라면 환자들이 니들이 들어갈 때 아파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은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리도카인과 프릴로카인이 함께 들어간 국소마취 연고(EMLA 크림)를 미리 동물등록이 필요한 아이들의 피부에 발라준 후 주사를 하는 방법을 이용해 환자의 주사 통증을 줄입니다.
주사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주사 바늘의 사이즈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환자의 사이즈와 성향에 따라서 다르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아주 작은 니들을 이용해 주사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가장 가는 니들로 많이 쓰는 것이 인슐린 주사기에 달려 있는 29게이지 니들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일반적인 예방 접종을 할 때도 인슐린 주사보다도 얇은 30게이지 니들을 사용해서 환자가 주사를 맞았을 때 아프지 않도록 하고, 예민한 환자의 경우에는 그보다 얇은 34게이지 니들을 사용합니다.
34게이지 나노니들
34게이지 니들의 경우 사람에서 미용 시술 시에 사용하는 니들로 나노니들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작은 니들로 벽두께를 줄이고, 내경을 넓게해서 주사 시 통증을 줄인 니들입니다. 단가가 아주 사악해서 사람 병원에서도 루틴하게 사용하는 니들은 아닙니다만, 오늘동물병원은 환자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통증에 민감한 환자의 경우 이 니들을 이용해 주사 통증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 니들과 나노니들의 차이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이 있다는 걸 아는 경우들이 있지만, 때로는 현실적인 어른의 사정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부분에서 타협하지 않습니다. 작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최선이 있다면, 어른의 사정은 아이같은 마음으로 무시하고 환자를 위해 최선이 되는 것을 선택합니다. 보호자분들은 알기 어려운 부분이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병원을 찾는 아이한테 최선이라 생각이 되면 그렇게 합니다. 병원의 의료진 모두, 내가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다녔으면 하는 병원을 만들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소한 것 하나조차도 허투루 넘기기 어렵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주사기와 주사 바늘에서조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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