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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의 원인? 심장 초음파 판독하기

오늘도 도파민 중독에 빠져 인스타그램을 허우적대던 중에 재밌는 강아지 보조제 광고를 하나 봤습니다. 강아지 심장에 좋다는 보조제 광고였는데, 재밌었던 건 심장초음파를 본 폐수종 환자 케이스를 케이스 리포트 방식으로 풀어낸 부분이었습니다. 광고를 직접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보조제 광고라면 지겹게 봤지만, 케이스 스터디라니 흥미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호흡이 빠르고 간혹 기절을 하는 강아지가 방사선 검사랑 심장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심인성 폐수종이더라…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케이스는 동물병원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죠. 마침 오늘동물병원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어서 똑같이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엄밀하게는 비슷한 히스토리로 타원을 내원해서 심인성 폐수종과 폐고혈압을 진단받고 약을 먹다가 오늘동물병원에 온 케이스입니다.)


환자는 10살의 치와와로 이미 심인성 폐수종을 한 번 겪고, 타원에서 심장병을 관리 중인 환자였는데, 이사 때문에 오늘동물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시려고 아이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심장약을 먹기 시작한 건 이제 2달이 조금 안된 상황이었죠. 어느 날 밤, 호흡이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흥분해서 짖다가 갑자기 기절하는 모습을 보고 병원에 데려가셨었다는 히스토리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폐수종 얘길 들으셨고, 심장 초음파를 보니까 폐고혈압도 있어서 폐고혈압 때문에 기절을 한 것 같다는 얘길 들으셨죠.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을 내원했을 때는 폐수종 관리를 위한 피모벤단과 이뇨제, 폐고혈압 관리를 위한 실데나필을 복용 중이었습니다.

광고에 나온 것과 거의 똑같은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 환자의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를 (광고처럼)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심장 초음파는 잘 보는 것만큼이나, 잘 판독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환자의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는 이전 병원에서 본 것입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이 결과를 토대로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판독만 했죠.)

환자의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 LA:Ao ratio 2.27

  • MPA: Ao ratio 1

  • MR velocity: 5.5 m/s

  • TR velocity: 3.48 m/s

  • 현재 복용: 피모벤단, 실데나필, 이뇨제, 스피로노락톤, 에날라프릴

이 환자의 진료 포인트는 실신의 원인이 무엇이었냐에 있습니다. 강아지의 실신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수의사들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부분은 심장 문제입니다. 특히 폐고혈압이 있을 때 실신을 할 수 있다고 보죠. 그래서 일단 폐고혈압이 정말 심한가를 우선적으로 보게 됩니다. 폐고혈압을 의심할 때 수의사들이 제일 쉽게 확인하게 되는 수치는 TR(Tricuspid Regurgitation) 속도입니다. (TR 속도를 알면 우심방과 폐동맥 사이의 압력 경사를 계산할 수 있어서 이 수치를 보는건데, 걍 복잡한 개념을 제쳐놓고 TR 속도(TR velocity)가 높으면 폐고혈압이 심하다…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 환자의 TR 속도는 3.48m/s로 측정됐는데, 측정값이 기록된 초음파 사진을 가져와보죠.

TR flow가 348.6cm/s니까 대충 3.48m/s로 단위환산이 됩니다. 폐고혈압 관한 부분도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에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TR을 그냥 3.48m/s라고 측정치를 받아들이기 전에 이게 제대로 측정된 것인가를 한 번 살펴보죠.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는 TR을 측정할 때 주의해야한다면서 사진을 한 장 던져주는데,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옥수수 수염처럼 길게 늘어지는 도플러 파형에서 진하게 찍히는 점을 측정하고, 흐릿하게 나오는 부분(feathered edge)을 측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죠. 이 기준으로 본다면, 초음파 상에서 TR 속도는 3.48m/s 정도에 점이 찍혔지만, 가이드라인대로 제대로 찍었다면 아마 그보다 조금 위쪽인 3m/s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통상 TR 속도가 3.0m/s 이상이면 폐고혈압이 있을 가능성이 중간 정도(intermediate)는 된다고 보니까, 조금 가능성 높게 쳐주자면 폐고혈압이 있을 수는 있는데, 그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겠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죠.

예전에는 이런 TR 속도를 측정해서 폐고혈압을 mild, moderate, severe로 구분을 하곤 했습니다. 최근에 이 개념은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는 다소 임의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임상에서는 종종 이 개념으로 폐고혈압을 구분하곤 하죠. 가이드라인에서 얘기하듯 임의적인 기준(cut-off)을 쓰기 때문에 텍스트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만, 보통 TR 속도가 2.8-3.5m/s 사이면 mild한 폐고혈압, 3.5-4.3m/s 사이면 moderate, 4.3m/s 이상이면 severe한 폐고혈압이 있다고 봅니다.

폐고혈압에 의한 임상증상을 컨트롤해주는 실데나필은 실신의 원인이 폐고혈압이라고 생각될 때 투약되는데, (늘 그런 건 아니지만) 폐고혈압에 의해 실신이 발생하려면 moderate한 수준의 폐고혈압(=가이드라인 기준으로는 폐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나타난다고 봅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가이드라인 기준 폐고혈압의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지만(intermediate), 옛날 기준으로는 경미한 폐고혈압(mild PAH)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신이 정말 폐고혈압 때문인지에 물음표가 띄워지게 되죠.

폐고혈압이 직접적인 실신의 원인이 아니라면, 이 환자가 기절했던 이유는 뭘까요? 어떤 논문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경험적으로 초기 폐수종 상황에서 환자가 기절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좌심에 걸리는 압력이 세지면, 좌심에 의해서 경미한 폐고혈압(가이드라인 기준으로 Group 2의 폐고혈압이라고 합니다)이 생기기도 하고, 폐수종 자체가 폐에서의 혈류 저항을 늘리기 때문에 기절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길 하기도 하죠. 이 환자의 경우, 대동맥의 직경 대비 좌심방의 직경을 비교하는 LA:Ao ratio가 꽤 크기도 하고, 실제 여기에는 쓰지 않은 E peak이나 MR의 density 같은 것들도 심한 좌심부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에 폐고혈압이 직접적으로 실신을 유발했다기보다는 좌심부전에 의한 심인성 폐수종이 실신까지 하게 만들었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환자의 약은 어떻게 바뀔까요? Intermediate한 가능성으로 있을 수 있는 폐고혈압(그냥 퉁쳐서 mild한 폐고혈압)이 좌심부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폐고혈압을 대증적으로 관리하는 실데나필보다는 좌심부전 자체를 해결해주는 쪽으로 약이 바뀌게 됩니다. 실데나필은 빠지게 되고, 이뇨제와 피모벤단만 유지하면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되죠. 실제로 이 환자는 오늘동물병원에서 실데나필을 빼고 약을 처방받았고, 이뇨제와 피모벤단만으로 실신 없이 안정적인 호흡수를 유지하면서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진료가 보통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들이 하는 표준적인 치료라면, 이번에는 광고에 올라온 걸 한 번 보죠.

보조제 먹는 환자의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 LA:Ao ratio 1.5

  • MPA: Ao ratio 2.2

  • MR velocity: 4.9 m/s

  • TR velocity: 2.3 m/s

  • 현재 복용: 피모벤단, 이뇨제

광고에서는 LA:Ao ratio 수치가 1 이하여야 정상이라고 얘기하지만,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은 심장의 리모델링 기준을 LA:Ao ratio 1.6으로 잡고 있습니다. 1.6보다 작으면 좌심방 확장이 별로 없는 상태인 거고, 1.6 이상이면 심장이 이미 좀 커져서 폐수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죠. 이 얘길 그대로 믿어보자면, 광고 속 환자는 좌심방 확장이 거의 없는 상태이니, 실제 폐수종이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심인성 폐수종 가능성은 많이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폐수종이라면 심인성이 아니라 비심인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게 되는거죠. 물론 건삭 파열로 인해서 심장이 보상기를 갖지 못하고 폐수종이 생기는 드문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이미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도 심장약을 먹고 있었던 환자라는 걸 감안하면 엑스레이에서 폐가 하얗게 보일 땐, 비심인성 폐수종이나 폐렴을 일차적으로 먼저 의심하게 되는 거죠. 비심인성 폐수종이나 폐렴이라면 이뇨제 투약이 오히려 환자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MR은 어떨까요? MR 속도가 높으면 역류량이 더 많은 거라고 적혀있는데, TR이 폐동맥과 우심실 사이의 압력 경사를 알려주는 것처럼, MR은 역류량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대동맥과 좌심실 사이의 압력 경사를 알려줍니다. 저게 높으면 (폐고혈압이 아니라) 전신고혈압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죠. 실제 역류량은 속도가 아니라 옥수수 수염같은 도플러 파형이 얼마나 진하게 찍히냐, 컬러 도플러에서 역류되는 부분이 좌심방에서 얼마나 차지하냐 같은 걸 봅니다.

좌심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망한 가운데, 우심에 대한 평가도 몹시 흥미롭습니다. MPA:Ao ratio가 2.2라는 얘기는 대동맥 직경 대비 폐동맥(MPA)의 직경이 크다는 얘기인데, 이건 광고에서 얘기하듯 얼추 1 근처의 값을 갖는 게 정상입니다. 수치가 높다는 얘기는 폐동맥이 넓어졌다는 얘기가 되는데, 보통 폐고혈압이 있는 환자에서 보게 되는 모습입니다. 폐고혈압은 TR 속도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 아니고, 폐동맥이 넓어졌는지, 우심 확장이 있는지, 심실 중격이 좌심실 쪽으로 밀리는지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 그런 여러가지 평가지표 중에 하나인거죠.

어쨌든 폐동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는 얘기(2.2가 나오는게 가능한가는 걍 제쳐두고 얘기하죠)이기 때문에 폐고혈압이 굉장히 심한가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실제 TR은 얼마나 나오는지를 한 번 보죠. 저 수치를 그대로 믿으면 폐동맥 직경이 좌심방 직경보다도 커졌다는 얘기니까, 좌심보다 우심이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고, TR도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오는게 당연한 일이 됩니다. 근데 정작 TR은 2.3m/s로 확인이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2.3m/s의 TR을 걍 폐고혈압이 없다…라고 얘기하기로 했죠(컨센서스 가이드라인 기준으로는 폐고혈압 가능성이 low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좌심 확장은 없는데, 심인성 폐수종이 터졌고, 폐고혈압 관련해서는 MPA 측정을 잘못했든, TR 측정을 잘못했든 심장 초음파를 잘못 본 것 같은데, 폐고혈압이 있다고 진단을 내린 셈입니다.


심장 초음파 판독과 관련한 지식을 조금만 알고 있다면, 저 광고 속 케이스가 (심장초음파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케이스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정말 실존하는 케이스를 가지고 왔다면, 심장초음파를 어지간히도 이상하게 잘못 본 케이스라고 생각할 수 있죠(이쪽이 조금 더 비극인 것 같아서 만들어낸 케이스이길 바랍니다).

사실 이런 걸 저처럼 도파민에 중독된 수의사가 아니면 누가 꼼꼼히 보겠냐마는… 사람처럼 의료법이 의료 광고를 철저하게 규제하지 않으니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심장에 도움이 되는 보조제는 이렇다할 에비던스가 있는 성분이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보조제로 심장병을 케어하겠다는 건 환상에 가깝죠. 하지만 강아지 고양이 심장 환자는 많고, 보조제를 팔면 꽤 괜찮을 것 같고, 팔려면 뭘 좀 아는척도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이런 무리수도 생기게 됩니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정확한 정보인 것마냥 전달되는 것이니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죠. 이제 저런 건 좀 그만보고 싶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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