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오늘동물병원의 수술 소독 방법
블로그

오늘동물병원의 수술 소독 방법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동물병원에서 강아지 고양이들의 수술을 준비할 때 어떤 식으로 소독을 하는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병원 블로그를 계속 봐오신 분들이라면 저희가 보호자분이 보지 않으시는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따지고 신경 쓴다는 것을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 수술과 관련된 소독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보통 수술 소독이라고 하면, 멸균기를 이용해서 수술 도구를 소독하는 것을 얘기합니다만, 그건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굳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몇몇 몰상식한 병원에서 수술 도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쓰는 것 때문에 수술 도구를 멸균해서 쓴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흡사 잘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 포인트가 될 때가 있는데, 기본을 지키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보다도 한 단계 더 잘하고 있을 때, 그게 자랑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덧붙이자면) 오늘동물병원은 고압증기멸균기(오토클레이브)와 친환경적인 플라즈마 멸균기를 이용해서 모든 수술 도구를 소독합니다. 기관 삽관 튜브나 수술포 같은 경우는 재사용하지 않고, 모두 일회용을 사용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수술 전에 환자의 피부를 어떻게 소독하느냐에 관한 얘기입니다. 놀라운 일이지만, 수술 전에 환자의 피부를 어떻게 소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해진 스탠다드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병원마다 피부를 소독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어떤 방법을 쓴다고 해도 사실 딱히 잘못됐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사람 병원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권장되는 방법은 있다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먼저, 소독약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동물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고, 사람에서의 내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WHO의 가이드라인입니다. WHO는 “Global Guidelines for the Prevention of Surgical Site Infection“이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수술 후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권고 사항을 제안합니다. 가이드라인 안에는 수술 전에 예방적 항생제를 어떻게 쓸 것인가부터 수술 부위를 어떻게 소독해야하는지, 수술 전에 술자가 손은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같은 내용들이 매우 상세하게 나옵니다. 수술 부위 소독과 관련된 내용은 87 페이지 즈음에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포비돈(빨간약) 기반의 피부 소독보다는 클로르헥시딘 기반의 피부 소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고, 알콜이 섞여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포비돈 소독을 선호하는 병원들이 있는데, 적어도 에비던스 기반으로는 클로르헥시딘이 더 추천되는 소독약이라는 얘기입니다. 알콜 베이스의 클로르헥시딘이라는 점도 중요한데, 그래서 보통 헥시딘을 수술 전에 피부 소독약으로 쓰는 병원의 경우에는 알콜과 클로르헥시딘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소독을 하곤 했습니다. 피부 위에서는 알콜과 헥시딘이 섞일테니 그렇게 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그렇게 안해도 되도록 아예 클로르헥시딘과 알콜이 섞여서 나오는 제품도 있습니다.

이소프로필 알콜과 클로르헥시딘이 섞여서 나오는 제품

오늘동물병원은 WHO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알콜 베이스의 클로르헥시딘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같은 소독제를 이용해서 피부 소독 자체를 더 깔끔한 방식으로 할 수 있께 해주는 제품도 있습니다. 클로라프렙이라는 이름으로 미리 일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멸균되어서 나오는 제품입니다.

BD 클로라프렙(Chloraprep)

수술 전에 사용할 수 있게 나온 제품으로 소독하는 사람의 손이 환자의 피부에 닿지 않아서 더 깔끔하게 소독이 가능하고, 소독 도구 자체도 멸균되어서 나오니까 기존의 소독약을 담아두고 사용하는 방식보다 더 좋습니다. 해외에서는 사용한지 꽤 오래 됐지만, 국내에는 비교적 최근에 출시되어 사람 병원에서도 얼마전부터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 동물병원 중에서는 오늘동물병원이 최초 사용입니다.)

WHO(세계 보건 기구), ACS(미국 외과의협회),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NICE(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은 모두 알콜 기반의 클로르헥시딘 용액으로 소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권고 사항을 동물에서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동안 별 문제 없었으니까, 그냥 하던대로 하는 것을 오늘동물병원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도입하고, 가장 스탠다드라고 하는 것들을 쓰려고 합니다. 잘하던 것들도 다시 돌아보고, 더 개선시킬 점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봅니다. 개선시킬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익숙하지 않더라도 바꾸려고 노력하고요. 수의학도 새로운 경향이 있고, 트렌드가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놀라실 정도로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기도 하는데, 오늘동물병원은 환자가 가장 최신,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늘 공부합니다.

​사족

사족으로 (비슷하게) 수술 전에 피부에 붙이는 아이오반이라고 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포비돈을 얇은 필름지에 묻혀(impregnated)둔 수술용 드레이프인데, 포비돈이 묻어있다보니 좀 더 깔끔한 수술 부위 감염 컨트롤을 위해 사용하곤 합니다. 동물병원에서도 종종 사용하곤 하고요. 오늘동물병원에도 가지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 (박스 사진이지만)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3M 아이오반 수술용 드레이프

동물병원에서도 루틴하게 쓰는 제품이긴한데, 아이오반은 수술 부위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가에 대해서 다소 엇갈린 에비던스들이 있습니다. 코크란 리뷰를 보면 에비던스의 정도가 높지는 않지만, 수술 부위 감염에서 오히려 아이오반을 사용하는 경우에 감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어서, 쓰는 게 정말 좋은가에 대해서는 조금 논란이 있는 편입니다.

코크란 리뷰

아이오반은 동물병원에서 보통 감염 관리가 중요한 정형외과 수술에 많이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간혹 아이들 슬개골 탈구 수술 사진에서 사용한 걸 보게 되곤 하죠.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사족이지만), 혹시나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적어봤습니다. 관련 논문을 보기 전에 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안 쓰고 버리게 생겼…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