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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세포 치료, 어떤 병에 효과가 좋을까요?

미리 얘기하자면, 오늘동물병원은 줄기 세포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솔직 고백하면, 안 한다기보다는 못 하는 것에 가까워서 줄기 세포 치료가 추천되는 환자가 있다면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을 추천드립니다. 2019년, 동물병원들에서 무허가 줄기세포를 사용한다는 뉴스가 JTBC에서 보도된 이후, 동물병원에서 줄기 세포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해서 사용해야만 합니다. 아직 합법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원내에 줄기세포 배양 시설이 따로 없으면 현재는 줄기세포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가끔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 어떨까 싶을 때, 보호자분에게 다른 병원을 말씀드려야 하니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만, 줄기세포 치료는 가장 처음에 선택하는 치료라기보다는 마지막으로 시도해보는 치료에 가까워서 줄기세포 치료까지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쨌든 조금 규모가 큰 병원들에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권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수의학에서 실제로 줄기 세포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에비던스를 가지고 있고, 어떤 병들에서 추천되는지를 이번 포스팅에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강아지의 줄기세포 치료

먼저 강아지의 경우라면, 대표적으로 줄기세포가 추천될 수 있는 질환은 골관절염입니다. 한국의 수의학 임상환경은 상대적으로 관절염을 보조제로만 접근하고, 약물로 접근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강아지 골관절염에 줄기세포까지 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듯 싶은데, 한국은 동물의 삶의 질보다는 수명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고, 장기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관절염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골관절염 외에도 부분적으로 단열된 십자인대나 건염(tendinopathy) 같은 질환에서 사용 증례가 보고되곤 합니다.

아직 에비던스가 탄탄한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치료법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줄기세포가 효과가 있는 경우에도 왜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고, 효과가 있다 그래서 시도해봤는데, 개체에 따라서는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반드시 해야 하는 가장 먼저 추천되는 치료는 아니고, 이런저런 치료법들을 적용했는데도 개선이 없다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해보는 치료에 가깝습니다.

간혹 일부 병원에서 추천하는 경우가 있는듯 싶지만, 현재까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질환으로는 심장 질환과 신부전이 있습니다. 심장 질환의 경우 노령견에서 많이 생기는 MMVD(이첨판폐쇄부전증)은 논문 자체가 거의 없고, 그나마 DCM(확장성 심근병증)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시도된 적이 있지만,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부전에서도 드라마틱한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고양이의 줄기세포 치료

강아지들과 달리 고양이의 줄기세포 적용 범위는 조금 더 넓은 편입니다. 실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병도 꽤 있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줄기세포 치료가 적용되지만,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었던 질환으로는 고양이 신부전이 있습니다. 고양이 신부전의 줄기세포 치료에 관해서 나름 잘 알려져 있는 제시카 큄비 미국 수의내과전문의는 VCNA(Veterinary Clinics of North America)에 올라온 리뷰 논문에서 신부전과 줄기세포에 관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설치류 실험에서 줄기세포가 신부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자연 발생한 고양이 만성 신부전에서는 동일한 긍정적인 개선 효과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실험적인 수준이고, 증명되지 않은(unproven) 치료라는 것이 제시카 큄비 교수의 생각입니다.

2018년 제시캄 큄비 교수의 리뷰 논문이 올라온지 2년 후에 같은 저널(VCNA)에 고양이의 줄기 세포 치료에 관한 또 다른 리뷰 논문(Tracy L. Webb의 논문)이 올라왔습니다. 신부전에서 줄기세포 치료의 효능에 관해 정리한 표를 보면 실제 신부전에서 줄기 세포의 치료 효과는 거의 없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미하게 크레아티닌 수치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지만, 해당 논문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까지 신장 수치 하락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코멘트가 달려 있습니다. 아직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지만, 아직까지는 비싼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보호자분에게 루틴하게 권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줄기 세포가 질병의 치료에 효과적인 케이스들도 있습니다. 위의 표에 있는 질환 중에서는 만성 장병증(chronic enteropathy), 구내염(Chronic gingivostomatitis), 호산구성 각막염(Eosinophilic keratitis)이 그런 병들에 해당됩니다. 구내염의 경우, 꽤 흔한 질환이기도 하고, 전발치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치료지만, 전발치를 해도 낫지 않는 난치성 구내염의 경우에는 줄기 세포 치료가 적극적으로 추천될 수 있습니다. 구내염은 전발치로 낫지 않으면, 평생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를 줄기세포로 완치할 수 있다면, 약물 투약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해당 리뷰 논문에 언급된 또 다른 질환으로는 고양이 천식이 있습니다. 고양이 천식의 경우에도 (아직은 더 많은 임상 연구가 필요하지만) 초기 실험에서 줄기 세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천식의 경우, 병을 완전히 없애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개선되는 부분들이 확인된다 정도에 그치지만, 어쨌든 역시나 평생 면역억압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니 줄기세포를 시도해볼만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흡사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해서 무분별하게 강아지 고양이들에게 투여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줄기 세포 치료는 어디까지나 이제 막 실제 임상에서의 적용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이고, 보호자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경우도 현재로서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직 에비던스가 부족하다고 마냥 피할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어떻게 주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몇 번이나 주사해야 하는지, 어떤 배양 방법으로 어디에서 유래한 줄기 세포가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디 가까운 미래에는 줄기세포에 관해서도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서, 그동안 난치병이라고 생각됐던 것들을 좀 더 쉽게 치료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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