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중성화에 관한 질문은 동물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중성화를 꼭 해야하는지, 한다면 언제쯤 하는 게 좋은지는 어린 반려동물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입니다.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중성화를 하는 것이 좋은지,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중성화가 줄 수 있는 건강 상의 이점 때문에 중성화를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중성화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이 많이 갈립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성화 시점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중성화 꼭 해야할까?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 건강 상의 이점을 얻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2010년대에 UC Davis 대학교에서 나온 논문 4편을 보면,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 관절 문제(전십자인대 파열, 고관절 이형성)와 다양한 암(림프종, 혈관육종, 골육종, 비만세포종), 면역 매개성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얘기가 있은 후, 이른 시기에 중성화를 하는 것을 반대하는 수의사도 있었고, 중성화 자체를 하는 게 좋지 않다고 얘기하는 수의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들이 중환자들만 주로 보는 대학병원에서 행해진 연구였다는 점, 인과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연구에서 살펴본 동물의 수가 적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이 논문을 비판적으로 보는 수의사들도 있습니다. 중성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찬성하는 쪽은 조지아 대학교의 연구를 근거로 듭니다. 8만마리가 넘는 환자를 살펴본 결과, 어떤 병의 유무를 떠나서 중성화를 한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 근거입니다.
– 중성화를 하지 않은 개의 평균 사망 나이: 7.9살
– 중성화를 한 개의 평균 사망 나이: 9.4살
– 중성화를 한 수컷의 기대 수명은 13.8% 증가.
– 중성화를 한 암컷의 기대 수명은 26.3% 증가.
중성화를 한 개들은 전염성 질환, 외상, 혈관 질환, 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극적으로 줄어들었고, 반면 중성화를 하면서 종양이나 면역 매개성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종양에 한해서 얘기하면, 유선 종양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앞서 언급했던 림프종, 골육종, 비만세포종, 이행상피세포암종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유명 동물병원 체인인 반필드 동물병원이 자체적으로 미국 전역에 위치한 1000개가 넘는 동물병원의 차트를 분석했을 때, 중성화 여부에 따른 기대수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중성화를 한 암컷 강아지는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에 비해서 23% 더 오래 삼.
– 중성화를 한 수컷 강아지는 중성화를 하지 않은 수컷에 비해서 18% 더 오래 삼.
– 중성화를 한 암컷 고양이는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에 비해서 39% 더 오래 삼.
– 중성화를 한 수컷 고양이는 중성화를 하지 않은 수컷에 비해서 62% 더 오래 삼.
결론을 정리하면, 중성화를 하는 경우 몇몇 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유선 종양의 발생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면역매개성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중성화를 하지 않은 개들은 감염이나 외상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몇몇 품종에서는 중성화가 관절 질환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는 중성화를 한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종합적으로는 더 오래 삽니다.
그럼 중성화는 언제 해야할까요?
텍사스 A&M 대학교와 코넬 대학교에서 이른 시기에 중성화를 하는 것이 수의학적, 행동학적 문제를 유발하는가에 대해 확인한 연구를 보면, 개와 고양이 모두 이른 시기에 중성화를 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의학적, 행동학적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유선종양이 대부분 악성 종양이고, 유선 종양 발생 시에 생존 기간이 1년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유선 종양 예방을 위해 첫발정 이전에 중성화를 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과거에는 수컷 고양이에서 중성화를 빨리 하면, 페니스가 작아져서 요도 폐색(요도가 무언가로 인해 막히는 문제)이 발생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1996년 논문에서 7주령 이전에 중성화를 한 고양이와 7달에 중성화를 한 고양이의 요도 직경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어 요즘엔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2016년 Veterinary Task Force on Feline Sterilization(고양이 중성화에 관한 수의학 태스크 포스)는 고양이의 중성화에 대한 내용을 살펴봤고, 첫발정이 오기 전인 생후 5개월령 이전에 중성화를 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5개월령 이전에 중성화를 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 사항은 이후 AVMA(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미국수의학협회)에서 지지했고, 뒤이어 AAHA(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 미국동물병원협회)와 AAFP(American Association of Feline Practitioner, 미국고양이수의사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지지했습니다. 즉, 고양이는 수컷과 암컷 모두 5개월령 이전에 중성화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토대로 수의학적 논문 근거를 기반으로 한 중성화 추천 시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종(Species)
중성화 시기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입양 전에 진행 (생후 6주령에도 수술 가능)
고양이(수컷과 암컷 모두)
생후 5개월령 이전
강아지(소형견, 수컷과 암컷 모두)
생후 5개월령 이전
강아지(대형견 암컷)
생후 5개월령 이전
강아지(대형견 수컷 – 자유롭게 길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
생후 5개월령 이전
강아지(대형견 수컷 –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성장판이 닫힌 후: 생후 15-18개월령 이후
보호소에 있거나, 길에서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이른 시기에 중성화를 하는 건 번식의 가능성을 막아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이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보호자분께 중성화의 리스크/베네핏을 설명드리고, 아이에 맞는 적절한 중성화 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일괄적으로 5개월령 이전으로 중성화 수술을 추천드리지는 않고, 아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강아지 중성화 시기와 관련된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이유는 잔존 유치 때문입니다. 소형견이 많은 한국에서는 영구치가 나왔는데도, 유치가 빠지지 않고 남아있는 강아지들이 많은 편인데, 이런 아이들은 보통 중성화 때문에 전신 마취를 했을 때, 유치를 발치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잔존 유치 때문에 두 번 마취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소형견에서는 유치가 늦게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점을 다 고려해서 중성화 시기를 정하게 됩니다. 고양이의 경우는 잔존 유치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접종이 끝나는 4개월에서 5개월령 사이에 중성화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