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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에서 루비날의 효과는?

보조제에 관한 얘기는 늘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만큼 쉽게 구할 수 있고, 보호자분께서 물어보시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표적인 신부전 보조제인 루비날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루비날은 루바브의 추출물(한국말로는 대황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신부전 보조제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먹을 수 있는 보조제이고, 제조사에서는 신부전 2기 이상에서 투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루바브 추출물을 신부전 환자에서 먹이는 이유는 루바브가 신장의 섬유화를 막아준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부전 환자들의 신장은 섬유화나 염증성 변화를 동반하게 되고, 이러한 변화는 신부전의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신장이 섬유화되면 신장의 저산소증, 단백뇨 같은 문제들이 유발되면서 신부전을 악화시킵니다. 이렇게 섬유화가 발생하면 TGF-β라고 하는 것이 과잉발현하게 되는데, 루바브(Rheum palmatum, Rheum officinale)는 이 TGF-β를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루바브 보조제를 주면 단백뇨를 감소시키고, 신장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춘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신부전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루비날을 먹이는 것은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이론적인 근거들이 쌓이게 되면 그 다음에 하게 되는 것이 실제 정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임상 실험입니다. 다행히 루바브 추출물의 신장 질환에 관한 효과는 2014년에 논문으로 실험이 이루어진 것이 있습니다. 2014년 JVIM(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올라온 논문입니다.

신부전 고양이에게 루바브를 줬을 때 어떤 임상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한 RCT(무작위 비교 시험) 논문입니다. 29마리의 신부전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크레아티닌 수치나, 체중, 빈혈 수치, 단백뇨 수치(UPC), 전신 혈압 같은 것들을 토대로 루바브를 먹은 그룹이 안 먹은 그룹에 비해서 더 나은 예후를 보여줬는지를 평가한 것입니다.

결론은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루바브는 어떤 차이를 보여주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인 근거나, 기존의 설치류에서의 실험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임상 실험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입증이 됐다면, 루바브 추출물을 적극적으로 보호자분에게 추천하기란 어려워집니다. 효과가 없다는 에비던스가 있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루비날이 환자에게 해가 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먹이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만, 환자가 루비날 먹는 걸 싫어하거나, 보호자분께서 먹이는 걸 어려워하신다면 굳이 꼭 먹여야 하는 보조제는 아닙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먼저 권하지는 않습니다.) 신부전은 정말 다양한 보조제들이 효과가 있다 없다 논란이 많은데, 모든 보조제를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먹이는 건 어려운 일이니,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을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루바브 추출물은 근거가 많이 부족한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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