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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낫는 림프종, 깝깝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평생 내 강아지 고양이가 항암제 근처에도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보호자의 바람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항암 치료를 받아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림프종의 경우 항암제 반응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보니,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를 하기보다는 화학요법(chemotherapy)를 우선시하죠. 최근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시는 수의사 선생님들이 많아졌는데,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이 항암제 반응성이 떨어지는 림프종 자체를 경험할 일이 많지 않을테니) 잘 낫지 않는(=항암제 반응성이 떨어지는) 림프종에 대한 얘기는 수의사들에게 조금 더 흥미로운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림프종은 서로 아주 다른 특징을 갖습니다. 강아지에서는 cell typing(B-cell인지, T-cell인지)가 중요한 예후 인자로 작용하는 반면, 고양이의 림프종은 cell typing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large cell인지 small cell인지가 조금 더 중요합니다. 하위 분류에 따라 림프종이라 하더라도 치료 방법이 조금씩은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강아지든 고양이든 림프종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CHOP라는 항암 프로토콜을 따라갑니다.

CHOP는 사용하는 약의 첫글자를 딴 것인데, C는 Cyclophosphamide의 첫글자고, H는 Hydroxydaunorubicin(흔히 독소루비신, 혹은 아드리아마이신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O는 Oncovin(빈크리스틴이라는 성분의 항암제를 얘기합니다), P는 Prednisolone(스테로이드)를 얘기합니다. 이 4가지 약을 조합해서 15-25주에 걸쳐서 환자에게 투약하는 일련의 프로토콜을 CHOP 프로토콜이라고 하죠. 여기에 L-Asparaginase 같은 게 붙으면 L-CHOP, (사람에서처럼) 리툭시맙 같은 게 붙으면 R-CHOP이라고 하는 식으로 조금씩 CHOP 베이스로 프로토콜을 바꿔서 사용하게 되곤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했던 림프종 케이스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환자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고양이로 병원을 찾기 2주 정도 전부터 식욕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았고, 구토와 설사 증상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아래와 같은 복강 내 종괴가 확인됐죠. 커다란 혈관을 끼고 있는 림프절로 의심되는 종괴였습니다.

세포학 검사를 진행했고, 세포학 검사에서는 다수의 중대형 림프구가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우 조직 검사로 조금 더 진단을 명확하게 할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Large cell lymphoma라고 진단이 가능하죠.


보호자분과 상의 후, 빠르게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고, 통상적으로 하듯이 CHOP를 선택했습니다. 항암 치료 시작 후, 환자의 종양은 빠르게 작아집니다. 첫 주에 빈블라스틴을 주사하자 일주일만에 환자의 임상증상이 사라졌고, 종양성으로 커졌던 림프절의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통상적으로 항암 반응성이 있느냐 아니냐는 한 사이클을 돌린 후에 평가하지만, 때마침 복부 초음파를 볼 일이 있었고, 이렇게 작아진 걸 보면 괜시리 반응성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수의사와 보호자분 모두가 기분이 좋죠. 하지만 환자는 이 이후 다시 임상증상이 나타나면서 다시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2주차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까지 주사한 이후,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복부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고, 환자의 복부 초음파 사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던 장벽의 심한 비후(장벽의 층구분이 무너져 있는 것도 확인됩니다)가 확인됐고, 림프절도 작아졌을 때와 비교해서 훨씬 더 커진 걸 볼 수 있었죠. 한 사이클을 다 돌리기 전에 이렇게 CHOP 반응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이 때 고민하게 되는 것이 항암 치료 프로토콜을 변경해야하는 게 아닌가…하는 고민입니다. 이렇게 퍼스트 초이스로 선택한 항암 치료 프로토콜이 실패했을 때 하게 되는 치료를 rescue therapy 혹은 rescue protocol이라고 얘기합니다.


퍼스트로 선택하는 프로토콜이 CHOP로 비교적 명확한 반면, 강아지 고양이에서 rescue로 쓰게 되는 프로토콜은 마땅하게 정해진 게 없습니다. 수의사에 따라 자기가 가장 익숙하고, 논문 근거가 제일 괜찮지 않나 싶은 프로토콜을 이용해서 치료하죠. 이미 CHOP에 반응이 떨어진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보통은 어떤 프로토콜을 쓰든 레스큐까지 가게 되면 예후는 좋지 않은 편입니다.

레스큐까지 가게 됐다는 게 이미 불량한 예후를 예측하는 요인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한층 더 최악인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레스큐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들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사실 이게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환자가 종양 때문에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게 보이고, 그 다음에 써야 하는 약이 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데, 약이 없어서 처방하지 못할 때만큼 답답할 때가 없습니다.

Rescue therapy로 쓰는 프로토콜은 꽤 많지만, 대충 논문 근거를 따지면 이런 프로토콜들이 있습니다. 단일 약제를 쓰는 경우도 있고, CHOP처럼 여러 약을 조합하는 경우가 있죠. (출처: vin.com, 유료링크)

Drug

N

OPR

CR

PR

Overall Response

Duration

Complete

Response

Duration

Partial

Response

Duration

Reference

Mitoxantrone

34

47

26

21

NR

126

42

15

47

47

0

84

84

N/A

19

21

NR

NR

NR

NR

NR

Actinomycin D

25

0

0

0

0

N/A

N/A

49

41

41

0

129

129

N/A

Lomustine

43

26

7

20

86

86

NR

39

60

NR

NR

15

NR

NR

Dacarbazine

40

35

2.3

30

43

144

49

Rabacfosadine (GS-9219)

21

62

48

14

99

NR

NR

Rabacfosadine (B cell only)

50

74

45

29

172

203

NR

Vinblastine

39

25

8

18

27

NR

NR

Melphalan

19

26

0

16

24

N/A

24

Temozolomide

25

32

4

28

NR

NR

NR

MOPP

117

65

31

34

NR

63

47

Doxorubicin / Dacarbazine

15

74

47

27

NR

NR

NR

DMAC

54

72

44

28

61

112

44

54

43

16

27

NR

63

36

100

35

21

14

NR

62

32

BOPP

14

50

28

21

NR

129.5

140

LOPP

44

52

27

25

NR

112

84.5

33

61

36

24

98

NR

NR

Rabacfosadine / Asparaginase

52

69

41

28

85

144

59

Asparaginase / Lomustine

31

87

52

35

63

111

42

48

88

65

23

70

90

54

Temozolomide / Anthracycline

18

72

50

22

40

NR

NR

Temozolomide / Doxorubicin

10

60

10

50

NR

NR

NR

Dacarbazine / Anthracycline

35

71

62

9

50

NR

NR

Lomustine / Dacarbazine

57

35

23

12

NR

83

25

MOMP

88

51

12

38.6

56

81

49

Carboplatin / Cytarabine

14

29

NR

NR

56

NR

NR

Bleomycin / Cytarabine

19

37

0

37

15

N/A

15

Lomustine / Procarbazine / Prednisolone

41

61

29

32

NR

84

58

Mitoxantrone / Dacarbazine

44

34

18

16

97

123

56

이 중에서 뭘 쓴다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통상 CHOP에 반응이 떨어진다 판단됐을 때, 종양전문의들이 가장 흔하게 손을 뻗는 건 CCNU(Lomustine)라는 약입니다. 하지만 로무스틴은 국내에 유통이 되지 않습니다. 세컨 초이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가 나빠지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하죠.

그 외에 MOPP도 흔하게 쓰는 프로토콜 중 하나입니다. Mechlorethamine이라는 약과 Oncovin, Procarbazine, Prednisolone을 조합해서 쓰는 프로토콜인데, 국내에서는 이 프로토콜에서 쓰는 Mechlorethamine과 procarbazine이 유통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계통의 약제를 사용하는 BOPP(Mechlorethamine 대신 Carmustine을 사용)도 carmustine이 유통되지 않습니다. (이런 유통되지 않는 약들을 사람은 희귀약품센터에서 구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못하죠.)

쉽게 생각해서 전반적인 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PR)이 60% 이상인 약들만 보면, 다카바진과 독소루비신을 조합한 프로토콜을 제외하면,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프로토콜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각광받는 라박포사딘(타노베아라는 상품명을 갖고 있습니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약이니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양보할 수 있지만, 다른 약들 같은 경우는 신약이 아닙니다. 인체에서의 부작용 같은 이유 때문에 그냥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약인거죠. 그나마 고려해볼 수 있는 프로토콜로 DMAC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DMAC은 논문에 따라 반응률에 대한 얘기가 다소 엇갈리기도 하니, 아무래도 쓸 수 있는 무기가 적다는 건 많이 슬픈 일이죠.

강아지의 경우, cell type에 따라서 퍼스트 초이스로 CHOP 대신 (보통 heavy alkylating protocol이라고 해서 좀 더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프로토콜을 쓰기도 합니다. B-cell type인 경우, 통상적인 CHOP에 반응이 좋은 편이지만, T-cell type인 경우, CHOP 반응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때 쓰는 heavy alkylator들이 앞서 언급한 로무스틴이나 클로르메틴(Mechlorethamine) 같은 것들인데, 역시나 약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cell typing에 따라서 좀 더 다양하게 치료 옵션을 가져가기가 어렵게 됩니다.


일전에도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약에 대한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긴한데, 이렇게 직접 케이스에서 약이 없어서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수의사도 그렇지만, 보호자분 또한 좌절하게 됩니다. 항암 치료까지 하시는 보호자분들의 경우, 고관여 보호자분들인 경우가 많다보니, 약만 있으면 어떻게든 치료를 이어갈텐데, 그렇지 못한 때가 많죠.

암이란 것이 관해(remission)까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현대 수의학이 여기까지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되지만, 한편으로는 ‘공부를 하면 뭐하나, 약이 없는 것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국의 수의학 환경이 깝깝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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