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도란 병이 있는 환자에서 검사가 병이라고 알려주는(=양성이라고 알려주는) 비율을 얘기합니다. 민감도가 높은 검사는 병이 있는데, 병이 없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선별 검사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한편 특이도는 병이 없는 환자에서 병이 없다고 검사가 얘기해주는(=음성이라고 알려주는) 비율을 얘기합니다. 특이도가 높은 검사는 건강한 환자에서 병이 있다고 얘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진단 검사에서 활용하기 좋은 검사입니다.
임상적으로 민감도와 특이도보다 더 유용한 건 양성 가능도비(Positive Likelihood Ratio)와 음성 가능도비(Negative Likelihood Ratio)입니다. 민감도와 특이도를 통해서 계산하는 값으로 이 비율로 어떤 검사를 받은 환자가 검사를 통해서 실제로 병이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어린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물을 많이 마시고, 배뇨를 많이 해서 내웠했다면, 감별진단 목록 중 하나로 쿠싱 증후군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다뇨 이외에 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고,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싱은 상대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질환들 중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지게 됩니다. 쿠싱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LDDST 검사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6%, 70% 정도인데, 이를 토대로 양성 가능도비와 음성 가능도비를 계산하면 양성 가능도비는 3.2, 음성 가능도비는 0.05가 됩니다. 바꿔 얘기하면, 검사에서 양성이 뜨면 환자가 병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대략 3배 정도 올린다는 얘기인데, 3배면 그리 많이 가능성을 올리는 건 아닙니다. 보통 양성 가능도비가 10 이상이면 병이 있을 가능성을 매우 높입니다. 반대로 음성 가능도비는 0.05이기 때문에 결과에서 음성이 뜨면 병이 있을 가능성을 드라마틱하게 낮춥니다. (음성 가능도비가 0.1보다 낮으면 병이 있을 가능성을 확연하게 낮춘다고 봅니다) 수의사들은 각각의 검사에 대해서 이런 정보값을 토대로 검사를 진행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다음에 생각하게 되는 건 양성 예측률과 음성 예측률입니다. 양성 예측률은 실제 검사 결과가 양성이 뜬 환자 중에서 정말 병이 있는 환자의 비율을 얘기하고, 음성 예측률은 실제 검사 결과가 음성이 뜬 환자 중에서 병이 없는 환자의 비율을 얘기합니다. 병이 얼마나 흔한지가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 병이 흔하면 검사에서 양성이 뜬 환자가 정말 양성일 가능성이 높은 거고, 희귀병이라면 검사에서 양성이 떠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로 받으들이면 됩니다.
이쯤까지 쓰고 보니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안 쓰는 게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음 문단부터는 전문적인 내용 빼고…)
수의사라면 이런 내용을 상세히 숙지한 상태로 검사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의미가 없는 검사는 보호자분에게 의료비 부담을 늘릴 뿐이고, 환자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때 하는 갑상선 호르몬(total T4) 검사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경우라면 노령묘에서 total T4 검사를 하는 것이 무증상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만, 같은 검사를 어린 고양이에서 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나이든 고양이에서 주로 나타나는 병이고, 어린 고양이에서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유병률 자체가 극히 낮기 때문에 어린 고양이에서 total T4 검사는 보호자분의 의료비 부담을 늘릴뿐 임상적인 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강아지의 경우, total T4 검사를 건강 검진에서 추천하지 않는데, (고양이가 항진증이 문제가 되는 것과 달리) 강아지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문제가 되는데, 강아지의 나이가 들면 정상적으로 total T4의 수치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정상 범위 자체가 내려갑니다) 전문의들은 강아지 건강검진에서는 total T4를 루틴하게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에세이는 결론에서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게 수의사와 보호자분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검사를 하는 게 에비던스 기반으로 추천되지 않지만, 수의사는 혹시나 놓칠지 모를 낮은 가능성의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서 검사를 하고자 하고,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를 단 하나라도 빼놓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에 검사를 하고자 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검사를 해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수의사에게 검사를 요청합니다. 더 많은 검사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에서나 동물에서나) 더 많은 검사는 때로는 불필요한 의료비를 늘리고, 굳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치료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의사들이 굳이 입 밖에 꺼내려고 하지는 않지만, 더 많은 검사가 결국에는 수의사에게 더 많은 수익으로 환원된다는 것도 고려해볼 부분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수의사들은 이런 부분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이 에세이의 저자는 임상가들이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꼬집습니다.
그럼 어떻게, 어떤 검사를 해야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검사를 할 때는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룰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1. 만약 검사 결과가 추가적인 진단 검사로 이끌지 않거나, 치료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 검사는 할 필요가 없음.
검사는 그 자체로는 환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수의사 입장에서) 만약 어차피 (보호자분의 의향에 의해) 치료를 진행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검사를 할 필요는 없음.
2. 검사를 하든 하지 않든, 진단이 가능성이 극히 높거나, 매우 낮을 경우엔 그 검사는 큰 의미가 없음.
어떤 경우에는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진단을 뽑아낼 수 있는 경우가 있고, 혹은 굳이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그 병은 아닐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유병률과 관련된 문제인데, 이런 경우 굳이 확정 진단 검사가 추천되지는 않습니다.
3. 환자에게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거나, 이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질환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면 선별 검사를 안 하는 것이 나음.
선별 검사가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어려운 부분입니다. 수의사 뿐만 아니라 보호자분에게도 그렇습니다. 무조건적인 많은 검사는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도한 진단(overdiagnosis)와 과도한 치료(overtreatment)는 과도한 선별검사에서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검사 결과를 보고, 어떤 치료를 할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면, 설사 치료를 안 하는 걸로 결정이 나서 현재의 관리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사를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하든 하지 않든 치료 플랜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검사는 보호자분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저는 진료 상담을 할 때면, 치료 플랜이 달라질 일이 없는 검사를 보호자분과 수의사의 호기심을 풀기 위한 검사일 뿐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수의사라면, 검사를 통해 내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닌지 자문해야 할테고, 보호자분이라면 내 아이에게 어떤 검사를 했을 때, 그걸로 무엇이 바뀌는지 수의사에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에세이는 그런 지점을 적절히 지적한 글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