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ACAT trial과 FDA의 조건부 허가를 토대로 한국에서 이 약을 HCM 고양이에게 먹여보는 건 어떨까요?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세게 말한다면,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적어도 한국의 수의사가 권해서는 안되는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이 약의 정식 출시(혹은 정식 허가) 이전에 이 약을 고양이에게 먹이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 Felycin-CA1의 효능이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한국에서 이 약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난관입니다. 한국에서 시롤리무스를 처방하고자 한다면, 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Felycin-CA1이 아니라 사람에서 처방되는 라파뮨이라는 약을 처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파뮨과 Felycin-CA1은 동일하게 시롤리무스라는 성분을 갖지만, 서로 다른 약입니다. Felycin-CA1이 천천히 약이 방출되도록 하는 서방정(delayed release tablet)이라면, 한국에서 처방가능한 라파뮨은 그런 서방정 제제가 아닙니다. 동일 성분이지만, 환자에게 약의 작용 기간이 다르고, 작용 기간이 다르니 동일 용량을 먹여도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조금 이해하기 쉽게 얘기하면 RAPACAT trial에서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는 0.3mg/kg으로 약을 먹였을 때, Felycin-CA1은 그게 꽤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고양이에게 흡수되지만, 라파뮨은 한 방에 흡수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동일 용량으로 투약을 해도 다른 약물 혈중 농도를 갖는다는 얘기인데(이런 걸 있어보이게 얘기하면 약동학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는 시롤리무스의 부작용까지 감안하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실제 Felycin-CA1은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는 이 약이 기전상 당 불내성(glucose intolerance)를 유발하고, 간에서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에서 DKA를 부작용으로 갖는 고양이는 저용량을 투약받은 그룹에서 나타났지만, RAPACAT trial에서 약의 효과가 용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서방정과 동일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기 힘든 라파뮨은 성분만 같을 뿐 서로 다른 약이라고 봐야할 정도죠.
약의 얼리어답터가 되고자 한다면, 보통은 막연한 베네핏을 지푸라기처럼 붙잡고, 있을법한 부작용을 감수해야하는 건데, 그냥 성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도해보기에는 라파뮨 투약 시에 어떤 일이 생길지를 알 수 없는 거죠(RAPACAT trial은 Felycin-CA1을 실험한거지, 라파뮨을 실험한 논문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