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동물병원들이 건강 검진 패키지라는 걸 만들어놓고 홍보합니다. 보통 3티어 시스템으로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뭐 이런 식의 구분을 만들어놓고, 상위 패키지로 갈수록 검사 항목이 조금 더 많아지는 식이죠. 검사항목이 많아지니 당연히 비용도 더 많아집니다. 적당히 동물병원 프리미엄 건강검진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 중 하나를 찍고, 프리미엄 건강 검진에 어떤 항목들이 있나 살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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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신체 검사(육안 검사 및 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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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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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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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혈구 검사(C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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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 검사(보통 항목 제일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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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A 검사(신부전 조기 진단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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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질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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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사상충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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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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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염 검사(강아지는 cPL, 고양이는 f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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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바이오 마커(proB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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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호르몬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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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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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검사(강아지는 CRP, 고양이는 fS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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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검사(D-d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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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와 복부 X-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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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초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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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초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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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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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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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검사
이런 검사들 중에 실제 엄밀한 의미의 선별 검사로서 의미를 갖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기본적인 신체 검사는 너무 당연한 것이니 제외하고 본다면, 혈액 검사는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AAHA(미국 동물병원 협회)에서 나온 강아지 고양이의 생애주기 가이드라인을 보면 전혈구 검사나 생화학 검사, SDMA 검사, 전해질 검사 같은 것들을 MDB(Minimum database) 검사로 추천하죠. 심장사상충 검사도 그렇습니다(고양이는 심장사상충보다는 FeLV/FIV 검사). 소변 검사도 MDB에 포함되죠.
반면 무증상 환자에서 췌장염 검사는 딱히 추천되지 않습니다. 건강 검진을 할 때 문진을 하면서 췌장염과 관련된 증상이 있는 것 같다면 모를까, 그냥 건강검진이니까 포함하는 건 추천되지 않는거죠. 이는 췌장염을 확인하는 cPL이나 fPL 검사의 민감도나 특이도와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 무증상 환자에서 췌장염 수치가 높게 나온다한들, 이게 정말 췌장염 때문인지 아닌지를 알기가 조금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proBNP 같은 경우도 그렇죠. 고양이에서는 심근병증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없다는 점 때문에) 선별 검사 상에서 적극 추천되지 않고, 강아지의 경우는 일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proBNP 검사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항체가 검사가 무쓸모한 검사라는 건 여러번 얘기했던 적이 있고, 염증 검사(CRP나 fSAA 같은 급성기 단백질 검사)는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하는 검사지, 무증상인 환자에서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혈전 검사라고 하는 D-dimer는 어떨까요? D-dimer는 혈전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혈전이 맞을거라는 근거를 쌓기 위해 하는 검사이지 혈전이 전혀 의심되지 않는 무증상 환자에서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D-dimer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36%와 98.5%인데, 민감도가 36%라는 얘기는 무증상 환자에서 검사 시에 정상이라고 확인이 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가 몹시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36%면 동전 던지기만도 확률이 못하다는 얘기죠) 혈전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D-dimer가 높게 나오면 (특이도가 높은 검사니까) 의미를 갖지만, 건강 검진에서 볼 검사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심장초음파는 어떨까요? 강아지라면 심장 초음파를 기본 패키지로 검사하는 게 아니라, 신체 검사에서 심잡음이 들릴 때 상위 진단 검사로 진행을 하는 게 맞을 것이고, 고양이라면 심장 초음파의 효용이 앞서 얘기한 proBNP와 같은 이유로 다소 애매해집니다. (물론 고양이도 신체 검사 상에서 심잡음이 들린다면, 심잡음의 원인이 심장병 때문은 아닌지 상위 진단검사로 심장초음파가 추천됩니다.)
방사선 검사나 복부 초음파 검사 같은 경우도, (흔한 통념과는 달리) MDB 검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어떤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MDB 검사로 진행을 할 수 있지만,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 스크리닝을 위해 방사선이나 복부 초음파를 하는 건 추천되지 않습니다. 평상시 기침이 있거나, 신체 검사 상에서 복강 내에 무언가 만져지거나 하는 경우엔 가능성을 고려해서 상위 진단 검사로 진행하는 개념이죠. 영상 검사의 효용은 여러가지 부분이 있지만, 건강 검진을 할 때 영상 검사의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혈액 검사로 알기 어려운 종양을 발견하는 건데, 앞서 언급했던 이유를 고려하면 (설사 종양이 실제 있다 하더라도)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는 게 환자의 기대 수명 증가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를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거죠. 이런 부분을 AAHA도 명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