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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건강검진? 건강검진의 목적에 관해서

건강검진에서 어떤 걸 검사해야하는가에 대한 얘기는 몇 번 했던 적이 있긴한데, 이번엔 같은 맥락의 생각을 토대로 통상적인 동물병원 건강검진에 대해 조금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건강 검진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병원과 보호자가 생각하는 바가 사실은 같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는 글이기도 합니다.

의사인 아치 코크란(코크란 리뷰를 만든 그 코크란)과 월터 홀란드는 1971년 기념비적인 논문 “Validation of Screening Procedures“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If a patient asks a medical practitioner for help, the doctor does the best he can. He is not responsible for defects in medical knowledge. If, however, the practitioner initiates screening procedures, he is in a very different situation. He should have conclusive evidence that screening can alter the natural history of disease in a significant proportion of those screened.”

“환자가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의사는 최선을 다합니다. 이 때는 의사가 의학 지식이 부족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건 아니죠. 그러나 의사가 선별 검사를 시작하면 상황은 매우 달라지게 됩니다. 의사는 선별 검사가 검진 대상자의 상당 비율에서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1971 Validation of Screening Procedures, Archie Cochrane and Walter Holland

선별 검사(=스크리닝 검사)란 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을 건강한 사람과 구별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검사로, 쉽게 생각해서 건강 검진을 떠올리면 됩니다. 아치 코크란과 월터 홀란드는 건강 검진 같은 선별 검사를 할 때는 그 검사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명확해야 환자에게 검사를 권할 수 있다는 윤리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겁니다.

의사가 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이는 수의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윤리적인 기준입니다. 아무래도 수의학에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결정적인 근거”가 사람만큼 탄탄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수의사가 동물에게 건강 검진으로 선별 검사를 진행할 때는 검사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죠.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란 꽤 간단한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의사와 보호자가 모두 건강 검진을 통해서 강아지나 고양이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건 똑같지만, 건강 검진을 했을 때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는 수의사와 보호자의 생각이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선별 검사의 목적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건강 검진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보통 강아지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명확하게 알고자 하시죠. 우리 아이한테 내가 모르는 병이 있지는 않은지, 들여다볼 수 없는 뱃속이나 심장 같은 곳에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 아이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고자 하는 거죠.

하지만 실제 건강 검진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에 오해가 생깁니다) 선별 검사(=건강 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바꾸”는 데에 있습니다. 흔한 신부전을 예로 들어보죠. 신부전은 조기에 진단이 돼서 일찍부터 병을 관리할 수 있다면, 환자의 기대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병의 초기에는 임상 증상이 애매하거나, 무증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건강 검진을 통해서 신부전을 진단할 수 있다면, 신부전의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늦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부전을 일찍 진단하기 위해 SDMA 같은 조기 진단 검사를 선별 검사로 건강 검진에서 추천하죠.

반면, 그렇지 못한 병도 있습니다. 조기 진단이 되든 조기 진단이 되지 않든, 어떤 병의 진행 과정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 병을 확인하는 선별 검사는 의미가 크게 없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치료를 해도 환자의 예후에 차이가 없다면, 굳이 돈을 들여서 일찍 병을 진단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반대로 아주 효율적인 치료 수단이 있다면, 역시나 선별 검사의 의미가 없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치료가 어렵지 않아서 예후가 좋다면, 그걸 굳이 미리 알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어느 쪽이든 예후에 차이가 없으니, 그냥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겁니다.)

여기에 동물의 경우는 사람보다 짧은 수명 때문에 한 가지 개념이 더 복잡하게 끼어듭니다. Lead-time이라는 개념인데, lead-time이란 선별 검사를 통해서 병을 진단한 시점과, 실제 임상증상이 나타나서 진단하게 될 시점까지의 시간 간격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환자가 A라는 병이 있는데, 이 환자가 건강 검진을 했다가 병을 진단하게 된 게 6월이라고 해보죠. 이 환자가 건강 검진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임상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고 진단을 하게 된 게 만약 7월이라면, 이 경우 A라는 병의 lead-time은 1개월이 됩니다. 이 경우 A라는 병이 선별 검사를 통해서 1달 정도 일찍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게 효과적인지 아닌지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빨리 진단을 해서 1달을 더 산 건지, 그냥 진단 시점만 빨랐던 건지를 구분하기가 어렵죠. (이런걸 선별 검사의 lead-time bias라고 합니다) 통상 lead-time이 긴 병들을 선별 검사로 확인하는 게 의미가 더 큽니다.

선별 검사를 통해서 조기 진단을 하는 게 환자의 예후를 더 좋게 만드는지 아닌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그 선별 검사는 (적어도 건강 검진이라는 차원에서는)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질환 중에는 아니러니하게도 암이 있습니다. 지난달에 건강 검진할 때,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달에 생길 수 있는 게 암인데, 그건 통상적인 암의 lead-time이 매우 짧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lead-time이 10년씩 되는 암도 있지만, 동물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 때문에) 이 lead-time이 보통 수개월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건강 검진 간격이 6-12개월이라는 걸 감안하면 건강 검진 때 암을 발견하는 게 실제 환자의 기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알기란 쉽지가 않죠.

물론 암이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되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면, 예후가 더 좋은 편인 건 맞습니다. 다만 어떤 에비던스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죠. 예를 들어 사람의 폐암은 (최근에는 저선량 CT 검사를 통해서 조기 진단을 하는 것이 추천됩니다만) 과거 CT 대신 엑스레이를 이용해서 선별 검사를 할 때는 선별 검사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않은 사람 사이의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어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폐암의 선별 검사는 추천되지 않았었죠. (그랬던 게 2011년에 나온 논문 때문에 저선량 CT로 선별 검사를 하는 게 추천이 되기 시작합니다.)

동물의 경우는 사람에 비해서 이런 근거가 사실 더 부족합니다. 어떤 선별 검사를 통해 특정 질환을 조기 진단했을 때 예후가 더 좋아지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연구에 꽤나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수의학은 아무래도 의학만큼 연구 자원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아서 이렇다할 에비던스가 없는 경우가 많죠.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보니, 같은 질환에 걸린 모든 동물이 동일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사람처럼 선별 검사를 정부에서 권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수의사가 건강 검진(=선별 검사)를 할 때는 수의학의 힘으로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바꿀 수 있는 질병”을 타겟으로 한 검사를 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신부전이 대표적일테고, 강아지 심장병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고양이 심장병은 이 기준에서는 조금 애매하죠. 심장병이 있다는 걸 알아도 심장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심장사상충 감염은 어떨까요. 물론 예방이 최선이겠지만, 무증상일 때 진단해서 치료할 수 있다면 예후가 더 좋아지는 대표적인 병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강아지는 사상충 검사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있곤 합니다. 반면, 같은 심장사상충 감염이더라도 고양이는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루틴한 선별 검사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무증상일 때 진단이 된다하더라도 유효한 치료 수단이 없기 때문이죠.)

물론 동물은 임상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이 사람과 조금 달라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미묘한 변화를 자신이 직접 자각하고 병원을 찾지만, 동물 같은 경우는 보호자분이 이게 병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때가 꽤 있으니까요. 갑작스레 물을 많이 마신다든가 하는 증상은 정상적이지 않을 수 있는 건데, 경우에 따라서는 물 많이 마시면 좋은거지 뭐…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으시는 경우들도 많습니다(혹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동물의 건강 검진은 때로는 임상증상이 이미 명확한 환자를 두고 임상증상이라고 얘기하는 데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현실은 교과서와 달라서 칼같이 에비던스만을 따라가지 않기도 한다는 거죠.

여기에 일전에 설명한 적이 있는 검사의 신뢰도(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민감도와 특이도) 같은 개념까지 끼면, 어떤 검사가 가치가 있고, 아닌가는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한차원 더 복잡하게 유병률이라는 개념까지 끼면 예전에 썼던 것처럼 proBNP 검사를 할까말까에 대한 얘기까지 하게 되죠.

복잡하든 말든, 이런 고민들을 하는 이유는 보호자분들이 쓸 수 있는 자원이 유한하고, 불필요한 검사가 결국에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년에 한 번 100만원짜리 건강검진을 하는 것보다는 6개월에 한 번 50만원짜리 건강 검진을 하는 게 환자의 기대 수명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선별 검사는 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환자가 준비해야하는 것들이 적으면서, 검사 비용이 저렴해야 합니다. 건강 검진에서 어떤 질병을 선별해야할지, 그 질병을 선별하기 위해서 어떤 검사를 선택해야하는지는 이런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서 이루어집니다.


상당수의 동물병원들이 건강 검진 패키지라는 걸 만들어놓고 홍보합니다. 보통 3티어 시스템으로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뭐 이런 식의 구분을 만들어놓고, 상위 패키지로 갈수록 검사 항목이 조금 더 많아지는 식이죠. 검사항목이 많아지니 당연히 비용도 더 많아집니다. 적당히 동물병원 프리미엄 건강검진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 중 하나를 찍고, 프리미엄 건강 검진에 어떤 항목들이 있나 살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 기본 신체 검사(육안 검사 및 청진)

  • 혈압 측정

  • 혈액 검사

    • 전혈구 검사(CBC)

    • 생화학 검사(보통 항목 제일 많은 것)

    • SDMA 검사(신부전 조기 진단 검사)

    • 전해질 검사

  • 심장사상충 검사

  • 소변 검사

  • 췌장염 검사(강아지는 cPL, 고양이는 fPL)

  • 심장바이오 마커(proBNP)

  • 갑상선 호르몬 검사

  • 항체가 검사

  • 염증 검사(강아지는 CRP, 고양이는 fSAA)

  • 혈전 검사(D-dimer)

  • 흉부와 복부 X-ray

  • 복부 초음파

  • 심장 초음파

  • CT 검사

  • 심전도 검사

  • 안과 검사

이런 검사들 중에 실제 엄밀한 의미의 선별 검사로서 의미를 갖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기본적인 신체 검사는 너무 당연한 것이니 제외하고 본다면, 혈액 검사는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AAHA(미국 동물병원 협회)에서 나온 강아지 고양이의 생애주기 가이드라인을 보면 전혈구 검사나 생화학 검사, SDMA 검사, 전해질 검사 같은 것들을 MDB(Minimum database) 검사로 추천하죠. 심장사상충 검사도 그렇습니다(고양이는 심장사상충보다는 FeLV/FIV 검사). 소변 검사도 MDB에 포함되죠.

반면 무증상 환자에서 췌장염 검사는 딱히 추천되지 않습니다. 건강 검진을 할 때 문진을 하면서 췌장염과 관련된 증상이 있는 것 같다면 모를까, 그냥 건강검진이니까 포함하는 건 추천되지 않는거죠. 이는 췌장염을 확인하는 cPL이나 fPL 검사의 민감도나 특이도와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 무증상 환자에서 췌장염 수치가 높게 나온다한들, 이게 정말 췌장염 때문인지 아닌지를 알기가 조금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proBNP 같은 경우도 그렇죠. 고양이에서는 심근병증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없다는 점 때문에) 선별 검사 상에서 적극 추천되지 않고, 강아지의 경우는 일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proBNP 검사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항체가 검사가 무쓸모한 검사라는 건 여러번 얘기했던 적이 있고, 염증 검사(CRP나 fSAA 같은 급성기 단백질 검사)는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하는 검사지, 무증상인 환자에서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혈전 검사라고 하는 D-dimer는 어떨까요? D-dimer는 혈전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혈전이 맞을거라는 근거를 쌓기 위해 하는 검사이지 혈전이 전혀 의심되지 않는 무증상 환자에서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D-dimer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36%와 98.5%인데, 민감도가 36%라는 얘기는 무증상 환자에서 검사 시에 정상이라고 확인이 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가 몹시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36%면 동전 던지기만도 확률이 못하다는 얘기죠) 혈전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D-dimer가 높게 나오면 (특이도가 높은 검사니까) 의미를 갖지만, 건강 검진에서 볼 검사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심장초음파는 어떨까요? 강아지라면 심장 초음파를 기본 패키지로 검사하는 게 아니라, 신체 검사에서 심잡음이 들릴 때 상위 진단 검사로 진행을 하는 게 맞을 것이고, 고양이라면 심장 초음파의 효용이 앞서 얘기한 proBNP와 같은 이유로 다소 애매해집니다. (물론 고양이도 신체 검사 상에서 심잡음이 들린다면, 심잡음의 원인이 심장병 때문은 아닌지 상위 진단검사로 심장초음파가 추천됩니다.)

방사선 검사나 복부 초음파 검사 같은 경우도, (흔한 통념과는 달리) MDB 검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어떤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MDB 검사로 진행을 할 수 있지만,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 스크리닝을 위해 방사선이나 복부 초음파를 하는 건 추천되지 않습니다. 평상시 기침이 있거나, 신체 검사 상에서 복강 내에 무언가 만져지거나 하는 경우엔 가능성을 고려해서 상위 진단 검사로 진행하는 개념이죠. 영상 검사의 효용은 여러가지 부분이 있지만, 건강 검진을 할 때 영상 검사의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혈액 검사로 알기 어려운 종양을 발견하는 건데, 앞서 언급했던 이유를 고려하면 (설사 종양이 실제 있다 하더라도)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는 게 환자의 기대 수명 증가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를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거죠. 이런 부분을 AAHA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매우 한정된 데이터만 존재하지만, 개에서 임상 증상이 없는 질병들을 찾아내는 데 있어서 영상 검사의 역할을 평가한 연구들은 영상 검사를 필수 검사(minimum database) 항목으로 넣는 것을 추천하기에는 충분한 증거들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Although very limited data exist, studies evaluating imaging modalities for detection of occult disease in dogs have not provided enough evidence to recommend imaging as a standard component of the minimum database.

2019 AAHA Canine Life Stage Guidelines

방사선이나 복부 초음파가 그럴진데, CT는 더욱 그렇습니다. 전신 마취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손쉽게 할 수 있는 선별 검사가 아니라는 점도 건강 검진에서 CT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부분이죠.

안과 검사 같은 경우도, 대표적인 백내장 같은 질환을 보면,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없고, 백내장이 명확해서 집에서도 알아차릴 정도일 때 병원을 찾는다 하더라도, 수술이라는 치료 방법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녹내장을 확인해준다는 안압 검사도 사람이 천천히 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 반면, 강아지와 고양이는 갑작스레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녹내장을 안압 검사로 선별하는 것의 가치는 크지 않죠.


문제는 이런 부분들을 종합해서 수의학적으로는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다는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함에도, 대부분의 경우 보호자분들의 목적은 이게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은 건강 검진을 통해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시죠. 돈이 무한한 자원이고, 갖은 검사에도 강아지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견뎌준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검사를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데, 효율이 딱히 의미가 없는 수준의 리소스라면 그래도 괜찮죠. 프리미엄 건강 검진이라는 건 사람에서도 있는 개념인데, 돈이 아주 많은 부자들을 상대로 합니다. 동물병원의 프리미엄 건강 검진은 그런 사람에서의 럭셔리 상품을 따라한 것에 가깝죠. (사람은 물론 보편적인 건강 검진 혜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게 따로 있습니다. 정부 지원 건강 검진에서 뭘 해야하는지 정해놓고, 어떤 검사를 지원해주는지 알면, 필요한 검사와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확인해볼 수 있죠.)

건강검진의 목적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수의사와 보호자 사이의 오해가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보호자는 A부터 Z까지 뭐든 좋으니까, 아이의 모든 걸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하러 병원을 찾지만, 병원에서는 선별 검사의 목적에 맞는 B, D, F, T, J 정도의 질환만 확인을 해보고자 합니다. 1-2달 후에 A라는 병이 생기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건강 검진할 때 A라는 질환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수의사 입장에서는 애초에 A는 선별검사의 대상이 아니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죠. 보호자의 이런 생각까지 감안해서 (수의학이 아닌 서비스와 경영의 관점에서) 병원에선 A부터 Z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들을 프리미엄 건강검진이라고 홍보하기도 하지만, 그게 환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환자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불안함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과 그런 생각을 가진 보호자의 원망을 듣고 싶지 않은 병원의 합작품 같은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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