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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언제 먹여야 할까요?

강아지 고양이에게 보조제를 잘 안 챙겨주시는 보호자분들도 하나쯤은 챙겨주시는 게 보통은 유산균입니다. 보호자분들 사이에서는 유산균을 어릴 때부터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고, 일전에 별 효과가 없다고는 얘기했지만, 신부전이 있는 경우라면 유산균은 거의 필수 보조제처럼 여겨지죠.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강아지 고양이 유산균 보조제들을 보면, 정말 다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요즘엔 이런 제품들을 유산균이라고 하지 않고, 보통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반려동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언제 먹이는 게 좋은지에 대해 알아보는 포스팅을 써볼까 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는 아직은 원시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질환에는 정확히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를 주는 게 좋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디가 안 좋을 때 프로바이오틱스를 주면 아마 좋지 않을까… 정도의 접근법이죠. 프로바이오틱스를 주면 면역조절능(immunomodulation)이 늘어나고, 장내의 병원균을 유익균이 억제해주고, 대사 활성을 바꿔준다든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procarcinogen)을 비활성화시켜주지 않을까라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들입니다. 정확하게 특정 질환에서 효과를 보인다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는 의학이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충 유산균을 먹이면 좋겠지로 접근하는 게 추천되는 건 아닙니다. (빈약하지만) 그나마 나와있는 에비던스들을 토대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유산균을 먹이는 게 필요합니다.

먼저, 보호자분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질문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언제 유산균을 줘야 하느냐를 고민하시기보다는 어떤 제품을 먹여야 하는지를 궁금해하시는데, 아마 그래도 제일 효과가 좋다는 제품을 먹이고자 하시기 때문일 것 같네요. 앞서 말했듯 판매되는 강아지 고양이 유산균 제품만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 중에 어떤 게 좋은 제품인지 알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솔직한 얘기를 하자면, 어떤 제품이 가장 좋은지는 수의사들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이 루틴하게 많이 처방하는 제품은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특히 그 중에서도 동물 관련 시장은 그리 오래된 시장이 아니고, 그렇다보니 한국이든 미국이든 잘 규제가 되는 시장은 아닙니다. 효과가 있는지 증명하지 않아도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죠. 프로바이오틱스는 식이보조제로 구분되고, 약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가 그렇게 철저하지 않습니다. 실제 2002년 올라온 Weese의 논문을 보면, 총 13개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중에 라벨에 있는 게 제대로 들어가 있던 건 2개 뿐이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 상황이 나아졌을까 해서, 같은 저자가 2011년에 후속 연구를 했는데, 그 때도 라벨대로 만들어진 프로바이오틱은 많지 않았습니다. 25개의 제품 중에 정확히 어떤 균이 들어있는지 쓰여진 것은 84% 뿐이었고, 제대로 라벨대로 유산균이 포함된 제품은 27% 뿐이었습니다. 13%만이 라벨을 제대로 쓰고 있었고요. 그렇다보니 수의사들도 정확히 어떤 제품이 좋은지 알지 못합니다. (수의사가 만든 유산균이라고 광고하는 제품들도 똑같죠. 어떤 균이 좋은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마케팅일뿐 수의사가 만들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수의사들은 보통 다른 수의사들이 많이 쓰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보통 그런 제품들의 제조사는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서 검수를 좀 더 철저하게 하겠거니…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미국에서 보통 많이 쓰는 제품이라면 퓨리나의 포티플로라, 뉴트라맥스의 프로바이어블, ExegiPharma의 비스바이옴벳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유산균 제품들이 보통 통관이 쉽지 않고, 비스바이옴벳 같은 경우는 냉장 보관이 필요해서 (어찌 통관을 잘 통과한다 하더라도) 더욱이나 직구가 어렵죠.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는 제품 중에선 딱히 이렇다할 마땅한 제품이 없습니다. 논문에서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사용된 적이 있다든가 하는 제품이 마땅하지 않죠. 보호자분들께서 이런 걸 어떻게 아시고 구해먹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용 제품 중에 드시모네 같은 제품이 앞서 언급했던 비스바이옴벳(VSL#3)과 같은 레시피라서 국내에서 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경우는 아마 소화기 증상(구토나 설사)을 보이는 경우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소화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 유산균이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 살펴본 논문들이 꽤 있습니다. 수많은 그런 논문들을 systematic review한 JVIM(Journal of Veterinary Medicine)의 논문이 있습니다. 2019년 논문입니다.

논문의 결론만 놓고 보면, 현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소화기 질환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에비던스가 많이 부족하며, 제한적인 근거들만 있다고 말합니다. 소화기 질환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으로 구분했을 때, 특히 만성 질환에서는 식이적인 조절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하고요.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으로 소화기 질환이 아닌 케이스에서는 강아지 아토피(유료 링크), 고양이의 허피스 감염증 등을 언급한 논문이 있지만, 아직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논문이 있는 질환은 소화기 질환입니다. 갑작스러운 설사를 하는 경우(급성 설사)나 감염성 요인에 의한 설사, 만성적인 장병증(chronic enteropathy), 장 운동성 저하 같은 문제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을 때 어떤 효능이 있었나를 살펴본 논문들이 있습니다.

급성 설사의 경우에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부분인데, 2017년 JVIM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식이섬유 같은 것들)이 혼합된 제품을 먹였더니, 먹은 그룹이 설사를 덜하더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제품이 프로텍신이라는 회사의 신바이오틱 D-C라는 제품입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는 그래서 급성 설사를 하는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처방하기보다는 이 논문을 근거로 이 제품을 처방하곤 합니다.

급성 설사의 경우, 보통 어찌됐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좋아지곤 하는데, 최근의 트렌드가 항생제는 오히려 장내의 정상 세균총을 무너뜨리고, 실제 설사를 멈추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이라 오늘동물병원 같은 경우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고, 이런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합니다. 사실 이런 걸 안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낫습니다만, 병원에 왔는데 아무것도 처방받지 못하면 많은 보호자분들이 만족하지 못하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환자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메트로니다졸 같은 항생제보다는 이런 유산균 제품을 처방해서, 보호자분을 만족시키고,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무언가 도움이 되길 바라죠.

이런 약간의 도움을 바라면서 쓰게 되는 경우가 현재 프로바이오틱스가 갖는 수의학에서의 위치입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이 항생제가 환자의 정상 세균총을 무너뜨릴까 걱정이 되면 유익균을 보존하기 위해서 같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실제 항생제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죠). 유산균은 비싸기 때문에 보호자분께 별도의 비용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오늘동물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보호자분께 이런 식으로 말씀드릴 순 있죠. 무설탕 요거트 같은 거에 약을 섞어 주셔도 괜찮다고요. 혹은 환자의 체중이 적어서 약이 너무 조금일때는 병원에서 약의 부피를 늘리기 위해 부형제를 쓰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쓰듯 딸기맛 제티 가루나 판담 수용산을 넣기보다는 베네-박 같은 유산균제를 쓰곤 합니다.

장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유산균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고양이 변비죠. 고양이 변비에서 유산균을 사용해본 논문이 있습니다.

여기 사용된 SLAB51TM이 비스바이옴 벳(한국판은 드시모네)과 비슷한 프로바이오틱스입니다. 병원에 샘플로 둔 건 이런 논문들 때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고양이 변비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90일 동안 줬더니 10마리 중에 7마리에서 임상증상의 개선이 있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무작위 배정 임상 실험(RCT study)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프로바이오틱스가 큰 해가 되지는 않으니 먹여봄직한 셈이죠(물론 드시모네의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고민을 좀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만성 장병증에서도 유산균을 사용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만성 장병증(강아지나 고양이의 IBD가 대표적입니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을 때 도움이 됐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급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근거는 적은 편이고, 제대로 실험 설계가 이루어진 논문도 많지 않지만, 어쨌든 먹였을 때 좋았다는 얘기들이 있죠. 하루이틀 먹어서는 별 소용이 없고, 보통 45-60일 정도는 먹여야 효과가 있는지 아닌지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앞선 JVIM 논문에서도 얘기가 나오지만, 만성 장병증 환자들은 식이를 바꾸는 게 유산균을 먹이는 것보다 우선시됩니다. 식이 변경 없이 유산균만 먹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오늘동물병원에서 보호자분들께 유산균(프로바이오틱)을 권하는 경우는 크게 4가지 정도입니다.

1. 급성 설사를 하는 환자에서 식이 조절과 함께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

2. 만성 장병증이 있는 환자에서 식이 조절만으로 컨트롤이 되지 않을 때 45-60일 정도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여보실 것을 권유.

3. 고양이 변비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

4. 항생제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환자에서 항생제 함께, 혹은 항생제 처방 전에 선제적으로 사용.

이 4가지 경우조차도 에비던스가 탄탄하기보다는 유산균이 환자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사용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부작용이래봤자, 변비나 소화기에 가스가 차는 것, 메스꺼움, 딸꾹질 정도의 가벼운 것들이기 때문에 어쨌든 손해를 볼 일은 없는 거죠. 이런 가벼운 부작용들조차도 대부분의 환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고요.

건강한 강아지 고양이에서 유산균을 먹이는 건 어떨까요? 유산균에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인데, 애초에 에비던스 자체가 거의 없는 부분입니다. 당장 제 경우도 저희집 강아지 고양이에게 유산균 같은 걸 주지 않고요. 유산균을 아이에게 주는 게 보호자분 마음의 평안에는 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산균은 사람에서도 루틴하게 복용하게 되는 보조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동물에도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몰라도, 사람에서 좋다니, 동물도 좋겠지…라고 쉽게 생각하게 되고요.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수의학 기준으로 유산균이 도움이 된다는 질환은 매우 제한적입니다(그나마도 에비던스가 탄탄하지는 않고요). 환자가 유산균 먹는 걸 힘들어하고, 보호자분께서 유산균 구입하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면, 그렇게까지해서 먹일만한 것들은 아닙니다. 아이도 잘 받아먹고, 보호자분도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한 번쯤 시험삼아 시도해볼만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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