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용된 SLAB51TM이 비스바이옴 벳(한국판은 드시모네)과 비슷한 프로바이오틱스입니다. 병원에 샘플로 둔 건 이런 논문들 때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고양이 변비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90일 동안 줬더니 10마리 중에 7마리에서 임상증상의 개선이 있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무작위 배정 임상 실험(RCT study)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프로바이오틱스가 큰 해가 되지는 않으니 먹여봄직한 셈이죠(물론 드시모네의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고민을 좀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만성 장병증에서도 유산균을 사용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만성 장병증(강아지나 고양이의 IBD가 대표적입니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을 때 도움이 됐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급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근거는 적은 편이고, 제대로 실험 설계가 이루어진 논문도 많지 않지만, 어쨌든 먹였을 때 좋았다는 얘기들이 있죠. 하루이틀 먹어서는 별 소용이 없고, 보통 45-60일 정도는 먹여야 효과가 있는지 아닌지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앞선 JVIM 논문에서도 얘기가 나오지만, 만성 장병증 환자들은 식이를 바꾸는 게 유산균을 먹이는 것보다 우선시됩니다. 식이 변경 없이 유산균만 먹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오늘동물병원에서 보호자분들께 유산균(프로바이오틱)을 권하는 경우는 크게 4가지 정도입니다.
1. 급성 설사를 하는 환자에서 식이 조절과 함께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
2. 만성 장병증이 있는 환자에서 식이 조절만으로 컨트롤이 되지 않을 때 45-60일 정도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여보실 것을 권유.
3. 고양이 변비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
4. 항생제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환자에서 항생제 함께, 혹은 항생제 처방 전에 선제적으로 사용.
이 4가지 경우조차도 에비던스가 탄탄하기보다는 유산균이 환자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사용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부작용이래봤자, 변비나 소화기에 가스가 차는 것, 메스꺼움, 딸꾹질 정도의 가벼운 것들이기 때문에 어쨌든 손해를 볼 일은 없는 거죠. 이런 가벼운 부작용들조차도 대부분의 환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고요.
건강한 강아지 고양이에서 유산균을 먹이는 건 어떨까요? 유산균에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인데, 애초에 에비던스 자체가 거의 없는 부분입니다. 당장 제 경우도 저희집 강아지 고양이에게 유산균 같은 걸 주지 않고요. 유산균을 아이에게 주는 게 보호자분 마음의 평안에는 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산균은 사람에서도 루틴하게 복용하게 되는 보조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동물에도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몰라도, 사람에서 좋다니, 동물도 좋겠지…라고 쉽게 생각하게 되고요.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수의학 기준으로 유산균이 도움이 된다는 질환은 매우 제한적입니다(그나마도 에비던스가 탄탄하지는 않고요). 환자가 유산균 먹는 걸 힘들어하고, 보호자분께서 유산균 구입하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면, 그렇게까지해서 먹일만한 것들은 아닙니다. 아이도 잘 받아먹고, 보호자분도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한 번쯤 시험삼아 시도해볼만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