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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소독에 관한 어정쩡한 이야기

늘 명확하고 명쾌한 얘기를 하고 싶지만, 저는 제가 막 수의사가 될 때만 해도 수의학이라는 학문이 이렇게 어정쩡할 때가 많을지는 몰랐습니다. 이번엔 그 중에서도 제일 어정쩡하지 않나 싶은 수술 부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관한 얘기입니다. 병원마다 얘기하는 게 다르고, 똑같은 병원에서도 수의사에 따라 얘기하는게 다를 수 있는 수술 부위 관리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수의사들 사이에서 이 얘기가 잠깐 화제가 됐었는데, 그러다보니 우리 병원은 잘 하고 있나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먼저 일률적인 수술 부위 관리에 대한 지침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수술 부위가 오염이 되어 있었느냐, 수술 부위를 열어둔 채로 2차 유합(secondary closure)을 노리느냐, 혈관 발달이 잘 되어 있어서 감염의 리스크가 적은 부위냐에 따라 수술 부위의 수술 후 관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성화 수술 이후에 수술 부위를 집에서 관리하는 방법과, 감염부위의 상처를 관리하는 방법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감염이 있거나, 혈관의 도달이 애매해서 괴사의 리스크가 높은 피판(=flap)의 관리는 중성화 이후의 수술 부위 관리보다는 더 잦은 병원 방문을 필요로 할테고, 수의사도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더 면밀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조금 노골적으로 쉽게 얘기하자면, 수술 부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수술한 병원의 안내에 따르는게 베스트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금 보편적인, 대부분의 환자들이 하는 중성화 수술에 대한 얘기는 해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중성화 수술 후에 붕대도 해주지 않고 퇴원시키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수술 후에 매일 수술 부위를 소독해주라면서 보호자한테 소독약을 챙겨주는 병원도 있습니다. 뭐가 딱 정답이다라는 건 없지만, 각각의 권고 사항에 어느 정도의 에비던스가 있는지 정도는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술 후 수술 부위를 관리하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술 부위의 피부가 붙지 않는 문제, 즉 유합 부전이 생기지 않는지 알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부위에 감염(=surgical site infection, SSI라고 합니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혈관 발달이 많지 않은 사지 말단 같은 부위를 수술하거나, 피판(=flap)을 이용한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유합 부전이 생기지 않는지 긴장하지만, 일반적인 중성화 수술에서 그럴 일은 거의 없어서, 사실 상당수의 수의사들이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수술 부위 감염(SSI)에 대한 리스크를 걱정합니다.

수술 부위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먼저 수술 부위를 감싸는 붕대가 반드시 필요한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병원에 따라 수술 부위에 드레싱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수컷들은 수술 부위에 드레싱을 대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그대로 노출한채 퇴원하곤 하지만, 암컷들의 경우에는 붕대를 잘 감싸서 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오늘동물병원이 그렇게 하죠). 수컷들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수술 부위 드레싱은 하는 게 좋을까요, 안하는게 좋을까요?

수술 후 수술 부위를 어떻게 케어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안타깝지만 수의학에는 이렇다할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에는 있죠. 사람에서도 꽤나 오래된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1999년에 퍼블리쉬된 “Guideline for Prevention of Surgical Site Infection“이 그것입니다. (2017년에 한 번 간략하게 업데이트가 되긴 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보면 수술 후의 절개 부위(incision site) 관리를 위한 지침이 아주 짧게 나와 있습니다. 한국어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a. 1차 봉합(Primarily closed)된 절개 부위는 수술 후에 24-48시간 정도 멸균된 드레싱으로 보호할 것.

b. 드레싱을 교체하거나 수술 부위를 만질 때는 손을 깨끗하게 씻을 것.

c. 수술 부위 드레싱을 교체해야할 때는 멸균된 상태로 할 것.

d.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수술 부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수술 부위 감염(SSI)의 증상이 어떤지 교육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연락하도록 할 것.

e. 수술 후 48시간이 지난 후에는 수술 부위를 덮지 않도록 추천하고, 적절한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덮어놓지 않은 수술 부위를 씻지 못하도록 추천할 것. (Unresolved issue)

Guideline for Prevention of Surgical Site Infection, 1999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수의학에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서의 내용을 외삽해서 일반적으로 수술 후 24-48시간 이내에는 손으로 수술 부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람에서의 가이드라인이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추천되는 것이다 보니, 동물도 이 내용을 외삽해서 수술 부위를 가능하면 수술 후 24-48시간 정도는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건드리지 않는 것을 추천하죠. 수술 부위 드레싱은 수술 후 24-48시간 동안 수술 부위의 오염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드레싱이 가능한 부위라면 수술 직후 드레싱을 해두고, 보호자분게 술후 이틀 정도는 드레싱을 유지해두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수술 부위 소독은 어떨까요? 수술 후 48시간까지 수술 부위가 오염되지 않도록 드레싱을 유지하는 건 사람에서의 내용을 외삽한다고 하지만 드레싱을 제거한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기서부터는 사람과 동물이 달라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시기의 수술 부위 관리는 크게 3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수술 부위에 감염이 생기지 않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부위가 외부의 오염으로부터 깨끗하게 보호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술로 인한 상처가 잘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 수술 부위를 눈으로 보면서 수술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투명한 점착성 드레싱 제품이 많아 처음부터 그런 드레싱을 쓰거나, 교체를 할 때도 비슷한 드레싱을 사용하죠. 동물의 경우는 점착성 드레싱 자체가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에 따라 관리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얘기죠.)

투명한 점착성 드레싱을 쓰지 못한다면 제일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건 48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냥 드레싱 없이 열어둔채로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48시간 이후에 수술 부위를 노출시켜둘 것이냐, 아니면 드레싱을 해야하느냐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이시기에 추천하기 조금 애매한 것이 있다면, 소독약으로 수술 부위를 소독하는 것입니다. 소독약은 수술 부위의 세균을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수술 상처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람에서도 스킨 클렌저나 항생 비누, 알콜, 베타딘, 과산화수소 같은 소독약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죠. (동물병원에서 많이 처방하는 클로르헥시딘은 농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에비던스가 조금 갈립니다. 고농도는 상처 치유를 지연시킨다는 얘기가 있는 반면, 저농도는 괜찮지 않냐는 얘기가 있죠.)

언제부터 목욕을 할 수 있느냐도 사람과 동물에서 내용이 다릅니다. 사람의 경우, 피부 곳곳에 위치한 땀샘 때문에 수술 후 수술 부위의 땀과 노폐물이 닿을 가능성을 고려해 수술 후 빠르면 24시간, 늦어도 48시간이면 샤워를 해도 된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년, 수술 후에 빨리 샤워를 하는 것과, 늦게 샤워를 하는 것 사이에 어느 쪽이 수술 부위 감염률을 낮추는데 더 도움이 되는지 살펴본 코크란 리뷰가 있었는데, 결론은 “아직 근거가 탄탄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였죠.

동물에서는 별다른 에비던스가 있지는 않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봉합사를 제거하기 전까지는 목욕시키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강아지 고양이에서는 사람과 달리 땀샘이 발바닥 쪽에만 있다는 차이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나 별다른 에비던스는 없습니다. 수의사에 따라서는 사람에서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서 수술 부위를 완전히 물에 잠기게 하는 목욕만 아니라면, 샤워는 괜찮다고 하는 경우도 있죠. 에비던스가 명확하지 않으니, 수의사에 따라 권고사항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한 안내가 수의사마다 다르지만, 모든 수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있습니다. 수술 부위에 따라 수술 후 케어가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수술 후에 수술 부위를 하루에 한 번은 관찰해서 수술 부위에 감염 같은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확인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게 참 답답한 일이지만, 애초에 수술 부위에 따라, 환자에 따라 기출문제(?)가 달라질 수 있으니, 정답이 있기도 쉽지가 않은 부분입니다. 얘기가 어정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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