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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 수술 후에 2주 지속 항생제, 추가 비용이 나오나요?

제목은 간혹 중성화 수술 상담을 할 때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를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이곳저곳 중성화 수술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해보고 오시는 조금은 공부하신 보호자분께서 물어보시는 질문이죠. 중성화 수술은 동물병원에서 루틴하게 하는 수술이고, 안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보니 비용도 병원에 따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약 먹이는걸 어려워하시는 보호자분들에게 먹는 약 대신 병원에서 1회 주사를 맞으면 2주 동안 지속되는 항생제가 있다고 말씀을 드린 후에 권하는 경우가 있죠. 컨베니아라는 주사제를 쓰는데, 이 주사제 자체가 고가 약물이다 보니 기본 중성화 비용에 추가 옵션처럼 설명을 드리고, 비용도 별도 청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10만원 정도로 1회 주사에 꽤 비싼 비용을 내야 합니다.

컨베니아는 세포벡신(cefovecin)이라는 세팔로스포린 계통의 항생제로 1회 주사만 하면, 효과가 2주 동안 지속됩니다. 집에서 별도의 투약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분이 약을 까먹고 먹이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고, 약 먹이는 게 힘든 환자(대부분의 고양이와 사납고 예민한 강아지)들에게는 별도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으니 꽤 유용할 때가 있는 약입니다.

하지만 컨베니아가 좋은 약이라는 약 소개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 약이 정말 필요한 경우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최근의 수의학 트렌드 중에는 Antibiotic Stewardship(항생제 스튜어드쉽)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항생제 스튜어드쉽은 항생제를 처방하는 수의사가 항생제를 사용할 때, 효과는 유지하면서 원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의 발생을 줄이고, 동시에 경제적인 이익도 가져 오게 하는 전략과 태도를 뜻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항생제를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서 내성이 생기지 않게 하고,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죠.

과거에는 항생제를 가능한 길게 처방하는 것이 추천됐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 감염의 경우에는 3-4주 정도 항생제를 사용하고, 피부병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1주일 정도는 항생제를 유지하는 걸 추천했죠. 그래야 한다는 근거 같은 게 명확하지는 않았는데, 교과서에서 그렇게 추천을 했습니다. A라는 교과서를 보면, B라는 교과서를 레퍼런스 삼아 항생제를 길게 처방하라고 권고하고, B라는 교과서를 보면, A에서 항생제를 길게 처방하라고 했다면서 레퍼런스 돌려막기를 했죠. 그래서 전세계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항생제를 처방하는 데에 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서 항생제 스튜어드쉽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수의학에서도 항생제 사용을 가급적 줄이자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명확한 에비던스가 있는 경우도 있고, 사람에서의 연구 내용을 외삽한 경우도 있지만, 항생제 사용기간을 단축시키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한 거죠.

앞서 예시로 들었던 피부병의 경우, 과거에는 피부병이면 감염이든 감염이 아니든 일단 항생제를 깔고 갔지만, 최근에는 표층성 농피증으로 단순히 뾰루지처럼 생긴 세균성 피부병의 경우에는 내복약(혹은 주사제)로 전신 항생제 투약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전에 케이스 소개로도 다뤘던 적이 있는 MRSP(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가능한 전신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외용제만으로 관리를 하라는 권고죠. 그래서 최근에는 심층성 농피증(deep pyoderma)가 아니면 전신 항생제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피부병이 있으면 컨베니아 같은 주사제를 한 번 혹은, 2주 간격으로 2번 정도까지도 주사했는데, 이젠 가급적 추천하지 않는 일이 된 겁니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중성화 수술(혹은 중성화 이외의 수술)을 하고 전신 항생제를 쓰는 건 어떨까요? 결론만 얘기하자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깨끗한(수술 부위에 오염이 없는) 수술(Clean surgery)의 경우, 술전에도, 술후에도 항생제가 지시되지 않고, 일부 임플란트를 체내에 장착하는 정형외과 수술이나 지저분할 수 있는 수술(Clean-contaminated surgery) 정도에서나 술전 항생제가 지시됩니다. 수술 후에는 수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환자가 감염에 의한 전신 증상을 보이는 게 아니라면 24시간 이상의 항생제가 지시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중성화 수술 이후에 2주 지속 항생제는 애초에 주사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환자에게 주사하는 일이고, 추가 비용을 내면서까지 할 일은 더욱 아닌거죠. 이런 것을 항생제 스튜어드쉽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으로 내성균의 리스크를 높이고, 의료 비용을 증가시키는 일이라고 볼 수 있죠.

수술 후의 항생제 사용에 대해서는 꽤 많은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임플란트(=플레이트)를 장착해두는 TPLO 수술이 대표적입니다. 수의사들이 얼마나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항생제를 사용해왔는가에 대해 살펴본 논문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죠.

단적인 예지만, 수술을 할 때 항생제 사용을 줄이려는 트렌드가 이런 논문으로도 확인이 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얘길 살짝 하자면, 오늘동물병원 같은 경우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항생제를 쓰지 않습니다. 항생제를 써서 수의사가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보다 수술 도구 멸균에 더 신경쓰고, 수술 부위 소독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한 번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죠. 2주 지속 항생제를 쓰면 추가 비용이 나올까요? 물론 추가 비용이 나옵니다. 비싼 주사제니까요. 하지만 주사가 꼭 필요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추가 비용이 나오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죠. 사족이지만, 컨베니아는 그럼 언제 쓸까요? 최근에는 컨베니아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컨베니아를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항생제가 2주 이상 필요한 상황이어야 하고, 3세대 세팔로스포린 계통(=세포벡신)이 감수성을 보이는 경우여야 합니다. 세포벡신은 3세대 세팔로스포린 계통의 약물이어서 배양 검사없이 퍼스트 초이스로 추천되는 경우는 없는 약입니다. 파보 장염에 감염된 환자를 통원 치료하는 경우나, 세균성 방광염으로 인해 스트루바이트 결석이 생긴 경우 정도가 컨베니아를 쓰는 몇 안되는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물론 찾아보면, 드물게 보는 몇 안되는 적응증이 더 있긴 할 겁니다).

항생제는 보호자분보다는 수의사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불필요하게 처방되는 경우가 많은 약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항생제 스튜어드쉽도 처방하는 사람 마음의 평안을 위해 처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길 자주 하죠. 이렇게 불필요하게 처방되는 경우에는 중성화 수술 이후의 컨베니아처럼 쓸데없이 의료비를 늘리고, 환자에게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최상의 의료라고 보기는 어렵달까요. 대부분의 의학적인 내용이 정보비대칭성 때문에 구구절절 다 설명드리기 어렵듯, 항생제 처방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늘 그렇듯,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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