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된 내용을 옮겨보자면, 비행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상과의 기압 차이입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기압이 낮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낮아진 기압 때문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여행을 자제하라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분이 물어보신 암컷 중성화 수술의 경우 개복 수술이고, 이럴 경우 복강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게 되는데,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를 타게 되면 비행기에서의 낮은 기압 때문에 복강 내의 공기가 팽창해서 압력에 의한 손상(barotrauma)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엄밀하게 개나 고양이에서 정말 그런가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에서는 그런 데이터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복강 내에 공기가 다 흡수돼서 사라지기까지 10-14일 정도는 수술 후에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권고를 합니다. 같은 중성화 수술이라도 수컷 중성화 수술의 경우는 개복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가 적습니다. 피부에 있는 작은 혹을 뗀 간단한 수술이라면, 10-14일까지 기다리진 않아도 될테고요.
반면 리스크가 높아지는 수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흉이 있었다거나, 폐 종양 같은 것 때문에 폐엽 절제를 했다면, 기압 변화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폐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기집(pulmonary bullae) 같은 게 있을 때도 비행기를 타는 건 위험합니다. 이런 환자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비행기를 타지 않는게 안전할 수 있습니다.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강아지들 중에는 하부호흡기계(예컨대 폐) 외에 상부호흡기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 강아지들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2010년, 미국 교통부(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는 퍼그나, 보스턴 테리어, 복서, 마스티프, 페키니즈, 라사 압소, 시츄 같은 단두종 강아지들이 다른 강아지에 비해서 비행기 안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를 낸 적이 있습니다. 5년 동안 비행기에서 사망한 122마리의 강아지 중에 절반 정도가 단두종 강아지였다는 통계였습니다.
AVMA(미국수의학협회)는 이와 관련한 FAQ에서 비행기 내의 공기질이나 온도, 낯선 환경이 단두종 강아지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흥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숨을 편하게 쉬지 못해서 그럴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특히 강아지가 화물칸에 있는 경우, 이런 낯선 환경 속에서 강아지가 숨을 어렵게 쉴 때 아이를 모니터링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화물칸보다는 가급적 객실에 아이를 태우고, 가능하면 흥분하지 않도록 비행 전에 진정제를 복용시킨다든가 하는 게 낫다는 권고를 합니다.)
비행기에 태우기가 다소 겁나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심장병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입니다. 이 경우엔 지난 2019년 ECVIM(유럽수의내과학회)에서 나온 동물에서의 자료가 있습니다. 심장병이 있는 강아지들을 수술로 치료하는 일본 JASMINE의 발표 내용인데, 아무래도 해외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 일본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케이스들이 있다보니, 이런 발표가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행기를 탄 강아지 중 심장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던 경우가 있긴 하지만, 심장약만 제때 잘 먹여준다면 별 무리 없이 비행기 여행이 가능했다는 게 결론입니다.
COVID-19 때문에 해외 여행을 가는 게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사람도 비행기를 탈 일이 많이 없어지긴 했습니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사람과 동물 모두 어렵지 않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때는 이 포스팅이 조금 더 쓸모가 있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