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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고양이 췌장염의 진단 검사에 관한 조금 복잡한 이야기

이런 전문적인 내용을 수의학 종사자가 아닌데, 알 필요가 있을까 싶은 포스팅을 몇 번 했던 적이 있습니다. proBNP 검사에 관한 내용이나,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있었죠. 진단 검사로 가면,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개념이 끼어들면서 얘기가 한껏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포스팅도 그런 내용입니다. (그래서 복잡한 얘기가 싫은 분들은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췌장염은 상당히 흔한 병입니다. 2007년 JSAP(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에 올라온 논문에서는 강아지가 사망한 후 부검을 통해 확인해봤을 때, 대략 34퍼센트 정도에서 췌장염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하죠. 하지만 췌장염을 명확하게 확진해주는 진단 검사가 없다 보니, 진료를 볼 때 놓치기 쉬우면서 동시에 과진단 되는 병 중 하나입니다. 과소진단되면서, 동시에 과다진단 되는 병이랄까요. 췌장염을 확진하는 방법은 조직 검사(췌장을 일부 떼어내서 조직학적으로 확인하는 검사)인데, 증상이 애매한 경우에는 침습적인 검사를 권하기가 쉽지 않고, 증상이 뚜렷한 경우 또한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마취가 필요한 침습적인 검사를 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췌장염을 진단할 때는 보통 비침습적인 검사에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침습적인 검사(=혈액 혹은 영상 검사)로는 췌장염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검사가 없고, 그렇다보니 여러가지 검사를 토대로 췌장염일 것이다… 정도의 진단을 내립니다.

여기서 함정이 생기는데, 어떤 진단 검사 하나에서 췌장염처럼 결과가 나왔다면, 다른 검사에서 특이사항이 확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췌장염이라고 말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게 췌장염이 과다진단되는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증상이 두드러지는 급성 췌장염과 달리, 만성 췌장염은 임상 증상이 애매모호하게 나타나는데, 이럴 때 임상 증상을 토대로 검사를 안 하거나, 검사 결과를 위양성이라고 무시하게 되는 경우에는 과소진단이 이루어집니다. 아주 얄궂은 병이죠.

그래서 보통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 환자의 임상 증상을 토대로 수의사가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 췌장염인지 아닌지를 진단하게 됩니다. 수의사의 경험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죠. 이 포스팅에서는 임상증상이나 영상 검사에 관한 얘기는 빼고, 조금 구체적인 숫자들이 있는 췌장염 혈액 검사에 대한 얘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가장 전통적인 췌장염 검사는 생화학 검사에 포함되어 있는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입니다. 간혹 다른 병원에서 검사하고 온 자료를 들춰보면 이 검사를 하고, 췌장염이 의심된다는 얘길 듣고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밀라아제(AMYL)와 리파아제(LIPA)는 이제 더는 하지 않는 검사에 가깝습니다.

췌장에서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가 나오니 췌장염이 있는 환자는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가 높게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이 검사의 배경입니다만, 문제는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가 췌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췌장에서만 분비되는 리파아제를 검사해야하는데, 생화학 검사에 포함된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는 췌장에 특이적이지 않습니다. 췌장 외의 다른 장기에서도 이 효소가 분비되는데, 어떤 경우엔 신장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신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췌장이 멀쩡한데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죠. 동전 던지기만도 못한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요즘엔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2015년 JSAP에 올라온 췌장염 진단에 관한 리뷰 논문을 보면,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의 한계에 대한 얘기를 명확하게 합니다. 1980년대에 써봄직한 검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80년대 후반과 90년대에 들어 무쓸모한 검사라는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하죠.

보통 생화학 검사 패널로 같이 은근슬쩍 끼어들어가서 검사가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의 경우엔 개원 이래 이 검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검사값이 알려주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데, 검사 비용만 올리기 때문이죠.

cPL과 fPL

그래서 이런 리파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췌장에 특이적인(=췌장에서만 분비되는) 리파아제 검사입니다. 강아지용은 cPL(canine Pancreatic Lipase), 고양이용은 fPL(feline Pancreatic Lipase)라고 하죠. 최근 동물병원에서 췌장염 검사를 한다고 했을 때 보는 검사가 이 검사이고, 현재 췌장염을 평가할 때, 가장 민감하면서도 가장 특이적인 검사가 이 검사입니다. 보통 수치를 알려주는 정량 검사는 Spec cPL, Spec fPL이라고 해서 외부의뢰 검사로 진행이 됩니다.

강아지의 경우 0 부터 200ug/L 내의 결과는 췌장염이 아니라고 보고, 고양이의 경우 0부터 3.5ug/L 범위 이내라면 췌장염이 아니라고 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그레이존이 있는데, 강아지의 경우 201부터 399ug/L를, 고양이의 경우 3.6부터 5.3ug/L까지를 그레이존이라고 봅니다. 그레이존이라면 췌장염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다는 얘기죠. 강아지는 400ug/L이상, 고양이는 5.4ug/L 이상이면 췌장염일 가능성이 몹시 높다고 봅니다.

간혹 원내 검사로 cPL이나 fPL 정량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부정확합니다. 국내에서 이 때 흔하게 사용하는 장비가 바이오노트사의 Vcheck이라고 하는 장비인데, 2019년 JVIM(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장비의 정확도와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얘길 하죠. (이 얘기는 2021년에 나온 고양이 췌장염에 관한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도 동일하게 한 번 더 언급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그래서 cPL이나 fPL을 확인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외부 의뢰 검사로 검사를 진행합니다.

cPL이나 fPL 검사는 얼마나 정확할까요? 민감도와 특이도에 대해 살펴보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습니다. 민감도는 췌장염이 있는 환자에서 양성이 뜨는 확률을 얘기하고, 특이도는 췌장염이 없는 환자에서 음성이 뜨는 확률을 얘기합니다.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cPL의 민감도는 급성 췌장염에서 최대 93% 정도고, 만성 췌장염에서는 64%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fPL의 경우는 급성 췌장염에서 대략 80% 정도라고 알려져 있죠. 민감도가 나쁘지 않은 검사인 반면 cPL과 fPL은 모두 특이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이도가 낮은 검사라는 얘기는 위양성이 많은 검사라는 얘기입니다. 조금 쉽게 얘기하자면, 췌장염을 확정진단하기 좋은 검사는 아니지만, 췌장염이 아니라는 걸 알기는 좋은 검사라는 얘기죠.

더 쉽게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갑작스레 구토를 하고 사료를 잘 안 먹는 전형적인 췌장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서 cPL(혹은 fPL)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면, 일단 환자의 증상이 췌장염 때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 좋은 검사라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동일한 환자에게서 검사가 양성이 떴다면, 췌장염 가능성을 높게 보되, 췌장염이 아닌 다른 질환 때문에 동일한 증상을 보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영상 검사(보통 복부 초음파)를 통해서 정말 췌장염이라고 볼 수 있는지 추가적인 확인을 해야된다는 얘기죠. (cPL이나 fPL 하나만으로는 췌장염을 진단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에서의 민감도가 다르다는 얘길 했는데, 이건 건강검진에서 cPL이나 fPL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됩니다. 임상 증상이 있는(=급성 췌장염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서는 cPL이나 fPL 검사를 하는 게 의미가 있지만, 임상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건강검진을 하려는 건강한) 환자에서는 민감도조차도 낮기 때문에 검사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민감도가 낮다는 얘기는 음성이 나와도, 환자에게 췌장염이 없다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오늘동물병원에서는 건강검진에서 cPL(fPL) 검사를 기본 검사로 하지 않는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췌장염 키트 검사

앞서 말했던 것처럼 원내에서 cPL이나 fPL 정량 검사를 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보니,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보통 외부 의뢰 검사로 cPL이나 fPL 검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하지만 급성 췌장염은 진단이 빠르게 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외부 의뢰 검사로 하루이틀을 소비하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 나온 검사가 췌장염 키트 검사입니다. 보통 cPL SNAP 키트, 혹은 fPL SNAP 키트라고 하는 것들이죠. 아래 사진처럼 생긴 것들입니다.

이런 키트 검사는 정량 검사(=수치가 나오는 검사)를 키트로 바꿔놓은 것들입니다. cPL의 경우, 정상 상한 수치가 200ug/L인데, 만약 200ug/L를 넘는 수치가 나오면 키트에서 양성이 뜨도록 설계해둔거죠. fPL이라면 3.5ug/L를 넘을 때 양성이 뜨게 만들어졌습니다. 즉각적으로 빠르게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민감도와 특이도도 정량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레이존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cPL을 예로 들자면 201부터 399ug/L까지는 그레이존이라 진단을 유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키트 검사로는 그게 쉽지 않은 거죠.

개인적으로는 키트 검사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cPL이나 fPL이 수치가 중요할 때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급성 췌장염의 경우는 보통 수치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염증이 심하냐 아니냐를 평가할 때는 염증 수치(CBC 검사의 WBC 수치나, CRP 혹은 fSAA 같은 검사)를 보면 되니, 췌장염이냐 아니냐를 보는 용도로는 키트 검사 정도면 충분하죠.

간혹 췌장염이 좋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입원 환자에서 매일 cPL이나 fPL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는데, cPL과 fPL 모두 진단 검사지, 모니터링 검사가 아닙니다. 고양이 췌장염에 관한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른 지표들과 함께 fPL을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데 써도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모니터링 검사로 쓴다 하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서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치료가 진행되면서 췌장염이 경증으로 바뀌면 그 때부터는 민감도가 아주 떨어지는 검사가 되기 때문에 모니터링 수단으로는 다소 애매하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모니터링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한 에비던스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DGGR 리파아제

Spec cPL이나 Spec fPL이 특정 회사(=아이덱스)의 상표등록된 검사이다보니, 좀 더 범용적으로 모든 랩에서 할 수 있는 검사로 최근에는 DGGR 리파아제라는 검사도 진행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딱히 없고, cPL과 동일한데, 이름이 다른 검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DGGR 리파아제의 장점은 좀 더 많은 랩에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때로는 신뢰도 높게 원내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국내에도 원내에서 DGGR 리파아제 검사가 가능한 생화학 검사장비가 있습니다).

DGGR 리파아제의 경우, cPL과는 거의 동일한 검사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상관 관계가 높은 편입니다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fPL 검사와 DGGR 리파아제가 꽤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만, 데이터에 몇몇 아웃라이어들이 있어서, 동일한 검사라고 보기 조금 애매할 때가 있죠.

췌장염은 과소진단과 과다진단이 모두 생길 수 있는 병이고, 치료에 있어서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과 없다고 하는 것이 꽤 여러 의견으로 갈리는 병입니다. 췌장염이 있는 경우 혈장 수혈을 하는 병원이 있는데, 요즘에는 췌장염 때문에 응고계 쪽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혈장 수혈 자체는 췌장염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혈장 수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혈장 수혈이 그냥 보호자분의 의료비만 늘리고, 아이한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진단에 있어서나 치료에 있어서나, 쉽지 않은 병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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