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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패치, 다 똑같지 않습니다

진통 패치는 약을 먹일 필요가 없고, 한 번 붙여두면, 몇 일이나 약효가 유지된다는 점 때문에 종종 사용하게 되는 진통 수단입니다. 보호자분들 사이에서는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치료 시에 컨트롤되지 않는 통증을 관리하고자 할 때 쓰는 최후의 수단처럼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술 직후의 통증을 관리하고자 할 때도 패치를 붙인 상태로 퇴원이 가능하니 입원 기간을 짧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하죠. 마약류(혹은 향정신성 의약품)라는 얘기 때문에 무섭게 들리곤 하지만, 마약류는 약이 엄격하게 관리된다는 의미일뿐 부작용이 큰 무서운 약이라는 얘긴 아닙니다. (마약류로 취급되는 아편류 진통제들이 사실은 상대적으로 심폐억압이 적은 나름 안전한 약이라는 건 재밌는 일입니다.)

어쨌든 이번 포스팅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진통 패치에 대한 얘길 해보려 합니다. 보통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진통 패치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프레놀핀을 주성분으로 하는 부프레놀핀 패치(보통 노스판 패치라는 상품을 많이 씁니다)이고, 다른 하나는 펜타닐을 주성분으로 하는 펜타닐 패치입니다. 부프레놀핀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마약류인 펜타닐에 비해 관리가 덜 까다로워서, 부프레놀핀 패치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빈번하게 처방되죠. 오늘동물병원은 부프레놀핀 패치보다는 펜타닐 패치를 사용하는데, 이 포스팅에서 하려는 얘기는 왜 부프레놀핀 패치 대신 관리가 까다로운 펜타닐 패치를 쓰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펜타닐 패치가 상대적으로 수의학에서 잘 연구되어 있는 것에 비해, 부프레놀핀 패치는 연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프레놀핀이라는 약 자체는 동물에서(특히 고양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진통제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사제를 이용합니다. 한국은 부프레놀핀의 주사제가 없어서, 부프레놀핀을 사용하고자 하면 패치의 형태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웃긴 건 서구권에서는 부프레놀핀 패치 사용이 그리 많지 않아 관련된 연구 자체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실제로 진통 효과가 있는지, 붙이고 나면 혈중 약물 농도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는지, 어느 정도 용량의 패치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데이터가 거의 없는 편이죠.

몇 안되는 데이터를 긁어모아 보면, 대표적인 논문으로 2007년 Veterinary Record에 올라온 Murrell의 연구가 있습니다.

고양이 6마리에서 부프레놀핀 패치를 붙여놓고 혈중 약물 농도를 살펴봤더니, 35ug/hr짜리 패치를 썼을 때, 혈중에서 부프레놀핀이 확인이되더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다만, 혈중 약물 농도가 올라간 것에 비해 진통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죠. 2011년 The Veterinary Journal에 올라온 Moll의 논문을 보면, 강아지에서 부프레놀핀 패치를 사용해본 얘기가 나옵니다.

강아지(약 13kg 정도 되는 강아지)에서 70ug/hr짜리 부프레놀핀 패치를 썼더니 진통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는 얘길 하죠. 부프레놀핀 패치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면, 이런 상반된 얘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혈중 약물 농도가 올라가는 걸 봐서는 피부로도 부프레놀핀이 흡수되는 건 분명해보이는데, 실제 통증을 충분히 줄여주는지에 대해서는 좀 애매하다는 거죠.

부프레놀핀 패치를 사용하기 찝찝해지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부프레놀핀 패치를 사용한 대부분의 논문들이 상당히 고용량의 패치를 썼다는 점입니다. 앞선 2007년 논문에서는 고양이에게 35ug/hr짜리 용량의 패치를 썼고, 2011년 논문에서는 13kg 정도 강아지에서 70ug/hr짜리 용량의 패치를 썼죠. 국내 동물병원에서 루틴하게 처방하는 부프레놀핀 패치인 노스판 패치의 용량은 5ug/hr, 10ug/hr, 20ug/hr 3가지로 논문에서 사용하는 용량의 패치에 비해 턱없이 적은 편입니다. 트랜스텍 패치라고 35, 52.5, 70ug/hr짜리 용량으로 나오는 제품도 있습니다만, 루틴하게 처방되는 제품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나온 논문 중에 20ug/hr짜리 부프레놀핀 패치를 붙였을 때 진통효과를 봤다는 논문이 있긴 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진통이 잘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Visual Analogue Scale(VAS)를 사용했는데, 환자의 모습을 살피면서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진통제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볼 때 살펴보는 thermal threshold(온도 역치 검사, 열 통증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는 검사) 대신 주관적인 평가 기준을 사용한 거죠. 이런 주관적인 평가 방법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보통 진통이 잘되느냐 아니냐는 thermal threshold test를 좀 더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논문에 따라 결과가 갈리고, 정확히 어느 정도 용량을 써야하는지도 알기가 어렵다보니, 부프레놀핀 패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라 처방이 상대적으로 마약류인 펜타닐 패치에 쉽다는 걸 제외하면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 진통 패치입니다. 실제 임상적으로 통증 관리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용량이 가장 적합한지 알기 어렵다는 건 꽤나 문제가 됩니다. 고용량을 써야 어느 정도 혈중 약물 농도가 올라간다는 건 논문으로 확인됐지만, 그렇다고 고용량을 써버리기엔, 패치 자체가 약물이 흡수되는 정도가 들쭉날쭉이라는 점도 고려를 해야하죠. 고용량을 붙였는데, 흡수가 너무 잘돼서 부프레놀핀의 부작용이 두드러진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얼마나 얇은지, 혈관 발달이 잘 되어 있는지, 체온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약물 흡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패치의 특성은 펜타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경우 최근 FDA에서 고양이의 진통 관리를 위해 부프레놀핀 외용제(transdermal solution)을 승인했다고 합니다. 엘랑코에서 나오는 조르비움(Zorbium)이라는 제품이죠. 목덜미에 발라주면 최대 4일까지 부프레놀핀 효과를 내서 통증관리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패치랑은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외용제로 부프레놀핀은 좀 더 나을지 모르겠지만, 패치는 어쨌든 루틴하게 처방하기엔 논문들이 다소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진통패치를 처방할 땐, 좀 더 통증 관리 효과가 확실하고 데이터가 더 많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합니다. 어설프게 부작용을 고려해 저용량의 노스판 패치를 처방했다가 진통 효과가 없다면 문제가 될테니까요. 보호자분께서는 아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돈을 내고 부프레놀핀 패치를 붙여줬는데, 정작 약효가 없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언제나 통증 관리에 진심이고, 보호자분이 헛되이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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