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요즘엔 가정집에 강아지 고양이들을 위해 산소방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있어서, 산소가 필요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주는 개념이 보호자분들께도 많이 익숙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병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산소를 보충해주는지, 오늘동물병원은 어떤 방법을 쓰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휴일을 맞아, 케이스 포스팅을 좀 해볼까해서 강아지 고양이의 심인성 폐수종에 대한 얘길 쓰고 있었는데, 산소 공급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따로 이 얘기만 빼보려 합니다. (블로그를 종종 찾으시는 분들한테는 믿기지 않겠지만, 늘 짧은 글을 지향합니다)
환자에게 산소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케이스 포스팅으로 쓰려던 심인성 폐수종인 경우가 대표적일테고, 비심인성 폐수종, 폐렴, 폐 섬유화 등등 폐에 문제가 생겨서 폐의 산소 교환 능력이 떨어진 경우 저산소증을 해소하기 위해 산소 공급이 필수적입니다.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기존에 하던 방식이 있더라도 다시 한 번 그 방법이 맞나 고민해보거나,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고, 기존 방식을 바꾸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올해 IVECCS(International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Symposium, 세계 수의 응급 및 중환자 관리 학회)에서 환자에게 산소 공급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강연(유료링크)이 있었는데, 산소 공급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 계기는 그 강연이었습니다.
산소 공급은 기본적으로 흡입하는 산소의 농도를 높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렇게 환자가 흡입하는 산소의 농도를 FiO2(Fraction of inspired oxygen)라고 합니다. 공기 중 산소의 농도가 대략 21% 정도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산소 공급을 해주는 게 아니라면 일반적인 상황(Room air)에서 FiO2는 21%가 됩니다.
이 FiO2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코 앞에 산소가 나오는 관을 대주는 방법(flow-by)이 있고, 좀 더 밀착이 잘 되도록 산소 마스크를 대주는 방법(face mask)도 있습니다. 조금 침습적으로 가자면, 콧구멍에 관을 꽂아서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어느정도까지 관을 밀어넣느냐에 따라 nasal cannula, nasopharyngeal cannula, nasotracheal cannula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목에서 피부를 절개하고 기관에 관을 꽂아넣는 transtracheal 방법도 있죠. 혹은 좀 더 루틴하게 많이 사용하는 산소 케이지나 산소 후드 같은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방법에 대해 정리한 텍스트들은 매우 많지만, 앞서 언급한 IVEECS의 강의 자료를 베껴보자면 각각의 방법은 아래와 같은 장단점을 갖습니다.

Flow-by는 이런 겁니다.

코 앞에 산소가 나오는 관을 대놓고 있는 거죠. 이 방법은 코 앞에서 산소 바람이 나오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환자가 가만있지 않습니다. 폐수종처럼 장시간 산소 공급이 필요한 경우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죠. 마취 직전에 환자에게 산소 공급을 좀 더 해주고 싶을 때 써봄직한 방법입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얼굴에 산소 마스크를 씌워두는 것도 장시간 사용에 적합한 방법은 아닙니다. 산소 마스크는 flow-by에 비해서 조금 더 높은 농도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flow-by보다 환자가 더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단시간의 주사 마취(예컨대 남아중성화 수술)에서 마취 중인 환자에게 기도 삽관까지는 하지 않고자 할 때 산소를 공급하기 좋은 방법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땐 환자가 의식이 없으니, 마스크를 씌워놔도 알아채지 못하니까요).
코에다 산소관을 꽂는 방식은 중대형견이 많은 외국의 케이스에서 종종 보게 되는 방식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산소 유량을 적게 틀어놔도 꽤 높은 FiO2를 달성할 수 있고, 산소 케이지 안에 넣기에는 강아지의 사이즈가 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산소 케이지가 환자에게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중대형견이 들어갈만한 케이지는 사이즈가 클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산소 케이지 안을 산소로 가득채우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산소 소모량도 너무 많아지죠. 그래서 중대형견의 경우에는 이런 산소줄을 이용해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대형견이 적은 한국의 경우는 이렇게 코에 산소줄을 꽂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이 산소 케이지를 쓰거나, 산소 후드를 사용하죠. 한국은 환자의 대다수가 소형견이나 고양이이라서 그렇습니다. 소형견이나 고양이의 경우는 저렇게 코에다 관을 꽂아놓고 유지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거나, 애초에 콧구멍 사이즈에 맞는 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럴 필요가 없는 산소 케이지나 산소 후드를 씁니다.
산소 케이지와 산소 후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의 경우엔 산소 후드를 산소 케이지보다 우선합니다. 뭐가 더 낫다에 대한 판단은 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수의사의 선호에 따라, 혹은 병원의 세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동물병원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점 때문에 과거엔 산소 케이지를 조금 더 우선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산소 후드는 유지가 잘 되지 않습니다. 보통 산소 후드를 만들어 쓰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플라스틱 넥카라에 랩으로 앞면을 막거나, 샤워캡 같은 걸로 앞을 막아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막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만들어 쓰면, 일단 씌워둔 랩이나 샤워캡이 잘 유지가 안되고, 넥카라를 장착해둔 목 뒤쪽에서 산소관을 빼서 후드 안에 넣어두게 되는데, 이게 환자가 움질일 때마다 굉장히 잘 빠집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산소 공급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환자에게 뭘 달아둘 필요가 없이 케이지 전체의 산소 농도를 올려버리는 산소 케이지를 선호했습니다.
헌데 이번에 고민해보니, 산소 케이지는 눈에 띄지 않을 뿐 실제로 환자에게 산소 공급이 잘 안되는 게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각 산소 공급 방법에 따라서 필요한 산소의 유량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FiO2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소 후드는 5L/min 정도의 유량으로 50-80% 정도의 FiO2를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산소 케이지는 15L/min 정도의 높은 산소 유량이 필요하고, 기대가능한 FiO2는 45-60% 정도로 산소 후드에 비해 떨어집니다.
동물병원에서 쓰는 대부분의 ICU들이 이정도 유량으로 산소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고, 어찌저찌 산소 유량을 달성한다 하더라도(관을 이곳저곳에서 땡겨다 하나에 몰빵하면 됩니다), 환자에 따라 입원장을 자주 열게 된다면, 산소 케이지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동물병원에서 어찌저찌 15L/min의 유량으로 입원장 안에 산소를 공급한다고 할 때, 만약 이 환자가 심인성 폐수종 환자라서 1-2시간에 한 번씩 입원장 문을 열고 이뇨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라면 어떨까요? 입원장 문을 한 번 열면 다시 FiO2가 40% 이상까지 올라가는데 35-45분 정도가 필요합니다. 15L/min의 유량이면, 일반적인 소형 산소 발생기 3개가 입원장 하나에 몰빵되어야 하는 수준의 유량입니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유량이 아니죠. 오늘동물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병원 ICU에서 입원장 하나에 들어가는 산소의 최대 유량이 5L/min이니 유량 달성 자체도 쉽지가 않습니다만, 그걸 맞춰놓는다 하더라도 입원장 문을 열지 않고 환자를 케어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입원한 환자가 입원장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입원장의 사이즈를 키우는 게 (동물복지 차원에서의) 트렌드인데, 이렇게 입원장의 사이즈가 커지면 그 공간을 산소로 채우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친화 병원(ISFM Cat friendly clinic)의 경우, 골드 등급을 따기 위해서는 입원장 사이즈가 가로, 세로, 높이 몇 cm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죠(오늘동물병원도 이 사이즈를 맞췄습니다). 이런 조건들을 맞추기 위해 입원장 사이즈를 키워놓는 것은 당연히 환자를 위해 권장되는 일이지만, 똑같은 입원장을 산소 케이지로 쓸 때에는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동물병원은 산소 후드를 다시 대안으로 고려했고, 조금 더 유지가 잘 되는 산소 후드가 없을까를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찾은 게 아래 사진에 있는 산소 후드입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산소 후드. 저 파란 구멍에서 산소가 나옵니다.
병원에서 쓸 요량으로 해외에서 직구한 제품인데, 일단 산소관을 후드에 직접 장착해서 빠질 염려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더군요. 환자가 생각보다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고요.
산소 케이지에 비해 5L/min 정도면 FiO2를 50-80%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산소 유량을 달성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고, 입원장 문을 열고 환자에게 주사 처치를 해도 산소 농도가 떨어질 일도 없습니다. 산소 후드의 고질적인 문제로 후드 내부에 습기가 차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갈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환자 모니터링만 철저히 한다면 단점 때문에 못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방법은 없어서, 이것도 못 견디는 환자가 있습니다. 넥카라 씌워두면 어떻게든 벗으려고 하는 환자가 있는 것처럼 이것도 견디지 못하는 환자가 있죠. 그런 환자라면 오늘동물병원도 산소 케이지를 적용합니다. 만약 심인성 폐수종 환자가 그렇다면 산소 케이지를 사용하되, 입원장 문 여는 횟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뇨제도 수액 연장선(익스텐션 튜브)로 CRI(혈관에 주사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방법)하죠.
정답은 없고, 환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제일 최선이라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산소 공급입니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게 되기도 하고, 실제 환자에게는 산소 공급이 거의 되지 않았는데, 충분한 산소 공급이 됐다고 착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 써놓고 보니, 약간은 “이런 고민이 있었습니다”의 에세이 같은 글이 된 것 같네요. 뭐… 어쨌든… 이런 고민이 있어서, 이렇게 써놓은 것처럼 하기로 했습니다 🙂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동물병원은 꽤 다양한 테이프를 사용하는 곳입니다. 털이 잔뜩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게 적당히 잘 붙으면서도, 피부가 약한 아이들에게서 떼어낼 때 자극이 크게 남지 않는, 하지만 고정력은 단단한 테이프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테이프들을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쓰게 되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동물병원에서 어떤 테이프를 쓰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교과서에서 어떤 테이프를 쓰라고 얘기해주지도 않고, 정답이 있는 […]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취는 언제나 긴장됩니다. 특히 동물의 마취는 사람의 마취보다 리스크가 조금 더 높은 편이고, 동물은 사람처럼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참아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스케일링 같은 걸 할 때도 전신마취가 필요하죠. 그렇다보니 마취를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병원 자랑도 할겸, 오늘동물병원에서 어떤 식으로 마취를 하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보통 마취학(Anesthesiology)에 대해 얘기를 할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