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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이염에 항생제 감수성 검사, 꼭 필요한 걸까요?

외이염 이야기를 써 본 김에 외이염 환자에서의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세균 배양 검사와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비용적인 부분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추천이 됩니다. 진단을 명확하게 해주고, 어떤 항생제가 가장 적합한지 알려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균 감염이 뚜렷해도 배양 검사가 추천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외이염입니다. 간혹 만성 외이염을 앓았던 환자들 중에 반복적인 배양 검사를 하고 오늘동물병원에 와서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보통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왜 그런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배양 검사가 알려주는 정보는 무엇이 있을까요? 외이염 환자에서 멸균 면봉으로 귀 안쪽을 닦아낸 걸 배양하면, 귀 안에 정확히 어떤 세균이 있는지, 그 세균이 어떤 항생제에 잘 죽는지(=감수성이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위 케이스를 예로 들어보면, 귀에서 면봉을 이용해 샘플링을 한 검체를 검사했더니, 귀 안에서 Pseudomonas aeruginosa(녹농균)이라는 세균이 검출됐고, 그 세균이 시프로플로사신, 마보플록사신 같은 항생제에는 감수성(Sensitive)을 보이고, 독시사이클린, 세포벡신 같은 항생제에는 저항성(Resistant)을 보인다는 걸 알려주죠. 이런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생제를 쓴다면, 효과적으로 세균을 사멸시킬 수 있을테니 검사를 하는 게 꽤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지만, 귀에서만은 이 생각이 틀릴 수 있습니다. 이유는 MIC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MIC는 Minimum Inhibitory Concentration(최소억제농도)의 약자로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생제의 최저 농도를 얘기합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더 적은 농도로도 세균을 죽일 수 있다는 얘기니, 바꿔 말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함정은 이 농도가 항생제의 “혈중” 농도를 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위에 있는 검사 결과를 보면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이라는 항생제의 MIC가 0.5ug/mL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혈액 내의 엔로플록사신 농도가 0.5ug/mL 이상이면 이 세균이 효과적으로 억제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먹는 약 혹은 주사제로 전신 항생제를 쓰는 경우에는 이런 개념이 매우 중요합니다. 약을 먹이든, 주사를 하든, 항생제의 혈중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서 세균을 죽이겠다는 개념이니까요.

하지만 외이염에서 이 개념은 들어맞지 않습니다. 외이염을 치료할 때는 전신 항생제를 쓰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외용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외이염 치료에서 전신 항생제를 쓰지 않는 이유는, 먹는 약으로 항생제를 처방한다 하더라도 이도 내에서 항생제의 농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이염에서는 먹는 약으로 항생제를 주더라도 이도 내에 있는 세균이 효과적으로 없어지지 않죠. (만약 외이염에 먹는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외이염에서는 항생제를 쓸 때 먹는 약 대신 외용제(귀연고)를 이용해서 항생제를 처방하게 되는데, 귀 안에 항생제가 포함된 약액을 듬뿍 묻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렇게 항생제를 쓰면 MIC보다 약 100배에서 1,000배 이상의 항생제 농도를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어느 정도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어서 전신 항생제에 잘 없어지지 않는 세균이다 하더라도 항생제에 담궈버리게 되면 살아남지 못하고 죽게 되는 셈이죠. 사람 몸에 좋지 않은 독약이 있다고 할 때, 그 독약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사람조차도 독약 속에 몸을 담궈버리면 살기 어려운 것과 똑같은 개념입니다.

그래서 외이염의 세균 배양 검사 결과에서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항성이 있다고 뜬 항생제라 하더라도 농도를 아주 강하게 쓰게 되는 셈이라, 대부분의 세균들이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배양 검사를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할 필요가 없을 뿐 간혹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귀 도말 검사(세포학 검사)를 했는데, 귀에서 다수의 간균이 확인되어서 녹농균(Pseudomonas)이 맞는지 확인을 한다든가하는 경우 (감수성 검사가 아니라) 세균이 어떤 세균인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배양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외용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확히 어떤 세균인지 알기 위해서 배양을 고려해볼 수 있죠.

전신 항생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이염만 있다면 전신 항생제를 먹을 필요는 없지만, 만약 중이염이나 내이염 증상을 보인다면 전신 항생제는 필수가 됩니다. 머리가 살짝 돌아간다든가(head tilt), 호너 신드롬 같은 증상을 보인다든가, 입을 벌릴 때 아파하는 것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중이염이나 내이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배양 검사가 강력하게 추천되죠. 다만 외이염에서처럼 외이도 내에서 샘플링을 하는 게 아니라, 고막을 뚫고 들어가서 중이 내에서의 샘플링을 원칙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외부 의뢰 검사로 이루어지는 배양 검사는 저렴한 검사가 아니고, 항생제 또한 부작용이 없는 게 아닙니다. 별 의미가 없는 일에 의료비를 지출한다든가, 그닥 효과가 없는 약을 불필요하게 먹는다든가 하는 걸 원하는 보호자분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원칙을 수의사가 잘 알고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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