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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항암이 주사항암보다 부작용이 적은가요?

오늘동물병원이 항암 치료(=chemotherapy, 화학 요법)를 하는 병원이다보니, 종종 항암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항암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이 막연한 두려움(=비싸고, 부작용이 심한데, 오래 살지도 못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 진행을 꺼리시곤 하지만, 종종 그런 보호자분들조차 간혹 “경구 항암을 하면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하십니다. 경구 항암이 아무래도 주사 항암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덜하다는 얘길 듣고 물어보시는거죠.

그래서 도대체 경구 항암이 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보호자분들께 잘못 알려져 있는 내용이 너무 많고, 심지어는 수의사들조차 잘못 알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어서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약은 다른 약인데, 최선의 치료를 하지 않고, 경구 항암을 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 환자들을 볼 때면, 오늘동물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안타까울 때가 많죠.

경구 항암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먹는 항암제를 얘기합니다. 항암제인데 주사로 맞는 게 아니라 먹는 약으로 치료하는 걸 얘기하죠. 이렇게 경구로 투약할 수 있는 항암제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팔라디아(팔라디아는 상품명이고, 성분명은 토세라닙이라고 하는 약입니다)가 있고, 클로람부실도 먹는 항암제입니다. CCNU(성분명 로무스틴)도 먹는 약이고, 주사제와 먹는약이 모두 있지만,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도 먹는 항암제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구 항암이라고 하면 이런 약들 중 하나를 먹여서 항암 치료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사는 조금 무섭지만, 먹는 약은 조금 덜 무서우니까 경구 항암은 아무래도 부작용이 덜할까요? 여기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구 항암이라는 얘기가 뜻하는 건 먹는 항암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보호자분들이 얘기하는 부작용이 적은 경구 항암은 수의사들이 메트로놈 항암요법(metronomic therapy)이라고 하는 걸 얘기합니다. 엄밀하게, 경구 항암과 메트로놈 항암요법이 의미하는 건 사실 많이 다릅니다.


항암은 전통적으로 MTD(Maximally Tolerable Dose) 치료법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최대허용용량(MTD, Maximally Tolerable Dose) 치료법이란 높은 용량의 항암제를 환자한테 투약해서 암 세포를 사멸시킨 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항암제 때문에 함께 손상을 받았을 정상 세포가 회복할 시간을 뒀다가 다시 항암제를 투약하는 치료 방법을 얘기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전통적인 MTD 치료법 대신 메트로놈 치료법(metronomic thearpy)이라고 저용량의 항암제를 잦은 빈도로 꾸준히 투약하는 치료법이 소개됐는데, 상대적으로 저용량의 항암제를 주는 것이니 MTD 치료법에 비해서 몇 가지 장점이 있을 수 있어 최근들어 메트로놈 치료법을 쓰는 종양들이 꽤 많아지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메트로놈 치료법(보호자분들이 말하는 경구항암)의 “잠재적인” 장점이라고 얘기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메트로놈 치료법은 종양을 치료할 때 관해(remission)가 되는 경우가 좀 더 많을 수 있고, 암이 재발하지 않는 기간(disease-free interval)이 조금 더 길 수 있습니다. 특히 통상적인 치료법에 내성을 갖는 종양의 경우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2. 저용량의 약이 투약되는 것이기 때문에 몇몇 부작용들이 적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어지니, 모니터링 횟수가 줄어들 수 있고, 그로인해 항암 치료 비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장점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땐 꽤 매력적이죠. 부담스럽게 왜 고용량의 주사 항암(MTD therapy)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메트로놈 치료법이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적은데, 비용까지 저렴하다는 얘기니까요. (물론 현실은 늘 이상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어쨌든 이렇게 용어 정리를 하고나면 먹는 항암제라고 모두 다 똑같은 건 아니라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구 항암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CCNU(로무스틴)의 경우, 메트로놈 방식으로도 약을 처방할 수 있고, MTD 방식으로 약을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MTD 방식으로 처방하는 경우 보통 3-6주에 한 번 고용량(60-70mg/m2)의 약을 먹이게 되고, 메트로놈 방식으로 처방하는 경우에는 저용량(2.84mg/m2)의 약을 매일 먹이게 됩니다. 3-6주에 한 번씩 로무스틴을 먹고 있다면, 입으로 약이 들어가니 ‘경구 항암’이기는 하지만, MTD 방식으로 약을 먹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이 생각하는 적은 부작용을 기대하긴 조금 어렵죠. (CCNU는 골수 억압을 잘 하고, 간독성이 심해서 부작용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게 되는 항암제입니다.)

결국, 경구 항암이 부작용이 적은 게 아니라, 메트로놈 치료법이 부작용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죠.


어쨌든 이렇게 용어의 정리가 명확해졌어도 궁금증이 남습니다. 도대체 왜 (앞서 언급한 장점들 때문에) 조금 더 우월해보이는 메트로놈 치료법을 우선적으로 쓰지 않는걸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수의사들도 아직 메트로놈 치료법에 대해서 배워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다보니, 어떤 용량을 어떤 간격으로 줘야 제일 효과적인지, 어떤 종양에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지를 아직 정확하게 잘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임상데이터가 확실한 전통적인 MTD 치료법을 우선하게 되는 겁니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 때문에 메트로놈 치료법을 적용했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암을 치료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안되니까요.

예를 들자면, 일선 동물병원에서 메트로놈 치료법을 적용할 때 가장 루틴하게 처방하는 약인 팔라디아(=토세라닙)에 대해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팔라디아는 조에티스사에서 만든 약으로 약의 라벨에는 강아지에서 악성도가 심한(Patnaik grade II or III) 비만세포종이나 외과적으로 제거한 이후에도 재발하는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r)에서 사용하는 약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보통 월수금(MWF dosing, Monday /Wednesday/Friday dosing)으로 약을 꾸준히 계속 먹이죠. 저용량으로 꾸준히 복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메트로놈 치료법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항암제 중 하나입니다. 보호자분들이 경구 항암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면 열에 아홉은 이 약을 먹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재밌는 건 제조사인 조에티스에서는 이 약을 비만세포종에서 처방하라고 얘기하지만, 많은 경우 비만세포종이 아닌 다른 종양에서도 이 약이 처방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처방이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게 팔라디아가 워낙 효과가 좋은 항암제이다보니, 다른 종양에서 써보면 어떨까에 대한 연구와 케이스 리포트들이 수의학에서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좀 더 복잡하게 얘기하자면, 토세라닙이 속하는 TKI(Tyrosine kinase inhibitor)라는 계통의 약물들(그 중에서도 수니티닙)이 사람에서 다른 종양에도 효과적이더라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기전에 대한 얘기도 복잡하게 얽혀있고요. 어쨌든 그런 케이스 리포트들 중에 어쩌다 한 번씩 토세라닙이 괜찮은 결과를 보여주더라는 얘기가 나오면 (암 치료라는 게 태생적으로 어느 정도는 지푸라기를 잡을 수 밖에 없는 치료를 할 때가 있지만) 수의사와 보호자가 모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부작용이 적다니까 한 번 시도해볼까…로 귀결이 되어버리는 거죠.

하지만 수의사들은 현재도 토세라닙을 이용한 메트로놈 치료법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관련한 논문도 있죠. 올해(2022년) VCO(Veterinary and Comparative Oncology, 수의종양학저널)에 올라온 Frezoulis의 논문입니다. 비만세포종이 아닌 다른 종양에서 토세라닙을 사용했을 때 어떤 걸 기대해볼만한가에 대한 리뷰 논문입니다. (이제 막 이런 정리들이 나오는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이 논문에서는 토세라닙이 비만세포종 외에 신경내분비 종양(neuroendocrine tumor)이나 GIST(위장관 기질 종양, 오늘동물병원에서 케이스 리포트로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AGASACA(Apocrine Gland Anal Sac Adenocarcinoma) 같은 종양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외의 전이된 골육종(metastatic osteosarcoma) 같은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림포마의 경우도 토세라닙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재밌는 건 여태 이렇다할 치료법이 없어서 어떤 항암제를 써야할지 애매했던 종양이었다가 토세라닙이 희망처럼 떠오른 경우가 있는가하면, 애초에 치료법이 명확했던 종양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GIST(위장관 기질 종양)의 경우, 예전에는 수술 이외에 마땅한 항암 옵션이 없다가 토세라닙이라는 꽤 괜찮은 옵션이 생겼죠. 반면, 림포마 같은 경우는 토세라닙이 퍼스트 초이스가 아니라, CHOP 프로토콜이라는 옵션이 퍼스트 초이스고, 현재도 더 효과적인 옵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광이행상피세포암종(TCC)의 경우도, 최근 일부 토세라닙을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문이 있지만, 여전히 미톡산트론이라는 주사제를 이용한 MTD 치료법이 퍼스트 초이스죠. 이 경우 토세라닙은 퍼스트 초이스인 미톡산트론에 약물반응성이 좋지 않을 경우 고려하는 세컨 옵션이 됩니다.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토세라닙을 퍼스트 초이스로 선택하는 건 환자를 오래 살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람과 달리 동물의 경우 MTD 치료법을 이용한 항암 치료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더 적게 나타납니다. 사람은 MTD 항암 치료를 받는 사람의 80% 정도가 부작용을 보이지만, 동물은 15-20% 정도뿐이라는 얘기도 있죠. 그래서 주사 항암(MTD)라고 무조건 무서워할 것은 아닙니다. 메트로놈 치료법이라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메트로놈 치료법은 단점이 없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단점은 투약이 잦기 때문에 환자의 소변과 대변을 통해 배출되는 항암제 또한 약을 먹는 기간 내내 잔존해있다는 문제입니다. MTD 치료법의 경우, 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6주 정도의 간격을 두고 항암제를 투약하게 되니, 투약이 이루어지고 길어야 2-3일 정도만 소변과 대변을 조심하면 됩니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둔 미국수의내과학회 ACVIM의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메트로놈 치료법의 경우, 보호자가 신경써야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환자의 대소변을 치울 때 장갑을 끼우고 조심해야 된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만약 집에 노약자나 임산부, 혹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항암을 하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하죠.

또한 병원에서 투약 행위가 이루어지는 통상의 MTD 치료법과 비교해 투약이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암제를 보호자가 직접 만져야 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게 한국적인 상황과 겹치면 더 최악이 될 수 있는데, 환자의 체중에 맞춰 약을 만들어주는 컴파운딩 약국(compounding pharmacy)이 없는 한국에서는 종종 항암제가 쪼개져서 처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을 다루는 동물병원 스탭과 약을 투약하는 보호자분의 안전을 위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죠. (실제 팔라디아 같은 대부분의 경구 항암제는 약을 쪼개거나 갈면 안되다는 경고 문구가 라벨에 적혀 있습니다.)

한국적인 상황은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경구 항암제로 처방하는 약들 중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약이라는 점입니다. 팔라디아와 클로람부실, CCNU 모두가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지 않는 약물들입니다. 어찌저찌 국내로 들어오는 소량의 약이 처방되는 것인데, 그렇다보니 가격이 아주 사악한 편입니다. 메트로놈 치료법의 장점 중 하나인 저렴한 의료비가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거죠. 또한 갑작스레 약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투약이 중간에 끊길 수 있다는 리스크도 안고 가야합니다.


먹는 약은 조금 덜 독하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막연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MTD 치료법(주사 항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된 퍼스트 초이스를 선택하지 못하고, 차선이어야 할 세컨 옵션을 퍼스트 초이스로 선택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게 됩니다. 환자가 오래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놓치고, 보호자분은 대소변을 조심하느라 고생하고, 심지어 의료비도 주사 항암에 비해서 많이 나오곤 합니다. 한국에서 메트로놈 치료법은 여러 옵션 중에 하나로 열어두되, 환자에게 메트로놈이 가장 최선의 치료법이라 판단될 때 사용되어야 합니다. 수의사가 하는 일은 보호자분들이 막연한 항암 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돕는 일이 되어야 할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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