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새로운 강아지 경구용 기관지염 백
블로그

새로운 강아지 경구용 기관지염 백신과 고양이 종합백신

새로운 신약이 나오는 것처럼 백신도 새로운 백신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COVID-19 백신처럼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새 백신도 있지만, 기존의 백신이 조금 더 개량이 되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 강아지의 경구용 기관지염(켄넬 코프) 백신과 주사 용량이 줄어든 고양이 종합 백신(FvRCP 백신)이 새롭게 출시됐는데, 여기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도 앞으로 새로 나온 백신들을 사용할 계획이라서요.

강아지 경구용 기관지염 백신

이번에 새롭게 국내에 출시된 강아지 경구용 기관지염 백신은 엄밀하게 말하면, 일반적인 경구제처럼 먹는 약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구강 점막에 떨어뜨려서 면역을 유발하는 백신이죠. 점막 면역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전에 사용되던 비강 접종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켄넬코프(보데텔라라는 호흡기 감염 세균에 대한 면역을 형성해줍니다) 백신은 피하 주사용 백신입니다. 피하 주사용 백신은 보통 브론카이신이라는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오늘동물병원 같은 경우는 피하주사용 기관지염 백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는데, 가이드라인에서 피하 주사용 기관지염 백신보다는 점막 면역을 유발하는 비강 접종이나 구강 점막 접종을 더 추천하기 때문입니다. 피하주사용 기관지염 백신은 기초 접종(initial puppy vaccination)을 할 때 2번 주사를 해야하지만, 점막 면역을 이용한 접종은 1회 접종만으로도 면역이 형성되기 때문에 접종 횟수를 줄이고,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피하주사에 비해서 점막을 이용한 백신(비강 접종이나 경구 접종)이 더 낫다는 건 알겠는데, 그러면 비강 접종이랑 경구 접종 중에서는 뭐가 더 나을까요?

면역을 만드는 능력은 비강 접종이 경구 접종보다 더 낫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2016년 Veterinary Journal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명확하게 나옵니다.

백신이 의도하는 면역력을 가장 잘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피하 접종보다는 경구 접종이 더 낫고, 경구 접종보다는 비강 접종이 더 나은 셈입니다. 하지만 경구 접종의 경우에는 비강 접종과는 다른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접종이 상당히 쉽다는 점입니다. 비강 접종은 코 안에 주사액을 쏘는 것이기 때문에 강아지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불편감을 느낍니다. 반면 경구접종은 구강 점막 내에 백신 주사액이 닿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종이 더 쉽습니다. 환자들도 훨씬 거부감이 덜하고, 치즈나 땅콩잼 같은 걸 발라주면 오히려 먼저 핥아먹기도 합니다.

기관지염 접종은 아주 어릴 때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다보니 어릴 때 접종을 수월하게 하면, 동물병원에 오는 걸 그리 싫어하지 않게 됩니다. FearFree 정신에 입각한 꽤 괜찮은 접종이 되는 거죠. 이런 부분은 확실한 경구 접종의 장점입니다. 피하 접종은 면역력 형성 면에서나, 환자에게 주사 바늘로 통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나 추천되기는 어렵지만, 경구 접종과 비강 접종은 각각의 장점이 있어서 환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만한 여지가 생기는 거죠.

오늘동물병원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비강 접종을 먼저 추천하겠지만, 코를 잡는 걸 싫어하거나 병원에서 수의사의 핸들링에 겁을 많이 먹는 환자에게는 경구 접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동안은 환자가 조금 힘들어해도 코를 잡고 백신 주사액을 쐈는데, 조금 더 환자의 편에서 생각하는 백신이 하나 더 옵션으로 생긴 셈이니, 환영할만한 신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사 용량이 적어진 고양이 종합 백신

대부분의 백신의 주사 용량은 1mL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마 사람에서 백신을 1mL로 만들기 시작했던 게 그대로 이어져서 동물에서도 1mL을 기준으로 백신 용량이 정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아이가 체중이 덜 나간다는 이유로, 혹은 조금 어리다는 이유로 한 바이알(주사병)을 다 쓰지 않고, 절반만 주사하는 병원도 있는데, 수의학 스탠다드와는 한참은 벗어난 짓입니다. WSAVA(세계소동물수의사회)는 백신 가이드라인에서 절대 그렇게 하지 말고, 제조사에서 권고한 용량을 정확히 지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간혹 가이드라인대로 1mL을 주사기에 뽑아놓으면 그게 다 들어가냐고 놀라시는 보호자분들이 있으십니다. 백신을 만드는 사람들도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한 바이알의 총 용량이 0.5mL인 새로운 고양이 종합 백신입니다. 새롭게 나온 고양이 종합 백신은 백신을 희석하는 희석액이 0.5mL로 기존의 절반 정도입니다. 양이 줄었으니 효과도 줄어든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0.5mL짜리 백신의 경우도 주사 희석액의 용량이 줄었을뿐 동일한 면역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희석액의 용량만 줄어든 건데, 이게 뭐가 좋은 걸까요? 고양이 백신이 총용량이 줄어든다는 건 상대적으로 주사가 좀 더 수월해진다는 얘기입니다. 더 빠르게 주사를 놓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고양의 경우 가이드라인에서 추천하는 백신 주사 위치가 있는데, 이 위치들이 대부분 피부 아래의 공간(피하의 공간)이 좁은 곳이다 보니 많은 양의 주사액을 넣기도 쉽지가 않고, 환자도 싫어할 때가 있습니다. 주사를 놓고 나면 주사 맞은 부위가 봉긋하게 솟아오르죠.

이런 곳에 주사를 놓을 때 기존의 절반만 주사를 놓으면 된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수의사는 편하고, 환자는 덜 불편하고요. 이번에 0.5mL로 새롭게 출시된 백신 제품(베링거 인겔하임의 퓨어박스라는 백신입니다)은 면역증강제(adjuvant)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백신이기도 합니다. Adjuvant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백신 주사부위에서 종양(FISS, Feline Injection Site Sarcoma)가 생길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복잡한 얘기를 몰라도 adjuvant가 없는 백신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제 남은 건…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광견병 백신이 새로운 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adjuvant가 있는 백신은 상대적으로 백신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사독 백신의 경우 체내에서 제대로된 면역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adjuvant가 거의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광견병 백신은 모두 사독 백신(killed vaccine)이고, 수의사들이 광견병 주사를 놓을 때마다, “다른 백신보다 부작용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하는 것도 광견병이 adjuvant가 들어있는 사독백신이기 때문이죠.

고양이에서는 adjuvant가 앞서 언급했듯 주사부위에서 종양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adjuvant가 없는 광견병 백신을 사용하면 그런 가능성을 확연히 줄일 수 있습니다. 주사 부위 육종(FISS, Feline Injection Site Sarcoma)에 대해 소개한 JFMS 논문을 보면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죠. 안타깝게도 한국의 경우, 강아지와 고양이가 모두 동일한 사독 백신으로 광견병 접종을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이런 부분 때문에 고양이 전용의 adjuvant가 없는 광견병 백신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백신 둘을 출시한 베링거 인겔하임에서 나오는 퓨어박스 고양이 광견병 백신이죠)

광견병 백신만 adjuvant가 없는 백신이 나와준다면, 접종을하면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주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화 또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상담을 도와드립니다.

More · 다른 칼럼

이어서 읽어보세요

금보다 비싼 지푸라기, 삼스카(톨밥탄)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약은 꽤 많습니다. 당장 피모벤단만 해도 5mg짜리 한 정의 가격이 금 5mg보다 비싸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비싼 약 중에서도 특히 비싸기로 유명한 삼스카(성분명 톨밥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스카(성분명 톨밥탄)는 병원마다 청구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0mg짜리 한 정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까지 하는 비싼 약입니다. 포스팅을 쓰는 현재의 금값을 기준으로 순금 30mg의 […]

칼럼 읽기

강아지 고양이의 정맥 라인 잡기, 스탠다드를 따라서.

그깟 라인 하나 잡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여러번 글을 쓰게 될까 싶었습니다. 라인 잡을 때 쓰는 테이프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고, 어떤 색의 카테터로 라인을 잡아야 하나를 가지고 포스팅을 했던 적도 있죠. 어쩌면 인턴 때보다 원장이 된 지금이 라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더 스탠다드한 […]

칼럼 읽기

개똥을 약으로 쓰는 경우, 대변 이식(FMT)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은 어쩌면 현대에 와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똥을 실제 약으로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는 방법이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아픈 환자에게 먹이거나, 항문으로 관장액 밀어넣듯이 대장에 직접 넣어주는 식으로 변이식을 적용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에서 먼저 […]

칼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