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건, ADA에서는 인슐린 개봉 후 폐기 권고 시점을 1달이라고 한다는 것이죠. 1달이 지나면 인슐린의 효능(efficacy)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28일과 1달은 큰 차이가 없는 비슷한 기간 같지만, 이걸 1년으로 생각해보면 재밌는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28일에 한 번씩, 사용하던 인슐린을 버리고, 새 인슐린을 사용한다면 1년에 총 13바이알의 인슐린이 필요합니다. 고양이에서 많이 쓰는 란투스를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의 chewy.com 가격 기준으로 대략 10mL 란투스 한 병에 한화 40만원(23년 12월 환율 기준) 정도이니, 1년에 총 520만원 정도의 인슐린 비용이 들죠. 하지만 28일이 아닌, 한 달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란투스 12바이알이 필요하니, 1년에 대략 4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한국에서는 동물병원에서 란투스 10mL 한 병이 대략 10만원 근방으로 훨씬 더 저렴합니다.)
란투스가 아닌 다른 인슐린으로 생각해도 1년에 대략 8%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죠. 여기까지가 보통 사람에서 논란이 되는 내용입니다만, 동물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10mL 인슐린 한 병이면 동물은 체중이 사람보다 적게 나가니, 주사량으로만 따졌을 때 더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란투스를 한 번 주사할 때 4유닛 정도 주사하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고 치죠. 란투스는 1mL에 100유닛이 있는 U-100 인슐린이기 때문에 10mL이면 총 1,000유닛 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주사를 해야하니, 하루 총 8유닛을 주사한다고 하면, 10mL 한 병으로 대략 125일, 얼추 4개월을 쓸 수 있습니다. 권고대로 대략 한 달을 쓰고 폐기한다고 치면, 나머지 3달치의 인슐린을 그냥 버리게 되는거죠. 반면, 만약 4개월에 한 병을 쓸 수 있다면, 실제 인슐린 비용은 제조사 권고 기준 28일로 했을 때 520만원이던게, 120만원 정도로 굉장히 줄어들게 됩니다.
한 달을 넘어가면 인슐린에 어떤 문제가 생기길래, 왜 제조사와 ADA에서는 개봉 후 한 달이 지난 인슐린을 폐기하라고 할까요?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슐린의 효능이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개봉 후에는 고무마개에 뚫린 바늘 구멍을 타고 인슐린에 세균 감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균에 오염된 인슐린을 환자에게 주사했다가는 감염이 유발될테고, 당뇨 환자에게 감염은 아무래도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경험적으로 한 달이 지난 인슐린의 효능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실제 개봉 후 한 달이 지난 인슐린으로도 당 관리가 잘 되는 환자들을 여럿보게 되니까요. 어느 정도 기한까지 인슐린의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가에 대한 데이터는 없습니다. 제조사에서는 그걸 확인해줄 동기가 전혀 없고(인슐린을 많이 팔아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인슐린을 바닥까지 긁어쓴다는 건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동물에서도 사람 인슐린을 가져다 쓸뿐 어떤 가이드가 있지 않습니다. 2018년 AAHA(미국동물병원협회)의 당뇨 가이드라인을 보면, 관련 언급이 있긴하지만 정확히 언제까지는 괜찮다…는 얘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