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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동물병원은 건강검진에 왜 proBNP를 보지 않나요?

간혹 건강검진 문의를 하시는 고양이 보호자분들 중에서는 NT-proBNP 검사에 대해서 여쭤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키우시는 고양이가 심장병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proBNP 검사를 했으면 하시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따라서는 고양이 건강검진 기본 항목으로 proBNP 키트 검사나 수치가 나오는 proBNP 정량 검사를 하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기 때문에 오늘동물병원도 proBNP 검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거죠. 결론만 말씀드리면, 오늘동물병원은 보호자분의 요청이 따로 있지 않은 경우에는 proBNP 검사를 기본 검사 항목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반적으로 proBNP는 좋은 검사라고 할 수 있지만, 고양이 심장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용도로는 그닥 좋지 않은 검사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심장병은 조기에 진단한다 하더라도, 개와 달리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기 진단이 큰 의미가 없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왜 proBNP가 건강검진 항목으로 부적절한 검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어려운 개념이 많이 나와서 다소 이해가 쉽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언제 proBNP가 양성이 뜨는지 알아야 합니다. proBNP는 심장병이 있다고 다 양성이 뜨는게 아니라, 병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양성이 뜹니다. 중등도 혹은 심한 정도(moderate0to severe)의 심장병이 있어야 양성이 뜹니다. 심장이 이미 많이 안 좋아진 환자에서 proBNP는 위양성(심장병이 아닌데 양성이라고 뜨는 경우)이 나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호흡 곤란처럼 이미 심장병의 임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proBNP는 아주 유용한 검사가 됩니다.​

반면, 경증의 심장병에서 proBNP는 그다지 특이적인 검사가 아닙니다. 어떤 검사가 양성을 양성이라고 알려주는 확률을 민감도라고 하고, 음성을 음성이라고 알려주는 확률을 특이도라고 합니다. 복잡하게 이해하기 싫다면, 민감도가 높은 검사는 위음성이 뜰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건강 검진처럼 어떤 병을 스크리닝할 때 좋은 검사이고, 특이도가 높은 검사는 위양성이 뜰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어떤 병이 의심될 때 진단을 하기 좋은 검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둘 다 높은 검사는 매우 좋은 검사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둘이 다 높은 검사는 많지 않습니다.​

proBNP의 경우, 논문에 따라 민감도와 특이도가 다르게 보고되고는 있지만, 여러 논문을 종합할 때, 대략 민감도 87%, 특이도 81%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되곤 합니다. 민감도가 높은 편이니 건강 검진에서 쓰기 좋은 검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하나 고려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민감도와 특이도 다음엔 고양이에서 심장병이 얼마나 흔한가를 고려해봐야합니다. 고양이 심장병의 대다수는 비대성 심근병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라고 하는 병으로 보통 100마리 중에 15-30마리 정도가 HCM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걸 유병률(prevalence)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양이 HCM의 유병률은 대략 15-30% 정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고양이 HCM 환자 중에서 75% 정도는 경증의 HCM을 가지고 있고, 20% 정도는 중등도의 HCM, 5% 정도가 심각한 HCM을 가지고 있다고 보곤 합니다.​

만약 100마리 중 15마리가 HCM이라고 본다면(유병률 15%), 100마리 중 3.75마리가 proBNP 양성이 확연하게 뜨는 중등도에서 심각한 수준의 HCM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고, 100마리 중 30마리가 HCM이라고 본다면(유병률 30%), 100마리 중 7.5마리가 중등도에서 심각한 수준의 HCM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점점 어려워지는듯 하지만) 재밌어지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알고, proBNP 양성이 뜨는 중등도에서 심각한 수준의 HCM 유병률을 알게 되면 양성예측률(PPV, 양성이 뜬 환자 중에서 진짜 양성인 비율)과 음성예측률(NPV, 음이 뜬 환자 중에서 진짜 음성인 비율)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아래 표와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중등도 이상의 HCM 유병률민감도특이도양성 예측률음성 예측률
3.75%로 계산시87%81%15%99%
7.5%로 계산시87%81%27%99%

이걸 쉽게 풀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만약 HCM의 유병률을 15%라고 보고 계산하면, 건강 검진에서 proBNP 검사를 했을 때, 음성이 나오는 고양이는 중등도 이상의 HCM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얘기입니다. 경도(mild)의 HCM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어서 , 음성이 나온 것만으로 심장병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당장은 안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하지만 반면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 뜨면, 정말 이게 제대로된 검사 결과인지, 심근병증 중에서 HCM이 맞는지 확진을 하기 위해 심장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진행해야합니다. 헌데 양성 예측률이 15% 밖에 안되기 때문에 proBNP 양성이 뜬 고양이 6마리의 심장 초음파를 보면 그 중에 정말 HCM이 있는 고양이는 1마리 밖에 안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호자분 입장에서 생각하시면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proBNP 검사를 위해 비용을 따로 지불하셨고, 수의사 말로는 양성이 떴으니 심장초음파까지 해야된다 그래서 (proBNP 검사보다 더 비싼) 심장 초음파 검사까지 했는데 결국 정상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불필요하게 돈을 쓴 게 아닌가라고요.​

물론 이런 수치를 이해한 후의 가치 판단은 수의사마다, 병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6마리 중 5마리가 불필요하게 돈을 쓰더라도 1마리를 확진할 수 있다면, proBNP 검사가 건강검진 항목으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5마리의 보호자분은 조금 억울하실 수 있지만, 1마리의 보호자분은 일찍 알아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실 수도 있고요. 보호자분 입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돈을 조금 쓰게 되더라도 심장병이 있다면, 최대한 조기에 진단하고 싶다고요. 데이터를 토대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HCM의 유병률을 15%가 아니라 30%로 계산하면 양성 예측률은 27%가 되기 때문에, 바꿔말하면 건강검진에서 proBNP 양성이 떠서 심장초음파까지 본 고양이 3마리 중 1마리가 진짜 HCM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 경우에는 유병률 15%인 경우보다는 상황이 조금 더 낫지만, 여전히 3마리 중에 2마리가 불필요하게 동물병원에서 돈을 쓴 셈이 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proBNP 검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은 검사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양성예측률이 낮은 반면 음성 예측률은 99%로 굉장히 높기 때문에 proBNP 음성이면 중등도 이상의 HCM일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걸 실제 임상에서 적용한다면, 고양이를 마취하기 전에 proBNP를 보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등도 이상의 HCM이 있는 환자들은 마취 리스크가 상당히 높고, 마취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폐수종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proBNP 검사를 해서 음성이라는 걸 확인하면 좀 더 안전하게 마취를 할 수 있는 거죠.​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고려를 한 후, 건강검진에서 proBNP 검사를 권유드리지 않습니다. HCM의 경우 조기 진단의 의미가 크게 없기도 하고, 당장 올해 음성이 나와도, 경도의 HCM이어서 음성이 나온거라면, 몇 년 후에 심장병이 더 악화되어서 양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proBNP 결과만 보고 보호자님께 심장병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치 판단은 보호자분마다 다를 수 있어서, 보호자분이 요청하시면 검사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런 검사의 한계에 대해서 먼저 충분한 설명을 드립니다.​

사실 보호자님들이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아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이런 내용은 수의사가 미리 알고, 보호자님들께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검사가 무엇이고, 비용 효율적인 검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보호자님들이 과잉 진료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해서 늘 최선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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