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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M 신약, 마바캄텐은 어떤 약인가요?

아직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약에 가깝지만, 마바캄텐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아직 약으로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을 때는 MYK-461이라는 이름이었고, 지금은 성분명 마바캄텐, 제품명 캠지오스(Camzyos)라는 약으로 알려져 있죠. 2022년 4월 28일에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사람의 HCM 치료제로 승인한 약이니, 정말 따끈따끈한 신약입니다. 정말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보호자분들도 아직 이름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약이죠.

처음 마바캄텐에 대한 얘기를 들었던 것은 2021년 10월이었습니다. JFMS(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올라온 고양이 심근병증에 대한 리뷰 논문에 마바캄텐에 대한 얘기가 있었죠. HCM 치료 방법 마지막에 아주 간략하게 소개된 정도였습니다. (아래 캡쳐한 분량이 마바캄텐에 대한 얘기 전부입니다.)

고양이에서 HCM의 치료는 폐수종과 FATE(혈전색전증)이 오지 않게 하는 치료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폐에 물이 차지 않게 이뇨제를 주고,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항혈전제를 투약하죠. 간혹 LVOTO(좌심실 유출로 폐색)이 심한 경우 아테놀롤 같은 약을 먹이곤 하지만, 고양이 HCM에서 LVOTO는 사람과 달리 예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어, 고양이 HCM에서 메인 치료제가 되는 약은 이뇨제와 항혈전제 뿐입니다. 그 외의 약들은 투약이 도움이 되느냐에 어느 정도의 논란이 있고, 수의사의 이론적 기반이나 임상 경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기존의 치료들이 HCM의 근본 문제인 심근에 작용하지 않고, HCM으로 인해 터질 수 있는 증상을 케어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마바캄텐은 심근 자체에 작용해서 심근의 수축력을 줄이는 데에 목표를 둡니다. HCM은 기본적으로 심장의 근육이 두꺼워지는 게 문제가 되는 병이고, 심근이 두꺼워지니 수축능보다는 이완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마바캄텐은 심근의 수축을 저해해서 수축력의 증가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좌심실 유출로 폐색을 감소시키거나 해소시키려는 치료를 합니다. 근본 원인인 심근 자체를 컨트롤하려는 치료를 하는 거죠.

사람에서는 임상 3상(EXPLORER-HCM)까지 진행이 끝났고, 현재 FDA의 허가를 받은 이후, 장기간 확장 연구(EXPLORER-LTE)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PLORER-HCM을 보면, 좌심실유출로에 폐색이 있는 폐쇄성 HCM(obstructive HCM)에서 마바캄텐을 복용한 경우, 임상 증상을 줄여주고, 정맥산소분압을 증가시켜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바캄텐은 HCM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게 아니라, 좀 더 정확하게는 폐쇄성 HCM(obstructive HCM)에서 임상 증상 완화를 위해 승인받은 약입니다. 연구 목표도 목표가 환자의 삶의 질이 올라가느냐에 초점을 둡니다. 안타깝지만, HCM을 완치하는 약은 아닌거죠.

어쨌든 사람에서 효과가 있는 약이라니, HCM 발병률이 높은 고양이에서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실제 JFMS에 올라온 논문은 사람에서의 연구 결과와 고양이에서의 연구를 토대로 ‘이러 신약이 있더라’는 신약 소개를 합니다. 고양이에서도 마바캄텐을 적용해 본 논문이 있습니다. 퍼블리쉬된 게 한 편, 퍼블리쉬 되지 않고 초록만 올라온 게 하나 있습니다. 퍼블리쉬된 논문은 고양이의 폐쇄성 HCM에서 마바캄텐(=Small molecule inhibitor of sarcomere contractility)이 실제 LVOTO(좌심실 유출로 폐쇄)를 완화시켰는지를 확인해봤습니다.

실제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기보다는 마취를 시켜둔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LVOTO를 유발하고, 마바캄텐을 주사해서 심장초음파 상에서 개선이 있는지 보는 실험이었는데, 실제로 고양이에서도 LVOTO를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더라는 얘길 합니다. 꽤나 고무적이죠. 사람에서의 효과, 실제 FDA에서 허가를 내줬다는 점, 고양이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드디어 고양이 HCM에도 획기적인 신약이 생기는 건가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장기간(거의 30년 정도)HCM에는 이렇다할 새로운 치료제가 없었기에 신약이 나온다는 건 모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뉴스입니다. 실제로 일부 동물병원에서 마바캄텐을 처방한다는 얘길 들으시고 물어보시는 (정말 발빠른) 보호자분들이 있으십니다만, 안타깝지만 아직 마바캄텐을 수의 임상에서 루틴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고양이에서 효과가 있다는 건 알지만, 어느 정도의 용량으로 적용을 해야하는지, 먹는 약도 주사제와 동일한 용량을 써도 되는지, 고양이에서도 안전한 약인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현재 고양이에서 마바캄텐을 투약한 논문은 정맥 주사제를 이용했고, 먹는 약을 사용해 본 논문은 없습니다. 사람에서와 달리 동물에서는 아직 검증된 약이 아니라는 거죠.

두번째는 이 약이 구하기 쉽지 않은 약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마바캄텐은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에서 독점적으로 만들어지는 약으로 국내에서 아직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못한 약입니다. FDA가 승인한 미국에서는 마바캄텐을 구할 수 있지만, 의사가 캠지오스(=마바캄텐)을 처방하고자 하면, 의사 또한 MyCAMZYOS Patient Support Program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그냥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 아니라는 거죠). 약을 어떻게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해도 현재 2.5mg짜리 캠지오스 30캡슐이 7,756달러(한화 약 1,040만원)로 가격이 무시무시한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마바캄텐은 실제 처방용이 아니라 연구용으로 만들어지는 원료 같은 것이라 환자에게 루틴하게 먹이기에도 찝찝함이 있죠.

세번째는 이 약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심근에 직접 작용하고, 논문을 보면 약리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약리작용이 있다는 얘기가 실제 HCM 고양이들의 삶의 질을 올려주고 더 오래 살게 해준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마바캄텐은 사람에서 LVOTO가 있는 경우, 이를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하는데, 사람과 고양이의 HCM에서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고양이는 LVOTO의 유무가 병의 예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폐쇄성 HCM인 경우, 예후가 더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양이는 폐쇄성 HCM이라고 해서 예후가 더 나쁘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죠. 애초에 LVOTO 자체가 고양이에서는 예후 인자가 아닌데, 마바캄텐이 고양이에서 얼마나 이점이 있을까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마바캄텐은 LVOTO와 상관없이 이완능을 개선시켜준다는 얘기가 있으니, 이점이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긴 합니다.)

신약의 가능성은 늘 치료하는 수의사와 환자를 케어하는 보호자 모두를 설레게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써보고 싶고,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죠. 하지만 마바캄텐은 아직 그런 약이 아닙니다. 현재 마바캄텐을 고양이에게 투약하는 건 임상 실험에 가깝다는 얘기죠. 가까운 미래에 마바캄텐이 고양이 HCM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기대수명을 늘려줄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까지는 미래가 기대되는 신약 정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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