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란에서는 AST-120 외에 다른 흡착제까지 분석에 포함했는데, 여기서도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적극 추천하기엔 에비던스가 빈약하다” 정도로 결론이 나옵니다.
AST-120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약이고, 현재 처방약으로 승인이 된 나라도 일본과 한국, 대만 정도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쪽에서는 승인이 되지 않았고, 그렇다보니 관련 논문들도 일본과 한국에서의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실험 설계에 방법론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소규모 일본쪽의 의학 논문이 AST-120의 효과에 관한 긍정적인 리포트를 쓰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는 반박 논문도 꽤 있어서) 아직 그 정도 근거만으로는 스탠다드하게 사용하긴 어렵다 정도가 AST-120에 대한 의학계의 스탠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의학계는 어떤 스탠스라고 할만한 게 생길만한 근거조차도 없습니다.)
효과가 애매한 반면, AST-120은 기본적으로 활성탄이니만큼 다른 약물의 흡수를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고, 다른 활성탄이 그렇듯 부작용으로 변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AST-120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만, 신부전 강아지 고양이들이 수화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변비에 쉽게 걸린다는 점이나 AST-120 이외에 먹어야 하는 다른 약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를 루틴하게 처방하는 것에는 조금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검증되지 않은 효과 대비 가격이 아주 사악합니다. 한국의 경우, 사람에서는 크레메진이 제한적으로 급여 항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약가가 비싼 편에 속합니다. 신부전 환자의 스탠다드 치료는 AST-120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써야 하고, 수의사의 직업적인 윤리에는 “보호자의 (재정)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고가의 약물을 처방할 때는 반드시 그 가격을 합리화할 수 있을 정도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빵빵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AST-120이 그런 약이라고 보기는 많이 어렵고요.
이런 근거들을 토대로 오늘동물병원은 AST-120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좀 더 탄탄한 근거가 생기고, AST-120이 강아지나 고양이 신부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처방을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사람에서의 내용을 외삽한다 하더라도 처방이 합리화되기는 조금 많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