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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어떤 우려

아무래도 수의사이다보니 밥 먹고 하는 일이 수의학과 관련한 뭐 새로운 재밌는 것이 없나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이끄는 곳도 강아지 고양이의 보조제나 용품 같은 것일 때가 많습니다. 보조제 제조사나 광고 업체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광고를 막 던지는거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조금 선을 세게 넘는다 싶은 광고들이 보이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보조제 팔겠다는 광고라는 건 누가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만, 수의사가 봤을 때 이 광고가 웃기는 건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척 전부 틀린 말만 한다는 점입니다. 제대로된 의학 정보를 전달한다면 보조제 하나 끼워팔기 하는 건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이 광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못된 정보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뭐가 틀렸는지, 실제 정확한 정보는 뭔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기관지 협착증과 폐수종에 대한 “혹시 아는 친구”가 있냐고 물었는데, 전 저 보조제 회사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 두가지 단어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우선 기관지 협착증에 대한 용어 정리를 해보죠. 이 부분은 광고에 한정되는 부분이 아니라 잘못된 용어 사용 때문에 동물병원에서도 보호자분들과 상담 중에 혼동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기관지”라는 용어에 대한 것이죠. 기관지는 영어로는 Bronchus라고 합니다. 해부학적으로는 양쪽의 폐로 공기를 전달하는 관 모양의 구조물을 기관지라고 하죠. 숨을 쉬면 공기는 “기관”을 통해 전달되어, 양쪽 폐로 “기관지”를 통해 퍼져나갑니다. 그림을 보면 이런 식이죠.

그러니까 “기관지 협착증”이라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기관지(Bronchus)가 좁아지는 병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뒤의 설명을 보면, 거위 울음소리라든가 코골이 같은 얘길 하는 것을 볼 때, 얘기하고자 하는 병이 기관지가 좁아지는 병이 아닌 기관(Trachea)이 좁아지는 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동물병원에서 기관 허탈(Tracheal collapse)이라고 말하는 병입니다. 기관과 기관지는 다른 해부학적 구조물을 지칭하는데, 기관과 기관지도 구분을 못하면서 보조제를 판다는 게 어이가 없죠.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기관지 협착증에 해당하는 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기관 허탈과 함께 병발하곤 하는 기관지 연화증(bronchomalacia)이라는 병이 있기는 한데, 그걸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간혹 수의사가 만들었다는 보조제조차도 기관 허탈을 기관지 협착증이라고 얘기하던데, 혼동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왜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기관 허탈이 예방할 수 있는 병이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관 허탈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그래서 요크셔테리어에서 잘 나타납니다)이 크다고 알려져 있어서, 보조제 같은 것으로 예방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중이나 환경 관리(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오염 물질이나 양키 캔들 같은 것들을 자제하는 식으로 환경 관리)를 해서 증상을 조금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보조제를 미리부터 먹여서 예방한다던가 하는 개념은 없죠.

실제 기관 허탈이 발생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보조제가 있냐하면, 그런 것도 없습니다. 통상 진해거담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 브로멜라인 같은 것들이 설치류(쥐)에서 효과가 있었더라는 논문들을 토대로 사람이나 강아지 고양이에서 호흡기 보조제의 성분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프로폴리스 같은 것들이 괜찮더라는 얘기에 호흡기 보조제의 성분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강아지 고양이의 호흡기 질환에서는 도움이 되는 보조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논문 자체가 없다고 봐야하죠. 그냥 호흡기 보조제라고 하면 근거는 아예 없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는 수준…)

광고 속 폐수종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폐수종과 폐렴은 다른 질환으로 이 둘은 방사선 상에서의 모습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폐수종과 폐렴을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폐수종은 혈관 내의 체액이 일부 폐의 간질(interstitium)과 폐포(alveoli) 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얘기하고,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생긴 염증을 얘기합니다. 이 둘은 다른 질병이죠. 폐수종은 심장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고, 심장 이외의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 광고에서 얘기하는 대부분의 심인성 폐수종은 예방이 불가능합니다(처방약인 피모벤단으로 발생 시점을 늦출 수 있을 뿐이죠). 문맥에 따라서는 심장병을 예방하겠다는 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심장병을 예방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이런 광고는 잘못된 수의학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심지어는 예방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게 만들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광고가 하나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모낭충을 없애기 위해서 구충제를 이용합니다. 옛날에는 이버멕틴 같은 약을 썼고, 요즘에는 아이속사졸린 계통의 약들을 처방하죠. 강아지 피부병 환자의 상당수가 모낭충보다는 알러지 질환에 의한 소양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걸 제외한다 하더라도, 이 광고처럼 오메가 3 보조제가 모낭충을 없애준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잘못된 정보죠.

한 때 슬개골을 “예방”해준면서 관절염 보조제들이 허위 광고를 하던 때가 있었는데(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문제),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는 탓인지 이제는 거의 모든 질환에 관해서 보조제로 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환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줍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 중에 AVMA(미국 수의학 협회)에서까지 언급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레나바스트(RenAvast), 한국에서는 아미나바스트(AminAvast)라고 알려져 있는 신부전 보조제에 대한 얘기입니다. 2015년 레나바스트를 만드는 회사인 Bio Health Solution은 레나바스트가 “신부전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광고를 했다는 점 때문에 FDA(미국 식약처)로부터 제품의 판매를 금지 당합니다.

어떤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건 약(drug)의 영역인데, 약으로 허가받지 않은 채로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받지도 않고, 신부전을 예방하고 치료한다고 광고했다는 이유였죠. 이 회사는 아주 얍삽하게 그 이후에 동일한 성분(AB070597)의 제품을 이름만 바꿔서 아미나바스트라는 보조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어떤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그에 대한 검증을 반드시 받고 허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FDA는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아미나바스트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효과가 없는 보조제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제조사는 일단 판매만 하면 되니, 그걸 약으로 포장하든, 보조제로 포장하든 규제만 피하겠다고 하는 거죠. AVMA의 글은 그래서 이런식으로 규제를 피해가도 괜찮냐는 내용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문제는 FDA가 했던 이런 규제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동물약의 경우, 식약처가 아니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인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이런 검증되지 않은 광고 문구에 대한 규제도 없죠. 이런 광고는 실제 제대로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동물들에게나, 그 동물들을 키우는 보호자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런 광고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보조제를 파는 제조사뿐이죠. 이런 규제와 관련한 걱정을 한 적이 최근에 한 번 더 있었습니다. 대웅제약에서 만들고 있는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웅제약에서는 사람 당뇨에서 사용하는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이라는 자사의 약을 강아지 당뇨약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듯 싶습니다.

뉴스를 보면 강아지의 당뇨병에 효과적인 약처럼 보이지만,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속한 SGLT-2 inhibitor라는 계통의 약들은 사람에서 1형 당뇨 환자에서는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 약입니다. SGLT-2 inhibitor는 소변으로의 당배출을 촉진시켜서 환자가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약을 안전하게 쓰고자 한다면 체내에서 인슐린이 어느 정도는 분비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최근 FDA의 승인을 받은 Bexacat(벡사글리플로진, Bexagliflozin)이라는 같은 계통의 약이 고양이용으로 승인을 받은 건, 고양이는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2형 당뇨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와 달리 강아지는 인슐린의 분비 자체가 부족한 1형 당뇨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SGLT-2 inhibitor로 당뇨 관리를 하고자 하면, 혈당은 정상 혈당이 될 수도 있지만 인슐린이 부족하기 때문에 DKA(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는 심각한 대사성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이 부분을 피하고자 인슐린과 SGLT-2 inhibitor를 병용 투약하면, SGLT-2 inhibitor가 만들어놓은 정상 혈당 상태에서 인슐린이 들어가면서 저혈당이라는 응급 상황의 리스크가 높아지게 되죠.

사람에서 1형 당뇨임에도 SGLT-2 inhibitor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 건 SGLT-2 inhibitor가 사람에서는 심장과 신장에 이득이 있더라는 얘기 때문인데, 이는 사람에서 당뇨병성 신병증(Diabetic nephropathy)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이런 개념이 아직 명확하게 확립된 것이 없어서(=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1형 당뇨인 강아지 환자들에게 이나보글리플로진 같은 SGLT-2 inhibitor가 도움이 될지 아닐지 알 수 없죠. (실제 고양이 당뇨에서 승인을 받은 벡사글리플로진도 심장과 신장에 이득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배경 지식이 있으면 강아지 당뇨에서 SGLT-2 inhibitor를 신약으로 허가받으려고 한다는 게 조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기사를 보면 1년 간의 연구에서 DKA나 저혈당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임상 데이터를 쌓았다고는 하는데, 결국 인슐린 주사를 피할 수 없는 1형 당뇨에서 이 약의 리스크 대비 이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직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허가를 한 약은 아니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만약 허가를 해준다면, 그 나름대로 꽤나 충격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동물용의약품의 인허가 과정을 신뢰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이니까요.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보조제도 그렇고, 제약사도 그렇고 정작 반려동물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 없이 일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게되는 건 아무래도 말 못하는 반려동물이 될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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