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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 처방식,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가요?

신부전 환자에서 처방식은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약간의 과장 보태서, 신부전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관리 방법 중 하나가 처방식을 먹이는 것입니다. 입이 짧은 환자들의 경우, (특히나 신부전이 있으면 더 식욕이 떨어지다보니) 신장 처방식을 잘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지만, 그때도 어떻게든 기호성이 괜찮은 처방식 제품을 찾아서 환자에게 처방식을 먹여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신부전 2기나 3기(IRIS Stage II-III)의 환자들 중에서는 단백뇨도 없고, 고혈압도 없어서 정기적인 검진을 제외하면 딱히 병원에서 할 것이 없는 경우에도 처방식만은 꼭 꾸준히 먹여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신부전 환자에서 신장 처방식이 얼만큼 중요한지, 그리고 논란이 있는 신부전 1기(IRIS Stgae I) 환자에서 처방식을 먹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2000년 JSAP(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에 올라온 J.Elliott의 논문은 신부전에서 처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입니다.

단백질 함량을 제한하고, 인 함량을 제한한 신장 처방식을 먹은 환자들이 일반 식이를 한 환자들에 비해서 더 오래 살았다는 내용입니다. 일반 식이를 먹인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median survival time)이 264일이었던 반면, 신장 처방식을 먹인 환자들은 평균 633일을 살았습니다. 대략 2.4배 정도를 더 오래 산 것이죠.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신장 처방식을 먹인 환자는 신부전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만성 신부전 환자들에서 갑작스럽게 신장 수치(CRE, BUN)가 올라가는 uremic crisis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대부분의 신장 처방식이 칼륨 함량을 높여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부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저칼륨혈증을 막아주는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신부전의 진행속도를 느리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오메가3 지방산과 항산화제 같은 것들도 충분하게 포함되어 있어, 신장 손상을 늦추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Uremic crisis는 신부전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인데, 처방식은 uremic crisis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춥니다. 갑작스럽게 신장 수치가 올라가서 밥을 먹지 않게 되면 수치를 떨어뜨리게 위해서 수액 치료가 필수적이다보니, uremic crisis는 많은 경우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2006년 JAVMA에 올라온 Sheri J. Ross의 논문을 보면, 신장 처방식을 먹은 고양이는 일반 식이를 먹은 고양이에 비해 26%나 더 많이 uremic crisis를 겪었습니다. (신장 처방식을 먹은 환자들은 약 2년 반 동안 진행된 논문의 실험 기간 동안 한 마리도 죽지 않은 반면, 일반 식이를 먹은 그룹에서는 22%의 고양이가 사망했고요.) 바꿔 말하면, 처방식을 먹이면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입원할 가능성이 줄어드니) 병원비도 줄어든다는 얘기가 됩니다.

신장 처방식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단백질 함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무작정 단백질 함량이 낮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단백질 함량을 낮추면서 고품질의 단백질을 환자에게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품질의 단백질이란 생체 이용률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히 들어가 있는 단백질을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육류의 단백질은 콩 같은 곡물의 단백질보다 생체 이용률이 더 높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함량 자체는 적지만, 고품질의 단백질을 환자가 섭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신부전 진료를 보면, 보호자분께서 신부전 처방식에 의문을 표하시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만, 기호성 때문에 환자가 사료를 잘 먹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보호자분들께서는 환자의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거라고 인지하시게 되고, 결국에는 환자가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 보호자분들의 고민거리가 됩니다. 처음에는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게 되지만, 결국에는 포기하고 처방식 대신 잘 먹는 일반식이로 전환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해는 하면서도 수의사들은 가능하면 그래도 처방식을 포기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2006년 Sheri J. Ross의 논문2014년 Hanzlicek의 논문, 2015년 Fritsch의 논문을 보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신장 처방식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면 90% 이상의 강아지와 고양이가 결국엔 처방식을 먹게 됩니다. 기존에 먹던 사료에 조금씩 섞어서 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처방식의 양을 조금씩 늘려주는 식으로 환자가 적응할 시간을 주는 노력도 필요하고, 특정 브랜드의 신장 처방식 기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브랜드의 처방시을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혹은 단백질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는 거니까, 사료 위에 토핑처럼 단 맛이 나는거나, 기름진 것을 올려 줄 수도 있습니다. 설탕이나 시럽, 버터처럼 환자의 기호성에 따라 처방식을 더 맛있게 먹게 해주는 거죠. 단백질 함량이 적은 간식을 하루 먹어야 하는 열량의 10% 미만으로 사료와 함께 섞어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도 안 먹는다면, 식욕촉진제 같은 약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신장 처방식은 언제부터?

그렇다면, 언제부터 신장 처방식을 먹이기 시작해야할까요? IRIS 가이드라인에서는 신부전 2기부터 신장 처방식을 먹이기 시작하라고 얘기합니다. 강아지의 경우라면 크레아티닌 수치 1.4 이상(SDMA 18 이상), 고양이의 경우라면 크레아티닌 수치 1.6 이상(SDMA 18 이상)부터 신부전 2기라고 얘기합니다. 신부전 1기의 경우에도 단백뇨 수치(UPC) 2 이상인 경우에는 단백질을 제한하는 신장 처방식이 추천됩니다.

신부전 1기에서 신장 처방식을 먹여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사료 회사들도 이 점을 모르는 게 아니라 최근에는 early support라는 이름으로 초기 신부전 환자를 위한 별도의 처방식 라인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힐스에서 나오는 k/d early support나, 로얄캐닌에서 나오는 early renal 같은 사료들이 그런 사료들입니다. 이런 사료는 단백질 함량이나 인 함량을 기존의 신장 처방식보다 조금 더 높여놓은 사료로 “조금 덜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처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초기 신부전 처방식이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신뢰할만한 논문이 따로 없어서,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도움이 된다 안된다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편이었는데, 최근 JVIM에 올라온 Sofia Schauf의 논문은 이런 사료들이 신부전 1기(IRIS Stage I)에서 일반적인 처방식보다 조금 더 나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저단백 저인 식이의 경우, 조기에 처방식을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고칼슘혈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인 함량 제한을 덜 공격적으로 한 경우에는 그런 문제 없이 먹일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신부전 1기에서 신장 처방식이 효과가 있었는가를 확인한 논문 중에 재밌는 건 Jean A. Hall의 2016년 논문입니다. 논문에서는 총 23마리의 신부전 1기 고양이 중에서 17마리는 보호자가 선택한 사료를 먹이도록 하고, 6마리는 초기 신부전 처방식을 먹였습니다. 그 결과 6개월 후, 처방식을 먹지 않은 고양이들은 SDMA 수치가 올라갔지만, 처방식을 먹은 고양이들은 SDMA 수치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솔깃한 얘기지만, 왜인지 이 실험에서는 신장의 사구체 여과율을 보여주는 SDMA 수치가 크레아티닌 수치와 함께 움직이지 않아 결정적인 에비던스로 활용되지는 않고, 흥미로운 결과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고양이 신부전으로 유명한 제시카 큄비 미국 수의내과학 교수는 “퍼블리쉬 된 에비던스를 기반으로 할 때, 신장 처방식은 강아지와 고양이 신부전에서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효과적인(single most effective) 옵션”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실제로 신부전 진료를 볼 때 항상 보호자분께 드리는 말씀이 보조제는 하나도 안 먹여도 되니까, 처방식만은 어떻게든 꼭 먹이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따로 챙겨먹이는 오메가3 보조제나 항산화제, 비타민 B 같은 것들은 이미 처방식에 모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서, 처방식만 잘 먹이면 보조제를 따로 안 먹여도 웬만하면 필요한 것들이 다 커버가 된다는 얘기죠. “정말 처방식만 먹여도 괜찮을까?”라는 마음속 불안이 생길 수 있지만, 에비던스는 그만큼 처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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