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신부전 환자에서 조기에 피하수액을 하는 것이 추천되지 않는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동물병원에서는 단순히 신부전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하수액을 하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피하수액은 보호자와 아이들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고, 대부분은 피하수액으로 큰 이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피하수액이 도움이 되는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평상시 BUN 수치가 너무 높은 경우, 피하수액을 해서 BUN 수치를 떨어뜨려야 하는 케이스도 있고, 만성적인 탈수 증상 때문에 변비가 생기는 환자들 같은 경우엔 수액으로 수화 상태를 개선해주면 변비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피하수액을 집에서 하는 경우, 어떤 수액을 사용해야할까요? 다른 병원에서 신부전 관리를 받다가 오늘동물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보면 0.9% 생리식염수(Normal saline, n/s라고 합니다), 하트만(Lactated Ringer Solution, LRS라고 합니다), 0.45% 생리식염수(0.45% saline, Half saline이라고 합니다) 같은 수액들을 쓰고 있는 경우들을 봅니다. 이 중에 어떤 수액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까요? 환자에 따라, 주치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수액의 선택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알아볼까 합니다.
보통 교과서에서 추천하는 수액은 균형 등장성 수액(balanced isotonic fluid)입니다. 0.9% 생리식염수, 0.45% 생리식염수, 하트만 중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수액은 하트만(LRS) 수액입니다. 왜 신부전 환자에서 하트만 수액을 추천하는 걸까요?
다소 어려운 얘기이지만,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은 산증(acidosis)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장은 체내의 산염기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신부전이 있으면 산증을 완화해줄 중탄산(bicarbonate)를 재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수소 이온을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산증을 겪게 됩니다. 수액 중에 산증이 있을 때 쓰는 것이 하트만입니다. 하트만은 alkalinizing fluid라서 체내의 pH를 올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반면 0.9% 생리식염수의 경우는 산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수액입니다. 0.9% 생리식염수는 염화 이온(chloride)이 많이 들어간 수액인데, chloride가 많이 들어간 수액을 주면, 고염소성 산증(hyperchloremic acidosis)을 유발해서 신부전으로 인한 대사성 산증이 악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론적인 얘기이지만, 그래서 최근에는 수의학에서 (신부전이 아니라 하더라도) 0.9% 생리식염수를 수액으로 추천하는 경우가 많이 적어졌습니다.
그럼 chloride가 조금 덜 들어간 0.45% 생리식염수는 어떨까요? 0.45% 생리식염수는 수액의 삼투압이 혈액(정확히는 혈장)보다 낮은 수액으로 이런 수액을 저장성 수액(hypotonic fluid)라고 합니다. 혈장의 삼투압보다 낮은 수액은 상당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삼투압 차이 때문에 수액 주변의 세포가 부풀면서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0.45% 생리식염수는 피하수액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람에서의 연구를 보면, 혈장과 삼투압이 동일한 등장성 수액이 아니라 하더라도 피하에 주사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있는데(이런 걸 사람에서는 hypodermoclysis라고 합니다), 수의학에서는 저장성 수액을 주사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수액의 생리학적 작용이 문제가 아니라 수액을 주사한 부위에 상처나 딱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서는 저장성 수액을 지방 분해를 할 때 쓰기도 합니다. 피하에 주사하면 삼투압 효과 때문에 지방세포가 부풀어서 터지는 효과를 이용한거죠. 세포가 터지기 때문에 0.45% 생리식염수는 피하에 주사하면 상당히 아픕니다.)
또한 비슷한 이유로 (사람에서는 포도당 수액을 피하에 주사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동물에서는 포도당이 들어간 수액은 피하에 주사하지 않습니다. 사람에서와 동일한 멸균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하에서 포도당을 양분삼아 세균이 증식해 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적, 임상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되는 것이냐 하면 “절대” 안된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수액은 크게 replacement fluid(체액을 대체하는 수액)과 maintenance fluid(소실된 체액을 유지하는 수액)으로 나뉘는데, 유지 수액으로 많이 쓰는 수액이 0.45% 생리식염수에 2.5% 포도당이 섞인 수액(국내에서는 하프솔Half-Sol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됨)입니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유지 수액으로 하프솔을 쓰고자 하는데, 포도당이 들어간 수액은 피하에 주사할 수 없으니, 0.45% 생리식염수를 줘야한다는 논리로 수액을 처방하는 경우도 건너건너 들었습니다만, 앞서 말했듯 피하에는 저장성 수액을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트륨 수치에 따라 수액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칼륨 수치에 따라 수액을 선택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만, 보통의 경우 수액 선택은 이런 것을 따르지 않습니다(=혈액 검사 결과가 피하수액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나트륨의 경우 고나트륨혈증(=나트륨이 너무 높은 것)이나 저나트륨혈증(=나트륨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라면 피하수액으로 교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나트륨혈증이라고 한다면 나트륨 수치가 어중간하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 체내 수분 불균형으로 혈액 검사 장비의 정상값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를 얘기합니다. 그런 경우는 피하수액이 아니라 입원 치료로 정맥 수액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트만의 또다른 장점 중 하나는 피하로 주사했을 때 0.9% 생리식염수보다 덜 아프다는 것입니다. 어떤 논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마 수액의 pH나, 하트만 안에 들어있는 버퍼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만) 경험적으로 많은 수의사들이 하트만을 피하에 주사했을 때 덜 아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관련 자료 유료 링크).
현실적으로 사람과 달리 동물은 만성 신부전에서 투석 치료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신장과 수액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수액은 약과 같아서 무조건 많이 준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종류의 수액을, 적절한 양만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약에는 늘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수액도 어떤 수액을 쓰는지, 얼마만큼의 수액을 쓰는지에 따라서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들이 중요한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