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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C? ACR? 신부전 환자에서 마이크로알부민 검사의 쓸모

신부전 환자에서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한다는 얘길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외부 의뢰 없이 원내에서 마이크로알부민 검사가 가능한 장비가 나오면서, 다른 병원에서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하고 오시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분께서 먼저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UAC는 Urine microAlbumin Creatinine Ratio의 약자고, ACR은 Albumin to Creatinine Ratio의 약자로 둘 다 동일한 검사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UAC는 동물에서, ACR은 사람에서 좀 더 루틴하게 사용되는 이름인듯 싶습니다만, 둘 다 똑같은 검사를 얘기합니다.)

장비 업체에서는 새로운 신부전 진단지표라고 하지만,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는 전혀 새로운 검사가 아닙니다. 마이크로알부민은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단백뇨를 조금 더 민감하게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사인데, 이미 단백뇨에 관한 2004년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에서 언급이 됐던 검사이니, 실제로는 그보다 더 오래된 검사라고 볼 수 있죠.

검사 자체는 매우 심플합니다. 소변 내의 마이크로알부민 농도만 측정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 크레아틴을 기준으로 정규화(normalization)시키는 UAC나 ACR 검사가 있죠. 검사를 언제해야하는가도 심플합니다. 딥스틱으로 소변 검사를 했는데, 단백뇨를 확인하는 Protein 패드에서 음성이 나오면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딥스틱에서 단백뇨를 확인하는 패드는 30mg/dL 이상의 단백뇨를 검출해주는데,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는 30mg/dL 미만의 단백뇨를 검출해주기 때문에 딥스틱에서 음성이 나오는데, 그래도 단백뇨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단백뇨를 조기에 확인하기 위한 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부전 환자에서 단백뇨가 있느냐 없느냐는 예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면, UAC 같은 마이크로알부민 검사가 환자의 상태를 더 빨리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실제 현실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장비가 새로 나왔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루틴하게 잘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만약 루틴하게 하는 소변 딥스틱 검사에서 단백뇨가 +1 이상으로 확인된다면, 그 땐 이미 30mg/dL 이상의 단백뇨가 있다는 얘기이니, 굳이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딥스틱 검사에서 단백뇨가 음성으로 확인된다면, 마이크로알부민 검사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때 마이크로알부민 검사에서 단백뇨가 있다고 확인된다면, 결국엔 치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UPC(Urine Protein Creatinine Ratio) 검사를 또 해야 합니다.

신부전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IRIS(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 국제신장학회)에서는 단백뇨의 치료를 하느냐 마느냐는 UPC를 기준으로 하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알부민이 확인되면 결국 UPC를 봐야하는데, 그렇다면 애초에 UPC를 보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생기게 되는 거죠.

여기서 한가지 더 함정이 있다면, 신부전 환자에서 소변의 비중이 낮은 경우, 딥스틱 검사에서 (실제로는 단백뇨가 있는데) 음성이 뜨는 경우가 있어서 어차피 신부전 환자로 진단이 된 케이스라면, UPC를 좋든 싫든 봐야한다는 겁니다. 딥스틱이 위음성은 아닌지, 혹은 위양성은 아닌지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이런 진단 과정과 치료 결정 기준을 보면, 이 사이에 마이크로알부민 검사가 설 자리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딥스틱에서 음성이 떴는데, 그래도 단백뇨에 대한 걱정이 된다면 굳이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를 할 필요 없이 곧장 UPC 검사를 하면 되니까요. (그게 검사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고, 진단 과정을 심플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마이크로알부민 검사의 또다른 문제는, 비교적 UPC 검사와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지만(=마이크로알부민이 높게 뜨면 UPC도 어느 정도 높게 나온다는 얘기), 경우에 따라서는 이 둘이 완전 다른 얘길 해주는 때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알부민 수치는 낮게 나오는데, UPC가 높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한 마이크로알부민 검사는 일시적으로 높아지기만 할 뿐 임상적인 의미의 신부전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4년 JAAHA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건강한 고양이 600마리 정도를 봤을 때 14%에서 마이크로알부민이 확인된다고 얘기합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질병의 유무와 관련없이 검출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렇게 마이크로알부민이 확인되는 환자들이 모두 신부전이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검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되죠.

그렇다면 쓸모는…?

물론 아예 쓸모가 없는 건 아닙니다. 사람에서는 당뇨병성 신증(Diabetic nephroapthy)을 확인하기 위해 마이크로알부민 검사(ACR)를 합니다. 사람에서는 당뇨병성 신증을 확인하고자 할 때, 마이크로알부민이 검출되는지, 단백뇨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죠. 하지만 2019년 ACVIM 컨퍼런스 자료(유료링크)를 보면 개와 고양이에서 당뇨병성 신증이 실제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수의사들 사이에 있고, 당뇨가 있는 강아지 고양이를 추적 검사했을 때, 당뇨가 없는 환자들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향후 당뇨병성 신증에 대한 근거가 강아지 고양이에서 좀 더 쌓이면 유용해질 수 있는 검사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죠.

사구체신염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검사로 활용을 해보는 것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사구체신염(=단백소실성 신장병증, PLN)은 오늘동물병원에서도 케이스로 다뤘던 적이 있는데, 사구체신염의 유전 소인을 가지고 있는 품종들에서 이를 조기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크리닝 삼아 검사해보는 걸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불 테리어나, 달마시안, 잉글리쉬 코카 스파니엘, 사모예드 같은 품종들은 유전성 사구체신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품종 소인을 고려한 검사를 하는 거죠.

다만, 유전성 사구체신염을 조기진단하는 목적이라면 적용되는 종은 강아지 뿐입니다. 고양이의 경우 사구체신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스크리닝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습니다.

UPC라는 가이드라인에서 명시된 검사가 기존에 있는 상황에서 UAC 같은 마이크로알부민 검사의 설 자리는 사실 딱히 마땅치 않습니다. 원내 검사 장비가 새로 나왔으니, 보호자분께 해보자고 권유할 검사는 더욱 아니고요. 적용해볼 수 있는 케이스가 전혀 없지야 않겠지만, 범용적으로 할 검사는 아니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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