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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과 유산균 보조제, 근거는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동물병원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신부전이 있는 경우, 병원에서 권하기도 하고, 보호자분들이 직접 구해서 먹이시기도 하는 유산균 보조제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미 보호자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아조딜이나 레날 어드밴스드, 혹은 드시모네 같은 제품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흔히 유산균제라고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좀 더 있어보이게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통칭하곤 합니다.

먼저 이 보조제들이 무슨 효과를 하는지를 알아야합니다. 아조딜 제조사에서는 아조딜이 Enteric Dialysis®를 한다고 얘기합니다. 장내에서 장내 순환(enteric circulation)을 통해 신부전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urea)를 줄여준다는 내용입니다. Enteric Dialysis®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자면 장에서 하는 투석이라는 얘기입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얘기하면, 아조딜을 먹이면 신부전에서 문제가 되는 크레아티닌과 BUN 수치를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아조딜뿐만 아니라 레날 어드밴스드나 다른 프로바이오틱스들도 비슷한 개념으로 신부전 환자에서 보조제로 사용되곤 합니다.

크레아티닌과 BUN을 떨어뜨려준다는 얘기가 정말일까요? 사실이라면 대단한 일이기 때문에 수의사들도 이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제조사의 주장과는 다르게 임상적인 근거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쥐나 돼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실험(Pre-clinical)에서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있는 보조제를 먹였을 때, BUN 수치가 떨어졌다는 실험이 2005년과 2006년에 있었습니다만, 이들 결과 중 몇몇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퍼블리쉬되지 않았습니다. 2006년에 고양이에서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대조군이 없는 실험 설계의 문제 때문에 신뢰하기가 매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만성 신부전뿐만 아니라 급성 신부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길하는데, 유산균이 장 점막에서 세균총을 형성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정말 급성 신부전에서 효과가 있을까는 신뢰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조딜이 신부전에서 신장 수치를 떨어뜨리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논문은 있습니다. 2011년 JFMS(Joru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올라온 논문으로, 아조딜 캡슐을 열어서 밥이랑 섞어 먹였을 때, 신장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입니다.

논문의 저자는 ‘캡슐을 열어서 뿌려먹는 방법’이 효과가 없었다고 한정짓고 있지만, 실제 수의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은 이런 보조제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혹은 제조사에서 홍보하는 것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가 다양한 방면에서 효과가 있는지 연구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당연히 신부전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되는가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유산균이 신부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kidney-gut axis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Kindey-gut axis는 신장(kidney)과 장(gut)이 서로 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개념입니다. 만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은 장으로의 혈류 순환이 잘 안되거나(intestinal hypoperfusion), 체내의 pH가 변하거나, 장 운동성이 변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장의 투과성(intestinal permeability)이 변하면서 장내 세균의 내독소 같은 것들이 전좌(translocation)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종국에는 전신적으로 아주 경미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염증은 다시 신부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장내의 정상적인 세균총을 유산균으로 더 풍부하게 만들면 신부전을 악화시키는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신부전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보조제로 먹이는 근거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도 그런가는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신부전에 당연하듯 적용하기에는 근거가 많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신부전의 표준적인 관리 방법을 제시하는 IRIS(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표준 관리 방법으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고, 정말 도움이 되는가를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점은 이런 프로바이오틱스가 설사 신부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위 “밑져야 본전”이라는 느낌으로는 먹일 수 있다는 얘기죠.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보조제를 먼저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호자분께서 물어보시면, ‘먹어서 손해를 볼 건 거의 없다. 다만 아이가 보조제 먹는 걸 많이 힘들어하거나, 보조제를 먹이느라 보호자분과 아이 사이가 멀어질 정도라면 굳이 챙겨서 먹이실 필요는 없다.’ 정도로 설명을 드립니다. 또한 이런류의 보조제들은 늘 그렇듯, 사악한 가격을 자랑하기 때문에 보호자분의 한정된 자원을 아이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가끔 하루에 6,7개 정도의 약과 보조제를 아이에게 투약하시는 경우를 볼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먹여야 한다고 해서 먹이신다는데, 아이한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그렇게 먹이시는 걸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보조제는 약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꼭 먹어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 내용에 대해서 보호자분께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이 동물병원의 역할일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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