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의 저자는 ‘캡슐을 열어서 뿌려먹는 방법’이 효과가 없었다고 한정짓고 있지만, 실제 수의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은 이런 보조제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혹은 제조사에서 홍보하는 것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가 다양한 방면에서 효과가 있는지 연구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당연히 신부전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되는가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유산균이 신부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kidney-gut axis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Kindey-gut axis는 신장(kidney)과 장(gut)이 서로 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개념입니다. 만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은 장으로의 혈류 순환이 잘 안되거나(intestinal hypoperfusion), 체내의 pH가 변하거나, 장 운동성이 변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장의 투과성(intestinal permeability)이 변하면서 장내 세균의 내독소 같은 것들이 전좌(translocation)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종국에는 전신적으로 아주 경미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염증은 다시 신부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장내의 정상적인 세균총을 유산균으로 더 풍부하게 만들면 신부전을 악화시키는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신부전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보조제로 먹이는 근거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도 그런가는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신부전에 당연하듯 적용하기에는 근거가 많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신부전의 표준적인 관리 방법을 제시하는 IRIS(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표준 관리 방법으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고, 정말 도움이 되는가를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점은 이런 프로바이오틱스가 설사 신부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위 “밑져야 본전”이라는 느낌으로는 먹일 수 있다는 얘기죠. 오늘동물병원은 이런 보조제를 먼저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호자분께서 물어보시면, ‘먹어서 손해를 볼 건 거의 없다. 다만 아이가 보조제 먹는 걸 많이 힘들어하거나, 보조제를 먹이느라 보호자분과 아이 사이가 멀어질 정도라면 굳이 챙겨서 먹이실 필요는 없다.’ 정도로 설명을 드립니다. 또한 이런류의 보조제들은 늘 그렇듯, 사악한 가격을 자랑하기 때문에 보호자분의 한정된 자원을 아이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가끔 하루에 6,7개 정도의 약과 보조제를 아이에게 투약하시는 경우를 볼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먹여야 한다고 해서 먹이신다는데, 아이한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그렇게 먹이시는 걸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보조제는 약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꼭 먹어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 내용에 대해서 보호자분께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이 동물병원의 역할일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