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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의 관절 주사, 얼마나 근거가 있나요?

관절염 환자의 관리에 대해서는 케이스 포스팅을 썼던 적이 있지만, 관절 주사에 대한 얘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관절 주사는 효과에 대한 근거가 탄탄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포스팅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제품에 대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관절 주사 자체의 근거가 탄탄하지 않으니, 개별 제품에 대한 근거도 탄탄하지 않다는 게 포스팅을 머뭇거리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결국은 에비던스를 가져와서 얘기를 해도 조금은 애매한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어쨌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먼저, 관절 주사의 종류나 제품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언제 관절 주사를 해야하는가에 관한 얘기죠. 이 부분은 꽤나 중요한 얘기인데, 관절염을 관리하고자 할 때 관절 주사보다 관련 근거가 더 많은 확실한 치료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치료들을 생략하고, 바로 관절 주사부터 하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추천되지 않습니다. 치료에도 순서가 있달까요. 관절염에 있어서 어떤 치료가 더 근거 수준이 높고, 우선적으로 추천되는가에 대해서는 잘 정리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2023년에 나온 강아지 골관절염의 치료 가이드라인입니다. 강아지 골관절염을 치료하고자할 때 우선시되는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정리해둔 논문이죠.

이 논문은 관절염의 진행 정도(0-4단계로 구분,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는 2단계부터)에 따라 어떤 치료가 우선시되는지를 에비던스 레벨(관련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을 토대로 정리해뒀습니다. 모든 단계에서 해야하는 것들(체중 관리, 식이 조절, 적절한 운동 등등)을 기반으로 각 단계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어떤 걸 할 수 있는지를 얘기하죠. 예를 들어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2단계(=경증의 골관절염)에서 진통 관리를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약물(=패널 모두가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약물)은 NSAID와 단클로항체입니다. 경증의 관절염 환자에서 통증 관리를 한다면 관절 주사나 관절 보조제를 우선시하기보다는 멜록시캄 같은 NSAID 약물이나 (아직 국내 출시는 안된) 리브렐라 같은 주사제를 이용해서 통증을 경감시켜주라는 얘기죠.

관절 주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잠깐 옆길로 빠져보자면, 관절염 환자에서 흔히 먹이게 되는 관절 보조제는 어느 정도의 에비던스 레벨을 가질까요?

보조제들(콘드로이틴, 글루코사민, UC-II, 녹색입홍합)은 대충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근거가 아주 탄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통 별 부작용이 있는 것들은 아니니 보조제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미 적절한 영양 섭취를 하고 있다면, 굳이 관리 비용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보고 추천하지 않는 패널도 있는 거죠. 이건 임상 증상이 더 두드러지는 3단계나 4단계에서도 동일합니다. 증상이 더 심해질수록 해야되는 것들이 더 많아지니, 관련 근거가 적은 보조제들을 후순위로 밀어두게 되는 거죠. 수의사들은 관절염을 관리하고자 할 때, 효과가 확실한 것부터 시작해서 효과가 애매한 것들의 순서로 추천하는데, 흔히 보호자들이 생각하는 관절염의 치료는 부작용이 적은 것에서 시작해서 부작용이 있는 것 순서로 가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수의사들은 관절염 보조제를 치료의 가장 후순위로 두지만, 보호자들은 보조제를 가장 첫번째 치료로 두게 되죠. 치료의 대상이 되는 강아지 고양이를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운 일이랄까요.

다시 포스팅의 주제인 관절 주사로 돌아와서, 이 논문에서 관절 주사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기 시작하는 건 언제일까요? 관절 주사(intra-articular injection)에 관한 얘기는 중등도(moderate)의 임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3단계 환자의 관리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중등도 이상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 기존 치료(NSAID, 단클론항체, 그 외에 다른 진통제)에 더해서 관절 주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하죠. 이런 관절 주사의 에비던스 레벨이 아주 높으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지푸라기 잡듯이 환자의 통증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야하니, 단계가 높아지면 관절 주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얘기하죠.

이런 우선 순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절염을 치료하고자 하면, 늘 만족스러운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환자의 기저 질환에 따라 우선순위대로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우선 순위가 있는 약물이 효과가 없을 때 치료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순서를 지키지 않고 관절염 치료를 하고자 해서는 안됩니다.


어쨌든 이런 순서를 지켜서 관절 주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할 때, 어떤 주사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관절 주사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냐는 잘 정리된 논문이 있습니다. VCNA(Veterinary Clinics of North America)에 올라온 2022년 리뷰 논문을 보면 어떤 주사제들이 있고, 어느 정도의 근거를 갖는지에 관해 설명되어 있습니다.

관절 내에 주사하는 것들은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2. 관절내 점성을 보충해주는 것(Viscosupplementation)

  3. 재생 의학 관련 주사제들(Regenerative medicine)

  4. 핵 의학 관련 주사제(Radiosynoviorthesis)

이 중에서 방사성 물질 취급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마지막 카테고리(Radiosynoviorthesis)를 제외하면 나머지 3가지 카테고리 정도를 한국에서 강아지 고양이의 관절내 주사제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카테고리의 경우에는 미국의 Synovetin이라는 주사제를 얘기하는 건데,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취급 면허가 별도로 필요한 주사제라 널리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첫번째 옵션인 스테로이드는 보통 트리암시놀론이라는 주사제를 많이 사용합니다. COAST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주 심한 관절염에서 스테로이드 관절 내 주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주사제가 아주 저렴하고, 전신적인 부작용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맞을 수 있는 강력한 소염제이지만, 장기간 관절 내 투여할 경우 (오히려) 연골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정말 심한 관절염을 앓는 환자에게서 당장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한 치료약으로 사용하죠. 보통 관절 주사로 한 번 맞으면 대략 3개월 정도는 덜 아파한다고 얘기합니다.

두번째 옵션인 관절 내 점성을 보충해주는 viscosupplementation에는 대표적으로 히알루론산이 있습니다. 사람에서도 관절 주사로 많이 사용하는 옵션이죠. 관절 내의 점성을 보충해줘서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관절 내에서 염증 매개 물질을 줄여주고, 정상적인 생체의 히알루론산 생성을 촉진시켜준다는 얘기도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삐그덕거리는 관절에 기름칠을 한다는 개념이 더 주요합니다. 주사제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주사를 하면 3-6개월 정도 통증 관리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 동물병원에서도 관절 주사를 할 때 종종 사용하죠.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viscosupplementation에는 히알루론산 외에도 다른 옵션들이 있습니다. Polyacrylamide hydrogel(PAAG)라든가 하는 새로운 주사제들이 판매되고 있죠. 한국에서는 유통되지 않지만, 미국쪽의 옵션으로 PAAG를 이용한 ArthramidVet 같은 제품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콜라겐과 hydrogel을 이용한 Spryng 같은 것도 사용되고 있죠. 한국에서 유통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한국 제품들도 상당수가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세번째 옵션인 재생 의학쪽의 관절 주사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PRP(Platelet Rich Plasma)고, 다른 하나는 줄기 세포입니다. 병원 내에서 환자의 혈액을 분리해서 만드는 PRP를 관절 내에 주사하거나, 환자의 지방 조직이나 골수에서 배양해낸 줄기세포를 관절 내에 주사하면 통증 관리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죠. 어떤 제품이 있다기보다는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을 채취한 후 만들어서 쓰는 것들로, 특히 줄기세포의 경우에는 어떤 조직을 썼느냐, 어떻게 배양을 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PRP보다는 줄기세포 주사가 조금 더 루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줄기세포의 경우, 환자에게 채취한 줄기세포(자가 줄기세포, autologous stem cell)를 쓸 것이냐, 아님 같은 종의 줄기세포를 쓸 것이냐(동종 줄기세포, allogenic stem cell)에 따라서도 에비던스가 조금 엇갈리죠.

줄기세포에 대한 COAST 가이드라인의 스탠스는 이렇습니다.

효과에 대한 에비던스가 다소 제한적이고,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점, 줄기세포 치료 자체가 아직은 임상에 적극 도입하기에는 걸음마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라는 것, 세포의 유래나 처리 방법, 적용 방법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아직은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말이죠. 실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논문의 다수는 직접 환자에게서 골수나 지방을 채취하는 자가 줄기세포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한국에서 많이 하는 동종 줄기세포의 효과는 같은 줄기세포라는 이름을 갖지만 안정성이나 효능에 대한 또다른 연구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보니 동종 줄기세포를 관절 내에 주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런 리뷰도 있습니다.

주사를 하지 않은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주관적인 통증 평가에서는 개선이 된 것처럼 보이나 객관적인 보행 평가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죠.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에비던스가 탄탄하지는 않고, 이게 스테로이드나 히알루론산 같은 다른 관절주사제와 비교했을 때 (값비싼 비용을 합리화할만큼) 더 효과가 좋은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관절 주사들이 다 그런 편이지만, 줄기세포 또한 기적의 치료법 같은 건 아니라는 얘기이기도 하죠. (환자에게 주사한다면 이런 정도의 근거와 효과를 감안하고 주사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 제품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앞선 얘기들이 관절 주사에 관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수의학 내용들이라면, 실제 제품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지역에 따라 쓸 수 있는 제품과 아닌 제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많이 쓴다는 ArthramidVet은 한국에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관절주사제들은 미국에서 사용하기 어렵죠. 한국에는 동물용으로 출시된 관절주사제가 대략 5가지 정도 있습니다(24년 12월 기준인데 제가 모르는 제품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약사에서 동물병원에 어떤 제품을 소개할 때면, 수의사들은 이 제품을 기존의 수의학 지식 베이스를 토대로 평가하게 되는데, 한국의 제품들은 그런 평가가 조금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이런 관절 주사의 보편적인 분류로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을 제약사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줬으면 하는데, 안타깝게도 보통은 효과가 좋다는 자기자랑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첫번째 제품은 조인트벡스입니다. 조인트벡스는 앞서 언급한 카테고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조인트벡스는 E1K라는 신약이 성분명인데, 이게 정확히 무슨 약인가에 대해서 홈페이지에는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약의 대략적인 정보와 효과가 좋더라는 실험에 대한 얘기뿐이죠. 조인트벡스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알려면 조인트벡스의 임상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에서 나온 케이스 논문을 봐야 합니다.

여기 조인트벡스가 뭔지 나오는데, ELHLD 단백질이라는 게 조인트벡스의 성분입니다. ELHLD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의 이름을 나열한 것으로 저런 알파벳 순서로 만들어진 펩타이드다…뭐 이런 얘기죠. 사람에서도 비슷하게 펩타이드를 관절 주사에 활용하는 시도들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정말 실험적인 수준으로 관련 근거는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서울대의 논문은 객관적인 보행 분석에서 조인트벡스를 투여한 환자들이 더 나았다는 결론을 내고 있지만, 이 논문에는 실제 대조군이 있지도 않고, 환자의 수도 6마리 정도로 몹시 적은 편이죠. 이것만을 근거로 환자에게 루틴하게 투여하기에는 아직은 (아주 많이) 근거가 부족하달까요.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제품이다보니 효능에 관한 좀 더 광범위한 임상 논문이 있지도 않습니다. 서울대의 논문은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할만한 (기대되는) 제품일 수는 있으나, 딱 기대를 품어볼만하다 정도에 그치고 말죠. (조인트벡스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냥 좋은지 아닌지 아직은 잘 모른다…는 얘기랄까요.)

조인트벡스는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단점이 하나 있는데, 이 제품이 viscosupplementation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조인트벡스는 가루로 나온 약을 생리식염수에 희석해서 주사하는 제품입니다. 점성을 가진 제품이 아니니 관절낭 내에서 쿠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약 자체의 효능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아직은) 어려운 반면 물리적으로 제공하는 이점은 딱히 없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제품은 애니콘주가 있습니다. 유한양행에서 나온 제품인데(공식 제품 소개 페이지가 없…), 애니콘주라는 이름보다는 사람의 콘쥬란이랑 똑같은 주사라고 홍보가 되는 면이 더 크죠. 콘쥬란이 사람에서 히알루론산과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조금 더 효과가 좋다고 홍보되는 것처럼 애니콘주는 viscosupplementation에 속합니다. 관절낭 내에서 관절의 기계적인 마찰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통증을 관리해주죠. Polynucleotide(PN)이라는 성분의 관절 주사인데, 동물에서의 관련 연구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사람에서 히알루론산을 대체하는 옵션으로 임상 연구들이 있었고, 물리적인 쿠션 작용을 기대하는 성분이니 동물에서도 쓸 수 있겠다 싶어 만들어진 제품에 가깝죠. 사람에서의 연구를 보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동물에서의 적용 논문이 없기는 하나 작용 기전 자체가 쿠션 역할(=viscosupplementation)이라면 조금 더 전통적인 옵션인 히알루론산을 대신해 써봄직 하죠. 다만 히알루론산보다 더 효과가 좋냐하면, 사람에서도 아직 그런 얘기를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관절에 점성을 더해주고자 할 때, 고려 가능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죠. 논문 근거에 집착하는 임상가라면 굳이 히알루론산에 우선해서 애니콘주를 쓰지는 않을테고,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사람에서의 논문 근거를 외삽해서 (작용 기전까지 고려해) 써볼 수 있겠죠.


세번째 제품은 콜라겐을 활용한 주사제들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제품은 2개인데, 하나는 애니씰C라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콜라벳이라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군에 속하는 주사제들은 정확히는 콜라겐 중에서도 (면역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항원성을 줄인 아텔로콜라겐(atelocollagen)이라는 성분을 사용합니다. 점성을 보충해주는 제품들이냐 하면 엄밀한 의미에서는 viscosupplementation에 속하지 않고, 조직 재생을 돕는 주사제라고 얘기합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연골 재생을 목표로 하는 성분이니 regenerative medicine쪽에 속합니다.

이런 콜라겐 주사를 강아지 고양이의 관절염에서 사용한 논문 근거가 있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콜라겐 주사제들도 PN 주사제가 그렇듯, 사람에서 사용하는 관절 주사를 외삽한 것에 가까운데, 카티졸이라는 사람의 관절주사를 동물용으로 만든 거랄까요. 그래서 아텔로콜라겐을 관절 내에 주사하는 것에 대한 근거도 사람의 논문을 찾아봐야합니다.

연골의 조직 재생을 돕는게 작용 기전이나, 실제 얼마나 조직 재생이 되는가는 (이런 류의 제품들이 그렇듯) 실질적인 근거가 많지는 않습니다. 동물에서도 똑같은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죠. 다만 작용 기전을 고려할 때 아마도 동물도 똑같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보는 겁니다.

앞서 얘기한 PN(polynucleotide)도 그렇고, 이런 아텔로콜라겐 주사제도 그렇고, 이런 관절 주사들은 국내에서 개발된 주사제입니다. PN은 파마리서치, 아텔로콜라겐은 셀론텍이라는 곳에서 만든 주사제죠(사람용으로 처음 개발한 곳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보니 아직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는 보편적인 옵션이라기보다는 한국에서 주로 활용되는 주사 옵션들에 가깝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떤 논문 근거가 쌓일만한 시간이 없기도 했고, 한국을 벗어나면 아직 의료 시장에서 그 정도의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한 주사제들이죠. 이런 주사제들을 어디까지 효능을 믿고 강아지 고양이에게 주사할 것이냐는 수의사의 주관이 크게 개입하기도 하지만, 보호자의 적극성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제품은 티스템펫이라는 주사제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제품인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줄기세포와는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티스템펫의 성분은 인체지방줄기세포 유래 단백질(Human Adipose Stem Cell Derived Protein)로 적혀있는데, 줄기세포가 아니라 줄기세포에서 뽑아낸 단백질로 주사를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종(사람의 줄기 세포 유래 성분을 강아지에게 주사하는 것) 유래인데,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거죠. 제품의 브로슈어를 보면 membrane-free stem cell component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건 세포 안에서 성장 인자(growth factor)나 사이토카인, 엑소좀 같은 것들을 뽑아낸 거라고 보면 됩니다. 줄기세포처럼 새로운 조직으로 분화한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체내에 있는 기존의 세포들을 자극해서 회복 능력을 늘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줄기세포도 아니고, 줄기세포의 부산물(?) 같은 것이다 보니 관련 연구는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서 둘 다 매우 적은 편입니다. 동물에서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그나마 좀 있는 편이지만, 줄기세포의 부산물을 관절 주사로 활용하는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줄기 세포 배양 시설이 없어도 쉽게 주사제를 구해서 주사가 가능하고, 보관이나 운송이 쉬운 편이다 보니 사용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비던스가 얼마나 있냐는 차원에서는 티스템펫을 줄기세포 주사제에 우선해서 주사할만한 근거는 많이 부족한 편이죠. (병원 입장에서의 장점만 있는 건 아닌게, 보호자 입장에서도 언제든지 쉽게 주사가 가능하고, 비용이 줄기세포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


가장 전통적인 옵션이라는 스테로이드나 히알루론산조차도 근거가 탄탄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고, 한국이라는 지역적인 상황까지 고려하면 관절 주사 제품은 춘추전국시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제품이든 에비던스 가지고 오라고 하면 당당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보니,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더 낫다고 얘기할 수도 없죠. 사람에서의 근거나 작용 기전을 보고, 이 정도면 주사해볼만 하겠네… 정도를 생각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에비던스를 가지고 가장 좋은 제품이 뭔지 얘기를 할 수 없으니, 골드 스탠다드라고 할만한 퍼스트 초이스가 있지도 않고, 그저 개별 환자에 따라, 보호자의 지갑 사정에 따라 적합하다 싶은 주사제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관절 주사의 근거가 이런 수준이다보니, 아무래도 관절염 관리에서 근거 수준이 더욱 확실한 진통제(NASID나 리브렐라 같은 단클론항체)들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가 되고요. 속시원한 얘기는 아니지만, 관절 주사라는 치료 방법 자체가 갖는 근거 상의 한계가 제품에도 이어진달까요. 활용도가 분명 있는 치료 방법이지만, 이런 한계에 대한 부분을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가 충분히 이해하고 진행해야 하는 치료일 수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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