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짧게 쓰여있는 걸 요약하자면, 둘 다 사용량을 늘릴수록 심혈관계 억압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 부작용에 있어선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길 합니다. 세보플루레인의 상대적인 장점이라면 세보가 아이소보다 마취 심도 조절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임상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세보플루레인이 마취에서 더 빨리 회복한다는 얘기는 이런 겁니다. 세보플루레인의 경우, 혈액 내에 (아이소플루레인 대비) 덜 용해되는 특징이 있어서, 기화기의 마취 심도를 조절하면, 그게 조금씩 더 빠르게 적용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보니 마취기를 끄면, 환자가 빨리 깬다는 얘기죠. 강연에서는 건강한 강아지에서 확인했을 때 1-2분 정도 세보플루레인이 더 빠르게 마취 유도가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하고) 현실에서는 호흡마취제만을 사용해서 마취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1-2분 정도의 ‘속도’는 실질적으로 별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얘길 합니다.
마취 심도 조절이 빠르면 더 안전하게 마취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마취를 줄였을 때 빨리 깬다는 얘기는, 마취를 올렸을 때 빠르게 심도가 깊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양날의 칼이라 그 칼을 누가 잡고 있느냐의 문제이지, 칼이 안전한게 아니라는 얘기죠.
세보가 아이소보다 조금 더 확실한 장점을 갖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마스크를 이용해 마취를 하거나, 챔버 마취를 하는 경우입니다. 세보플루레인은 아이소플루레인과 달리 마취제의 안좋은 냄새(pungent 하다고 합니다)가 덜 나는데, 그렇다보니 의식이 있는 환자에서 호흡 마취제로 마취 유도를 하는 경우에는 환자가 거부감을 덜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수의학은 강아지와 고양이에서는 마취제의 종류에 상관없이 마스크 마취나 챔버 마취를 추천하지 않죠. (특수동물쪽으로 간다면 얘기가 좀 달라져서 세보가 갖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강아지 고양이에서는 이것마저도 장점이라고 하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렇듯 세보의 장점이라고 하는 것들이 현실에서는 다소 어중간한 반면, 세보플루레인의 압도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비싸다는 거죠. 가격이 비싸면 비싼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비싼 비용을 합리화할 수 있는 장점은 어중간한 셈이죠. 상당수의 마취 전문의들이 세보의 비싼 가격을 합리화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를 합니다(유료 링크). 세보플루레인의 비싼 비용을 그만큼 보호자에게 청구한다면, 보호자에게 세보의 장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것이고, 병원에서 보호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신 세보의 비용을 직접 부담한다면, 병원 경영 관점에서 그걸 합리화하기 어렵습니다.
병원 경영 관점에서 이걸 합리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한데, 그건 세보플루레인이 아이소플루레인보다 더 우월한 마취제라고 마케팅을 하는 것입니다.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경영 관점에서 돈을 조금 더 쓴다고 하더라도 크게 아깝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면 세보플루레인으로 마취를 한다는 자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자랑을 할 수 있는 거냐…하면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수의사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요. (자랑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오늘동물병원은 마취기를 구입할 때 그래서 걍 아이소플루레인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현대의 마취제들은, 주사 마취제들도 그렇지만, 호흡 마취제도 더 안전한 약… 이런 거는 사실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늘 그렇듯 “안전한 마취의”만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