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제품만을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이런 기준들에 최대한 부합하는 제품을 추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보조제도 사서 먹이려면 결국엔 다 보호자분의 돈이고, 보호자분의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실 수 있도록, 효과가 그래도 명확하게 검증된 것들을 추천하는 것이죠. 물론 보조제의 특성상 효과가 드라마틱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효과가 드라마틱하면 보조제가 아니라 약이죠.
최근에 부쩍 문의를 많이 받지만, 잘 처방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쏘드라는 제품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IBD(염증성 장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제품입니다. 처음에는 보조제로 출시됐다가, 유통 문제 때문인지 현재는 동물약으로 처방되고 있는데, 이 제품에 대해서도 앞서 언급한 기준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이 제품이 IBD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약인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제품이 주장하는 유효 성분은 SOD입니다. SOD는 Superoxide Dismutase를 뜻합니다. SOD는 항산화제의 하나로 이 제품은 SOD를 과량생산하는 바실러스라는 균을 이용해서 만든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이 균이 소화기까지 도달해서 소화기 내에서 SOD를 만들어내면, SOD의 항산화효과가 IBD의 증상 완화 혹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죠.
정말 이 제품이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을까요? 사이트에 올라온 근거를 보면, 논문도 여럿있고, 꽤 그럴듯해보입니다. 먼저 SOD가 대장염(colitis)에서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경감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 반응을 억제했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먼저 이 실험은 in vivo(생체 내에서 이루어진) 실험입니다. 시험관 내에서 이루어진 시험에 비해서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제조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강아지와 고양이의 IBD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는 아닙니다. 실험 대상은 쥐(mice)인데, 이런 실험을 로덴트 스터디(rodent study)라고 합니다. 쥐에서 효과가 있다는 기적의 신약이 사람에서 바로 쓰이지 않는 것처럼 로덴트 스터디는에서 어떤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개와 고양이에서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후에 언급된 다른 논문도 쥐를 대상으로 한 로덴트 스터디입니다. 여기까지는 효과에 대해 신뢰하기가 조금 어렵죠.
다행히 개와 고양이에서 전혀 임상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충북대학교에서 이 제품을 이용해 IBD를 앓고 있는 개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대조군은 스테로이드를 처방한 환자군이고, 바쏘드를 먹은 환자군이 스테로이드를 먹은 환자군보다 더 나은 임상증상 개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이 연구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봐야합니다. 피어 리뷰된 저널에 올라왔나를 보자면, 이건 저널에 올라온 연구는 아닙니다. 논문으로 퍼블리쉬된 게 아니죠. 2019년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 컨퍼런스에 같은 연구가 초록(abstract)으로 올라와 있긴 합니다만, 퍼블리쉬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초록에는 제조사에서 얘기하지 않은 내용도 쓰여있는데, 바쏘드를 먹은 그룹에서 임상증상이 개선되고 내시경 상에서의 장 점막도 개선을 보였다고 하지만, 조직검사 상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가 넌지시 쓰여있습니다. (대조군이 스테로이드를 먹은 그룹이면 스테로이드의 위장관 자극 때문에 내시경 상에서 대조군이 더 나빠보인 건 아닌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죠)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이 실험은 개에서만 이루어졌고, 고양이에서의 임상 데이터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