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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보조제를 판단하는 방법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보조제도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수의사들이라고 시중에 나온 보조제를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인기를 끄는 몇몇 제품들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은 모른다는 게 솔직한 얘기일 겁니다. 그럼 어떤 보조제를 추천하고, 어떤 보조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무엇을 근거로 말씀드리는 걸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보조제와 약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이란 어떤 비정상적인 상태나 질환의 증상을 진단하거나, 예방, 혹은 치료나 완화시키는 데 사용하는 것을 얘기합니다. 반면 보조제의 경우는 약과 다릅니다. 보조제는 크게 건강기능식품(Nutraceutical)과 보충제(Supplement)로 구분할 수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의 경우는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거나, 질환의 치료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들을 얘기하고, 보충제는 비타민처럼 음식에서 섭취할 수 있지만, 권장섭취량을 채우기 위해 별도로 먹게 되는 것들을 얘기합니다. 경우에 따라, 정부의 규제로 구분이 되기도 하고, 칼같이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약을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동물로 치자면, 세민트라(텔미사탄)는 적응증이 따로 있고, 복용 시에 수의사와 상담이 필요한 의약품이지만, 루비날 같은 것들은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볼 수 있죠.

약이라면, 당연히 그 약을 먹었을 때 어떤 질환이 치료됐다는 명학한 근거(보통은 논문)가 필요하고, 보조제의 경우도 그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실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움이 되는가에 관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더 타당하고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겠지만요. UC Davis의 Andrea Fascetti 교수(유료 링크)는 수의사가 어떤 보조제를 환자에게 처방할 때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1. 이 제품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가 정말인지?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혹은 단순히 사용 후기(testimonial)만이 근거는 아닌지?

2. 제품에 표시된 성분이 정말 들어있는지? 만약 정말로 들어있다면, 이 제품은 생체이용률(bioavailable)이 괜찮은지?

3. 특정 성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시험관 내에서의 결과(in vitro)인지, 생체에서의 결과(in vivo)인지?

4.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종(species)에서 이루어진 연구인지?

5. 연구에서 사용된 용량이 제품에 포함된 성분의 용량과 동일한지?

6. 연구는 대조군이 제대로 설정(well-controlled)됐는지?

7. 연구가 피어 리뷰(peer-reviewed)된 저널이나 비슷하게 명성이 있는 소스에서 퍼블리쉬 됐는지?

8. 여러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라면 주된 효과를 내는 성분(active ingredient)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성분들이 서로 안좋은 상호작용을 하는 건 아닌지?

9. 환자가 복용 중인 다른 약이 있지는 않은지, 만약 있다면, 그 약이 건강기능식품과 어떤 작용을 할 수 있는지?

10. 처방하는 용량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11. 안전한 용량(margin of safety, 효과를 내는 용량과 환자에게 안전한 최대 용량의 차이)이 확립되어 있는지?

UC Davis의 Andrea Fascetti 교수

항상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제품만을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이런 기준들에 최대한 부합하는 제품을 추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보조제도 사서 먹이려면 결국엔 다 보호자분의 돈이고, 보호자분의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실 수 있도록, 효과가 그래도 명확하게 검증된 것들을 추천하는 것이죠. 물론 보조제의 특성상 효과가 드라마틱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효과가 드라마틱하면 보조제가 아니라 약이죠.

최근에 부쩍 문의를 많이 받지만, 잘 처방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쏘드라는 제품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IBD(염증성 장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제품입니다. 처음에는 보조제로 출시됐다가, 유통 문제 때문인지 현재는 동물약으로 처방되고 있는데, 이 제품에 대해서도 앞서 언급한 기준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이 제품이 IBD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약인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제품이 주장하는 유효 성분은 SOD입니다. SOD는 Superoxide Dismutase를 뜻합니다. SOD는 항산화제의 하나로 이 제품은 SOD를 과량생산하는 바실러스라는 균을 이용해서 만든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이 균이 소화기까지 도달해서 소화기 내에서 SOD를 만들어내면, SOD의 항산화효과가 IBD의 증상 완화 혹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죠.

정말 이 제품이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을까요? 사이트에 올라온 근거를 보면, 논문도 여럿있고, 꽤 그럴듯해보입니다. 먼저 SOD가 대장염(colitis)에서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경감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 반응을 억제했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먼저 이 실험은 in vivo(생체 내에서 이루어진) 실험입니다. 시험관 내에서 이루어진 시험에 비해서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제조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강아지와 고양이의 IBD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는 아닙니다. 실험 대상은 쥐(mice)인데, 이런 실험을 로덴트 스터디(rodent study)라고 합니다. 쥐에서 효과가 있다는 기적의 신약이 사람에서 바로 쓰이지 않는 것처럼 로덴트 스터디는에서 어떤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개와 고양이에서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후에 언급된 다른 논문도 쥐를 대상으로 한 로덴트 스터디입니다. 여기까지는 효과에 대해 신뢰하기가 조금 어렵죠.

다행히 개와 고양이에서 전혀 임상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충북대학교에서 이 제품을 이용해 IBD를 앓고 있는 개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대조군은 스테로이드를 처방한 환자군이고, 바쏘드를 먹은 환자군이 스테로이드를 먹은 환자군보다 더 나은 임상증상 개선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이 연구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봐야합니다. 피어 리뷰된 저널에 올라왔나를 보자면, 이건 저널에 올라온 연구는 아닙니다. 논문으로 퍼블리쉬된 게 아니죠. 2019년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 컨퍼런스에 같은 연구가 초록(abstract)으로 올라와 있긴 합니다만, 퍼블리쉬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초록에는 제조사에서 얘기하지 않은 내용도 쓰여있는데, 바쏘드를 먹은 그룹에서 임상증상이 개선되고 내시경 상에서의 장 점막도 개선을 보였다고 하지만, 조직검사 상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가 넌지시 쓰여있습니다. (대조군이 스테로이드를 먹은 그룹이면 스테로이드의 위장관 자극 때문에 내시경 상에서 대조군이 더 나빠보인 건 아닌가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죠)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이 실험은 개에서만 이루어졌고, 고양이에서의 임상 데이터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이 이 제품을 전혀 쓸모없는 제품으로 만드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SOD는 항상화제로 상당히 옛날부터 알려져 있는 물질(그러니까 바쏘드는 우리가 몰랐던 기적의 신약 같은 건 아닙니다)이고, 항산화제가 이런저런 좋은 작용들을 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SOD를 별 부작용 없이 먹일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죠. 부작용이 없는 양성적인 보조제이기 때문에 먹이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제조사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조금 다른 얘기가 되는 거죠. 이럴 때 수의사들은 제품의 가격을 생각합니다. 제품의 가격이 비싸지 않고, 보호자분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먹여보실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일단 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면 추천드리지 않는 편이고, 보호자분께서 보조제로 약을 대체하시려고 생각하시면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물론 보호자분들 중에는 특정 제품을 먹여보고 효과를 보셨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게 어떤 보조제가 보호자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되는 요인이죠. 효과를 봤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수의사들 입장에서는 어떤 보조제를 추천할 때 특정한 개인적인 일화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논문 근거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개체에서는 효과가 있는데, 어떤 개체에서는 효과가 없다면 그걸 보편적으로 추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여기서는 바쏘드라는 제품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지만, 다른 모든 보조제에 거의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전에 신부전 보조제인 루비날이나 유산균 보조제(아조딜, 레날 어드밴스드 등)에 대한 얘기도 이런 기준들을 토대로 설명을 드렸습니다. 수의사들은 보통 이런 기준을 토대로 새로나온 보조제를 평가하고, 괜찮겠다 싶은 것들을 보호자분께 추천드립니다. 오늘동물병원은 특히나 이런 부분을 까다롭게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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