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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강아지 고양이 소변 검사, 의미가 있나요?

펫 택스(Pet tax)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반려동물용으로 나온 제품은 가격이 더 비싸다는 걸 뜻하는 말이죠. 이 말을 들으면 항상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강아지 고양이용 소변 검사 키트입니다. 동물병원에 강아지 고양이를 데리고 가지 않아도 집에서 간편하게 소변을 이용해 검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집에서 하는 건강검진이라는 명목으로 판매 되고 있는 제품들이죠. 그럴듯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판독도 해주고,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변 스틱 검사(urine dip stick)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펫 택스 얘길 떠올리게 되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의 소변 딥스틱 검사를 동물에서도 그대로 쓰지만, 동물용은 훨씬 더 비싸게 판매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용 소변 딥스틱은 100매 단위로 판매가 되고, 딥스틱 1개에 대략 250원에서 300원 정도로 판매가 되고 있지만, 동물용이라고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들은 똑같은 딥스틱인데도 1개에 대략 8천원에서 1만원 정도에 판매를 하고 있으니까요. 똑같은 제품에 동물용이라는 딱지를 하나 더 붙였다는 것만으로 대략 30배 정도 더 비싼 가격을 받는 셈이죠.

사실 여기까지만 얘기가 되어도 동물용 소변 딥스틱 검사지를 사는 건 그다지 현명한 소비 행위가 아닙니다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어찌저찌 소변 검사 스틱을 사서 집에서 한다고 했을 때 알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에 대한 얘길 해볼까 합니다. 병원에서도 소변 검사를 하면 (똑같은) 딥스틱 검사를 필수적으로 하니까, 전혀 의미가 없는 검사는 아닙니다만… 집에서는 소변 검사만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검사가 한계를 갖게 된다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딥스틱 검사에 무슨 항목이 있는지를 한 번 살펴보죠.

  • 잠혈(Blood RBC)

  • 빌리루빈(bilirubin)

  • 유로빌리노겐(Urobilinogen)

  • 케톤체(Ketones)

  • 단백질(Protein)

  • 아질산염(Nitrite)

  • 포도당(Glucose)

  • pH

  • 비중(Specific Gravity)

  • 백혈구(Leukocyte)

보통 가장 많은 항목을 보여준다고 하는 딥스틱 검사들이 이렇게 총 10가지의 검사 패드를 갖습니다. 사람용은 여기서 몇 개가 빠진 것들도 판매가 되지만, 동물용은 보통 1개당 가격이 비싸고, 항목이 많을수록 더 좋은 것이라고 마케팅을 하기 좋아서인지 대부분 10개 항목을 보여줍니다.

제품 홍보 페이지들을 보면 각각의 항목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놓고, 때로는 그럴듯한 스마트폰 앱으로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을 덧붙여주기도 하지만, 수의사들은 이 10가지 항목 중에서 제껴버리고 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10가지 중에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아예 참고하지 않는 항목들은 이렇습니다.

  • 유로빌리노겐(Urobilinogen)

  • 아질산염(Nitrite)

  • 비중(Specific Gravity)

  • 백혈구(Leukocyte)

이렇게 10개 중 일단 4개가 무쓸모한 검사 항목입니다. 유로빌리노겐은 사람에서는 간질환 여부를 확인하는데 스크리닝으로 사용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이 항목의 정확성이 떨여저서 아예 의미를 두지 않고 있고, 아질산염 같은 경우는 세균성 방광염 여부를 스크리닝 하는데 쓴다지만, 동물에서는 이걸 세균 감염의 증거로 보지 않습니다. 비슷하게는 백혈구(Leukocyte)도 있는데, 사람과 달리 동물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위양성이 뜨는 경우가 많아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소변의 비중 같은 경우는 사실 소변 검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만, 딥스틱을 이용한 비중은 신뢰할 수가 없어서 병원에서는 비중계(refractometer)를 이용해 검사를 하죠. 오늘동물병원에서는 동물용 진단 장비 회사인 IDEXX사의 제품으로 딥스틱을 쓰는데, IDEXX 사의 딥스틱에는 소변 비중을 확인하는 패드와 아질산염을 확인하는 패드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소변 비중은 정말 중요한 데이터 중 하나지만, 딥스틱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그러면 4개는 버린다 치더라도 나머지 6개 항목은 의미가 있으니,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의미가 있을 때가 분명 있긴 하지만, 소변 검사는 보통 스크리닝 검사이기 때문에 무언가 이상한 결과가 나오면 추가적인 상위 진단 검사나 다른 검사랑 엮어서 해석이 필요한데, 집에서 하는 소변 검사의 문제는 그게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빌리루빈 검사를 보면, 의미가 없는 검사는 아니지만, 강아지에서는 일정 부분 소량의 빌리루빈이 소변으로 나오는 게 정상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임상 증상이나 혈액 검사 상의 이상이 없는 환자에서는 빌리루빈 패드의 색이 변해도 걍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 거죠.

케톤은 어떨까요? 케톤은 당뇨 환자에서 케톤 산증 여부를 확인하고자 할 때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케톤산증이 당 관리가 되지 않는 당뇨 환자가 식욕이 없을 때 나타나는 병이라는 걸 감안하면, 소변 검사를 통해서 케톤을 확인하기 전에 일단 강아지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는걸 먼저 보게 되겠죠. 아이가 사료를 거부하는데, 병원을 가기보다 소변 검사를 집에서 하고자 하는 건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단백질은 양성이 나오면 단백뇨가 있다는 얘기니 의미를 갖습니다만, 고양이의 경우는 단백질이 위양성이 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딥스틱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이 되면 결국 정량 검사인 UPC를 해야하죠. UPC가 정상으로 확인되면 딥스틱의 단백질 패드는 그냥 무시됩니다.

포도당은 당뇨나 신장의 손상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주는 의미를 갖습니다만, 보통은 그 전에 당뇨의 임상증상(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싸고, 체중이 빠지기 시작)을 먼저 보게 되죠. 그런 증상을 보였을 때 집에서 당뇨를 확인하고 싶다면, 물론 의미를 갖습니다만, 결국엔 혈당이 높은지 검사를 해야하고, 관리를 위해서는 인슐린 처방을 받아야 하니 굳이 집에서 미리 아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pH의 경우엔 어떤 병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식이에 따라 쉽게 달라질 수 있고, 어제 검사와 오늘 검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pH이기 때문에 집에서 하는 검사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잠혈은 혈뇨를 보는 건 아닌지 확인해주니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만, 병원에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혈뇨의 경우엔 보통 딥스틱이 없어도 눈으로 봐서 알게 되곤 하죠.


“신이 소변을 황금색으로 만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변이 알려주는 건강 상의 정보는 꽤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딥스틱 검사 단독으로만 알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간혹 집에서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광 결석이 있는 환자에서 소변의 pH가 식이 관리를 통해 의도한 수준으로 잘 유지가 되고 있는지 확인을 할 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죠. (결석의 재발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요.)

하지만 그 이외의 상황에서 딥스틱만 단독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소변 검사는 환자의 임상증상과 히스토리를 토대로 다른 검사와 묶어서 볼 때, 의미를 갖습니다. 어떻게 묶어서 봐야 하고, 어떤 질환이 의심될 때, 어떤 결과를 중요하게 보느냐는 전문적인 수의학 지식이 필요한 일이죠.

심지어 2019년 JAAHA에서는 이런 집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판독하는 소변 검사 키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논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논문에서도 소변 검사 단독만으로 무언가를 알기는 힘들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까지 더해서 집에서 하는 소변 검사 키트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얘기로 결론을 내죠.

강아지 고양이의 상태에 따라 무언가 의미있는 걸 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지어 가격까지 터무니 없습니다. 아이한테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자 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장삿속이라고 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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