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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강아지 고양이 유전자 검사, 얼마나 믿을만한가요?

진료가 없는 틈을 타, 대부분의 현대인듯이 그렇듯, 아무 생각없이 인스타 타임라인을 내리던 중, 재밌는 광고를 하나 보게됐습니다. 동물병원 종사자라는 걸 인스타 알고리즘이 알고 있는 탓인지, 평소에도 동물과 관련된 광고들이 많이 뜨는 편인데, 이번에 보게된 광고는 집에서 하는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에 관한 애기였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볼 안쪽에서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 업체에 보내면 유전병이 있는지, 유전병과 관련된 인자가 있는지 알려준다는 광고였죠. 병원에 가지 않고도 검사가 가능하고, 손쉽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간은 일전에 블로그에서 얘기한 적 있는 모발 검사랑도 비슷해보였습니다.

집에서 하는 유전자 검사는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지가 좀 된 편이고, 한국에서도 새롭게 나온 검사는 아닙니다만,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 검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언급이 되지 않는듯해 관련 내용을 써볼까 합니다. 한 번 검사에 적게는 10만원 수준에서 검사 항목의 갯수를 늘리면 2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검사이니 돈을 쓸 때 쓰더라도, 아깝지 않게 쓰려면 이 검사 결과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서 업체에 의뢰하는 유전자 검사를 Direct-to-Consumer Genetic Testing Panels(DTC genetic test)이라고 얘기합니다. 미국에서는 Mars에서 인수한 Wisdom Panel이나 embark사의 패널 검사가 유명하죠. 한국에서도 강아지 고양이 유전자 검사라고 검색하면 꽤 여러업체들이 나옵니다.

이런 DTC genetic testing panel에 관해 이해하기 좋게 쓰여진 리뷰 논문이 있습니다. 2020년 VCNA(Veterinary Clinics of North America)에 올라온 Leslie A. Lyons의 논문입니다. 논문에서는 고양이에 한정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내용은 강아지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죠.

수의사들이 이런 DTC 유전자 검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품종에 상관없이 저렇게 모든 유전병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유전자 검사는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특이적인 검사입니다. 그래서 검사를 할 때는 어떤 검사냐에 따라서 품종이 굉장히 중요한데, 마인쿤에서 HCM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와 랙돌에서 HCM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는 다른 게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인 쿤의 HCM 유전자 검사를 랙돌에서는 할 수 없고, 랙돌의 HCM 검사를 마인 쿤에서는 할 수 없죠. 이건 다른 고양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마인 쿤의 HCM 유전자 검사를 코숏에서 해봤자 별 의미가 없죠. 대표적인 유전병 중에 하나인 스코티쉬 폴드 골연골이형성증(Osteochondrodysplasia)도 그렇습니다. 스코티쉬 폴드(혹은 관련된 종)이 아니면 골연골이형성증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코숏에서 골연골이형성증 유전병 검사를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죠.

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할 때는 가능하면, 품종에 특이적인 검사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수의사들이 동물병원에서 특정 유전질환에 대한 검사를 하고자 하면, 품종이 일단 맞는지를 확인하고 검사를 진행하는 게 그래서입니다. 아비시니안의 경우 혈액형 관련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가 많고, 피루브산 키나아제 결핍증, 진행성 망막 위축증 같은 유전질환이 있을 수 있으니, 그걸 하나로 묶어서 패키지 검사를 하는게 좋을테고, 페르시안 같은 경우에는 다낭성 신장병증, 진행성 망막 위축증 등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페르시안용 패키지를 만들어서 검사하는 게 좋겠죠. 하지만 지역에 따라 품종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같은 품종 내에서도 서로 유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개체들을 교배(out-crossing program)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이렇게 맞춤화된 패널 검사를 만드는 건 복잡하고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DTC 유전자 검사 회사들은 효율과 비용 절감을 위해서 모든 DNA 검사를, 모든 종류의 강아지 고양이들에게 품종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제공합니다.

이렇게 효율을 위해 패널에 포함된 유전병의 갯수를 늘리고 일괄적인 검사를 하게 되면 통계적으로 검사의 에러 가능성 또한 늘어납니다. 유전자 검사를 할 때는 어떤 변이냐에 따라서 검사 방법이 달라져야 더 정확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어른의 사정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이런 업체들은 검사 결과를 의학적인 판단을 할 때는 사용해선 안되며, 의학적인 판단은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상담하라는 얘길 써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걸 주의깊게 읽지 않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검사를 할 수 있다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런 DTC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검사를 하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짭니다.하지만 패널에 포함된 항목의 갯수가 많아질수록 검사 결과에서 에러가 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또한 고양이(random-breed cat)에서 55개 이상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변이가 발견됐지만, 이런 변이들이 상당수는 산발적(sporadic)으로 나타나는 일회성(one-off)의 DNA 변이일 가능성이 높아 다른 고양이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유전자 검사를 한다는 건 아마도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검사에 불필요하게 많은 돈을 쓰는 게 되어버릴 수 있죠.

더 최악인 것은 이런 DTC 업체들이 보통 어떤 변이를 검사하는지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변이가 하나만 관련된 유전병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유전병도 있는데, 시스틴뇨에 관여하는 변이를 모두 검사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결과값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생겨버립니다. 음성이라고 떴는데, 어떤 변이에 대한 음성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런 것들은 보호자분들뿐만 아니라 수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어떤 유전자 변이가 특정 질환을 유발하는지 외우고 살지 않습니다.)

HCM이 걱정되어서 HCM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마인 쿤과 랙돌의 HCM 변이 인자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하더라도 HCM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저 아이의 유전자에 알려진 2가지 변이 인자는 없구나까지만 알 수 있는 거죠.

VCNA 논문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유전병 검사를 해주는 DTC 업체의 일반적인 문제를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많은 수의사들이 DTC 유전자 검사를 권하지 않습니다. 결과값이 알려주는 정보가 그리 많지 않고, 검사 방법이나 어떤 변이인자를 확인하느냐에 대한 부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판독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유전병에 대한 고려를 안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특정 품종에서 나타나는 유전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 검사(여러 유전병을 검사해주는 게 아닌 하나의 검사만 진행하는 것)를 실험실에 의뢰하기도 하고,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검사하지 않고, 표현형(=실제 질병이 나타났는지)을 확인하는 검사를 하기도 하죠(이렇게 표현형을 확인하는 검사를 genetic screening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페르시안에서 PKD(다낭성신장병증)이 걱정된다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서 실제 신장에 물혹(cyst)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도 있죠. 유전자 검사라는 것이 항상 DNA를 검사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형견에서 고관절 이형성(hip dysplasia)를 확인하기 위해서 PennHIP 검사를 한다든가 하는 것도 일종의 유전병 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볍게는 킹 찰스 스파니엘이 병원에 올 때마다 청진을 해서 심장병이 나타나진 않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유전병 스크리닝 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병의 유전 소인에 대한 것들을 알고, 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 (미국의 경우 이걸 보통은 브리더들이 쓰는듯 싶지만) 병에 따라서는 예방적인 수단을 이용해 환자의 삶의 질을 올리고 수명을 늘릴 수 있습니다. 적합한 검사 방법과 품종에 대한 적절한 지식이 함께 동반되어야한다는 어려운 과제만 해결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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