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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호흡수를 측정해봅시다

수면 중 호흡수(SRR, Sleeping Respiratory Rate)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분들께는 이미 많이 알려진 개념입니다. 깊이 잠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1분에 총 몇 번이나 숨을 쉬는지 보고, 그게 30회를 넘어가면 병원에 가봐야한다… 같은 얘기들이죠. 비슷한 얘기로는 고양이가 개구호흡을 하거나 숨을 빠르게 쉬면 심장병이 의심되니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보호자분께 이렇게 호흡수를 모니터링하라는 얘기는 도대체 뭘 보려고 하는 걸까요?

엄밀한 의미에서 호흡수는 심장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호흡수로 알고자 하는 건 폐가 멀쩡한지를 확인하고자 하는거죠. 폐에 물이 차거나(=폐수종), 염증이 생기는 경우(=폐렴)에는 숨 쉬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에 강아지와 고양이의 호흡수가 빨라집니다. 호흡수가 빠르면 심장병이 있지 않은지 확인을 해봐야한다는 얘기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심장병 때문에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빨라진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호흡이 빠른 환자나 개구호흡을 지속적으로 하는 환자는 병원에 내원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검사가 (청진 후) 흉부 방사선 촬영이 됩니다.

진료를 볼 때 간혹 그런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특히 개구호흡을 하는 고양이들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혹은 병원 온다고 차를 탔을 때 등등의 이유 때문에 고양이가 흥분해서 개구호흡을 하는 경우, 이게 심장병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보호자분이 병원에 문의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수의사들이 심장병을 확인하자면서 proBNP 검사를 하거나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하곤 합니다. 하지만 개구호흡이나 호흡수가 빨라지는 게 심장병이 아니라 폐수종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 잘못된 검사를 권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오늘동물병원을 찾았던 보호자분의 경우에도 다른 병원에서 아이가 병원 내원 시 개구호흡을 해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했었고, 당시에 심장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혹시 모르니 매년 팔로우업을 하자는 얘길 듣고 1년에 한 번씩 심장초음파 검사를 했었다는 얘길 하셨었습니다. 고양이는 놀다가 흥분해서 (혹은 지쳐서) 개구호흡을 한 게 다였을 뿐인데요.

심장병 때문에 폐에 물이 차는 경우엔, 이미 심장병이 많이 진행된 케이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둔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폐에 물이 차서 개구호흡을 하거나 호흡수가 빨라진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호흡은 어려워지기만 할 뿐이죠. 그래서 일시적으로 호흡수가 빠르다고 생각이 들 때에는 1-2시간 후에 아이가 좀 더 깊은 잠에 빠진 후, 혹은 놀다가 지친 게 회복이 됐을 때 즈음에 다시 한 번 측정을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 때 호흡수가 30회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개구호흡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숨을 쉰다면, 생리적인(=정상적인) 변화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호흡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하는 환자들이 있기는 합니다. 이미 심장병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된 환자들입니다. 심장병의 분류 기준으로 ACVIM Stage B2(=무증상인데 심장병이 있고, 심장이 커진 환자들)인 경우에는 주기적인 호흡수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매일 측정하는 게 제일 좋고, 매일 측정하는 게 조금 힘들다면 2-3일에 한 번 정도는 호흡수를 측정해줘야 합니다. ACVIM Stage B2라는 얘기는 심인성 폐수종의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얘기라서, 언제 심인성 폐수종이 생겨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인성 폐수종을 확인하기 가장 민감한 방법 중 하나가 수면 중 호흡수를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날 때 멀리서 아이를 쳐다보면서 1분에 몇 번이나 숨을 쉬는지 확인해야하죠.

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호흡수를 모니터링할 때는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됩니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1번입니다(간혹 이걸 2번으로 측정하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한 번 숨을 쉬면, 흉곽이 부풀었다가 다시 줄어들죠. 타이머를 켜두고 1분에 이게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지 보면 됩니다. 보통 1분을 계속 지켜보지는 않고, 15초, 혹은 20초 정도를 측정하고 측정한 횟수에 곱하기 4 혹은 3을 해서 1분당 호흡수가 몇 번이나 되는지 확인합니다.

이런 걸 도와주는 앱도 있습니다. 아이폰을 쓰는 경우라면 앱스토어에서 MedtimerMy Pet’s Heart2Heart, Cardalis 같은 앱을 이용해서 측정을 할 수도 있고,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경우라면, CardalisMy Pet´s Heart2Heart 같은 앱을 이용할 수 있죠. 타이머가 이미 정해져 있고,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화면을 탭하기만 하면 되니까 타이머에 정신이 팔리지 않고, 환자만 쳐다보면서 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Medtimer는 앱이 깔끔하지만, 사람용이라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쓰기 좋고, Cardalis는 동물용이지만 영어의 압박과 앱이 안 이쁘더군요. 일반 보호자분들이 쓰기엔 My Pet’s Heart2Heart가 제일 괜찮아보였습니다.)


이렇게 ACVIM Stage B2의 환자에서 면밀하게 호흡수를 모니터링하다보면, 어느 순간 지속적으로 호흡수가 30회 근방 혹은 30회를 넘어서서 측정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 때 때맞춰 병원을 가면 방사선 촬영을 통해 심인성 폐수종이 맞는지 확인하고, 심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입원 치료 없이 이뇨제만 추가해서 통원 관리가 가능합니다. 보통 폐수종 때문에 입원을 하는 건, 이런 조기 발견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원 치료까지 해야된다는 얘기는 폐에 물에 많이 찼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예후가 안 좋을 가능성이 높아, 수의사들도 평상시 보호자분께 호흡수를 자주 보셔야 한다고 얘길 하는 거죠.

굳이 호흡수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호흡수를 매일 측정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호흡수 측정이 필요한데, 아이가 별 문제 없이 오랜기간 유지되니까 알면서도 호흡수를 체크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으십니다.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불필요한 케이스에서는 호흡수 체크를 생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앱 같은 툴을 이용해서 제대로 아이를 살펴주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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