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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고양이에서 심장병 검사(proBNP) 하기?

수의사들은 고양이의 심장병을 정말 무서워합니다. 강아지처럼 청진만으로 심장병이 있는지 없는지 진단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무증상의 심장병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다른 병 때문에 수액을 줬다거나, 심장병이 있는지 아닌지 명확하게 모른채로 마취를 했는데, 아이가 마취 중 사망하거나, 혹은 마취에서 깨고나서 흉수가 찬다거나 하는 경우들은 동물병원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occult HCM이라고, 무증상이지만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상태의 고양이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occult HCM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지만, 심장초음파 검사는 비용이 많이 나오는 고가의 검사고, 그렇다보니 병원에 오는 모든 고양이들에게 심장 초음파를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의사들이 좋아하는 검사 중 하나가 proBNP 검사입니다. proBNP 검사도 저렴한 검사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채혈만 되면 쉽게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꽤 많은 병원들이 proBNP 검사를 고양이 심장병의 스크리닝 검사로 활용합니다. 건강 검진에서 proBNP를 보는 경우도 있고, 마취가 예정된 환자에서 proBNP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전에 한 번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오늘동물병원은 proBNP 검사를 스크리닝 검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proBNP라는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 유병률, 양성 예측률과 음성 예측률 같은 어려운 내용들이 언급되는 글이었는데, 이번에 JVIM(Joru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미국수의내과학저널)에서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올라와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논문은 일반적인 1차 동물병원(General practice)에서 임상증상이 없는 건강함 고양이를 대상으로 proBNP 검사를 했을 때, 그게 얼마나 가치가 있었나늘 확인한 논문입니다. 검사의 민감도(질병이 있는 경우에 양성이 뜨는 비율)는 43%로 낮은 편이었고, 특이도(질병이 없는 경우에 음성이 뜨는 비율)은 96%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스크리닝 검사로 활용하는 검사들이 보통은 민감도가 높은 검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proBNP 검사는 건강검진 같은 스크리닝 검사에서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검사라는 얘기입니다.

바꿔 말해서, proBNP 검사에서 양성이 뜬다면 실제 심장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음성이 뜬다 하더라도 심장병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검사는 심장병이 강력하게 의심될 때 진단을 위해 사용하기는 좋지만, 무작위의 환자군에서 심장병이 있는 환자를 캐치하기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은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심잡음이 있는 환자에서만 검사를 했을 때의 통계도 내봅니다. 이 경우 민감도는 71%까지 올라갑니다. 여전히 민감도가 아주 높은 검사라고 하긴 어렵지만, 심잡음이 있는 고양이들은 일단 심잡음의 원인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엔 그래도 검사를 권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 검진을 하러 온 고양이에서 수의사가 심잡음을 들었다면, 그 때는 proBNP 검사를 보호자분께 권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죠. 물론 이 경우에도 보호자분이 비용적인 부분을 감수하시고, 고양이가 심초를 볼 때 너무 흥분하지만 않는다면, proBNP보다는 심장초음파 검사가 더 추천됩니다. proBNP는 심장병이 있냐 없냐만 알려주지만, 심장초음파는 심잡음이 어디서 나는 것인지, 심장병이 있다면 정확히 어떤 심장병인지 진단까지 내려주니까요.

이번 논문이 재밌는 건, 이전의 비슷한 논문들이 대학병원 같은 teaching hospital에 이미 심장병이 의심되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일반 동네 병원에 내원한 건강한 고양이들을 토대로 통계가 나왔다는 부분입니다.

예전의 논문에서는 민감도 84%/특이도 83%, 혹은 민감도 65%/특이도 100%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민감도가 43% 밖에 안 나온 셈이니, 적어도 딱히 심장병을 의심할만한 일이 없는 환자군에서 proBNP 검사의 가치는 (이 논문만 토대로 본다면) 더 떨어진 셈입니다.

고양이 진료를 보다 보면, 최근에는 보호자분들도 occult HCM에 대한 걱정이 크셔서, 마음의 평안(?)을 위해 딱히 심장병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는데도 proBNP 검사를 하고자 하시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그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고, 정말 마음의 평안(?)을 이룰 수 없다면 이 검사를 스크리닝으로 꼭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이 논문은 그런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내용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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