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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약? 제네릭? 나쁜 건가요?

블로그에 쓸 소재가 떨어져가던 중에 네이버 블로그 안부글에 재밌는 질문이 들어와서, 답변을 해볼까 합니다. (블로그를 보시는 분 중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이든 안부글이든 질문을 남겨주세요. 개별 환자에 관한 진료 상담은 블로그로 하지 않지만, 보편적인 질문이라면 가능한 선에서 대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질문은 이렇습니다. “개나 고양이나 심장병에 피모벤단을 쓰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카피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 저는 카피약이 사람약은 기준이 워낙 엄격하니 믿을 수 있으나 동물약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같은 경우는 아예 카피약을 쓰지 않는다고 심장내과 수의사분이 말씀하신 것도 들었습니다.”

피모벤단만의 얘기는 아닐 것 같고,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동물용 제네릭(=카피약) 약품에 대한 질문인듯 싶네요. 사실 조금 애매한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에 대한 객관적인 얘기와 개인적인 생각을 모두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질문주셨던 피모벤단을 예시로 들어보죠.

피모벤단의 오리지널 약품(brand name drug이라고 합니다)은 베링거 인겔하임사의 베트메딘이라는 약입니다. 피모벤단은 약의 성분명이고, 베트메딘은 약의 상품명이죠. 이런 오리지널 약품은 아무래도 효과가 검증되어 있고, 믿을만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오리지널 약품의 제조사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제약회사에서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만들게 되는데, 이런걸 제네릭 약품(generic drug)이라고 합니다. 약의 효과와 안전성 등이 오리지널 약품과 동일하다는 검증을 정부 기관에서 받고, 유통이 되죠. 제네릭 약은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약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료비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제네릭 약은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에서도 동일한 성분의 약이 다양한 제조회사에서 출시되는데, 이런 것들이 대부분 제네릭이죠. 예를 들어 사람에서 발기부전(동물에서는 폐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는 실데나필의 오리지널 약품은 화이자사의 비아그라인데, 특허가 만료된 이후 수많은 제네릭이 나왔습니다. 팔팔 정, 누비그라, 발그리아 같은 약들은 실데나필의 제네릭이죠.

동물도 똑같습니다. 피모벤단의 오리지널 약은 베링거 인겔하임의 베트메딘이지만, 제네릭으로 데크라에서 나오는 카디슈어, 녹십자에서 나오는 피모메딘, 제이에스케이에서 유통하는 아시메딘 같은 약들도 있습니다. 제네릭들은 (소비자에게는 그게 제네릭의 존재 이유지만) 늘 그렇듯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죠.

원칙적으로 제네릭으로 국내에서 약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동물약의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품목허가를 받습니다. 동물용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유통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토를 한 후, 허가를 냅니다. 이렇게 허가를 받은 제품들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용의약품관리시스템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죠. 이 과정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제네릭을 믿고 쓸 수 있느냐 아니냐라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수입약품의 경우 제조사와 유통사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실험을 적절하게 하고, 서류를 착실하게 작성해서 검역본부에 제출해야 하고, 검역본부가 그런 부분을 착실하게 검증했을 거라고 믿어야하죠. 이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면 제네릭을 안심하고 쓸 수는 없습니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카피약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미국에서 임상을 하지 않아 아주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미국은 이런 얘길 좀 더 복잡하게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컴파운딩 파마시(compounding pharmacy)라는 곳의 존재입니다. 컴파운딩 파마시는 환자의 필요에 맞춰서 맞춤형 의약품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같은 경우 3kg의 말티즈에게 피모벤단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체중과 처방 용량, 처방일수를 고려해서 필요한 약의 양을 병원에서 계산해 조제해 약이 나갑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를 컴파운딩 파마시에 의뢰할 수 있는데, 필요한 용량과 제형을 요청하면 컴파운딩 파마시에서 환자 사이즈에 맞는 약을 만들어주는 거죠. (이걸 좀 더 발전시켜서, 미국의 경우는 유통되지 않는 약을 만들어서 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강아지 안구건조증에 사용하는 0.2%의 사이클로스포린 안연고(옵티뮨) 대신 컴파운딩 파마시에 의뢰해서 약물의 농도를 더 올린 안연고를 만들어 쓰는거죠.)

컴파운딩 파마시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는 미국쪽 수의학 자료를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보게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쿠싱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는 트릴로스탄이라는 약의 오리지널은 데크라에서 나오는 베토릴이라는 제품입니다만, 쿠싱약 자체가 용량 조절이 환자마다 다르다보니 컴파운딩 파마시에서 만드는 트릴로스탄을 환자에게 처방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12년 JAAHA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이런 컴파운딩 파마시에서 만든 트릴로스탄이 실제 오리지널 약품에 비해 유효성이 떨어져서 환자의 쿠싱 관리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죠.

피모벤단도 컴파운딩 파마시에서 만드는 약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동물약 온라인 구매 사이트인 Chewy를 보면, 피모벤단의 컴파운딩 파마시 제품이 판매되는 걸 볼 수 있죠.

신뢰할 수 있는 컴파운딩 파마시가 있는가하면, 아닌 곳도 있습니다. 어떤 곳이 신뢰할만한 곳인지는 발품을 팔아야하는데, 모든 개별약에 대해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면 골치아픈 게 싫은 경우 선택은 간단합니다. 그냥 신뢰할 수 있는 오리지널약을 쓰면 되는거죠. 이건 제네릭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미국에서 오리지널약을 선호하는 경우에는 이런 사항까지도 얘기가 됩니다.


이쯤에서 구분선을 쓴 이유는 여기서부터는 그냥 정말 개인적인 생각을 적기 위함입니다. (위에 언급된 얘기들이 객관적인 얘기라면, 여기서부터는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 수의사에 따라 충분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컴파운딩 파마시가 없는 한국에서의 선택은 매우 심플합니다. 오리지널 약을 쓰거나, 제네릭을 쓰는 거죠. 동물병원은 이게 조금 더 복잡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마땅한 동물약이 없는 경우, 사람약을 환자에 맞게 조제해서 처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사람약은 제네릭을 쓰는 것에 별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사람약의 제네릭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아니라 식약처에서 관리를 하고 있고, 사람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동물에서 문제가 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더 심각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더 철저한 검수가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앞서 언급했던 실데나필의 경우, 오리지널인 비아그라를 처방하면, 환자의 약값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높아집니다. 제네릭을 처방한다면 (여전히 고가약물에 속하지만)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그래서 이런 경우는 비아그라를 쓰지 않고, 사람용 의약품 중에 제네릭을 선택해서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입니다. 똑같은 성분이라면 보통 동물약보다 사람약이 좀 더 저렴하다는 것도 사람약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텔미사탄의 경우, 동물용 세민트라가 있지만, 동일 성분의 사람약을 쓰면 환자의 약값을 좀 더 줄여줄 수 있습니다. (약값보다 다른 걸 더 고려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인 메티마졸은 사람용 메티마졸과 동물용의약품인 데크라의 펠리마졸이 동일한 약이지만, 약값이 비싼 걸 감수하고 펠리마졸을 씁니다. 펠리마졸은 코팅이 되어 있어서, 사람약에 비해 고양이에게 투약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동물약은 가급적이면 오리지널 제품을 사용합니다. 피모벤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데크라의 카디슈어는 미국을 제외한 서구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이고, 데크라 자체가 명성이 있는 회사다보니 처방에 그리 큰 거부감이 없지만, 인도의 제약회사에서 만들어서 국내에 유통되는 약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그냥 개인적인 성향일뿐, 제네릭 동물약을 처방하는 수의사분들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도는 세계의 약품 공장이라고 하죠. 그 정도로 제네릭 약의 상당수가 인도에서 만들어집니다.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이슈인 것 같지만, 2013년 미국에서 인도의 Ranbaxy라는 제약회사가 부적절하게 약을 제조, 보관하고, 검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Ranbaxy라는 회사가 상당히 큰 회사였음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죠. 2019년에도 비슷한 얘기는 또 언급됩니다. 2019년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을 보면, Katherine Eban이라는 탐사 저널리스트가 인도의 제네릭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 실제 인터뷰와 본인이 취재한 내용들을 토대로 신뢰가 쉽지 않다는 얘길 하죠(이 탐사 저널리스트는 같은 주제로 TED에서도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얘기는 2021년에도 언급됩니다. 실제 기자가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27개월 동안 조사한 38개의 제약회사 중에 29개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얘기도 있죠.

이런 뉴스들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인도산 제네릭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 약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허가 과정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제출된 자료들이 인도 제약회사의 자료라면, 그 자료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 때문입니다. 하찮게 보자면, 과거 중국산 공산품들의 품질을 평가절하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수의사 개인이 직접 제약회사를 탐방하고 검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인도의 시스템과 한국의 시스템을 믿어야 하는데, 한국의 시스템을 믿는다 하더라도 인도의 시스템을 100% 신뢰하기가 어려운 셈입니다. (인도의 시스템을 믿고 서류만 받아서 확인하던 FDA는 인도 제약회사에게 뒷통수를 세게 맞았던 전적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적용한 걸 임상에서 예시로 들면 이렇습니다. 강아지 고양이의 피부사상균(곰팡이 감염 피부병)을 치료할 때 쓰는 이트라코나졸은 동물병원에서 굉장히 흔하게 처방하는 약입니다. 오리지널약은 얀센에서 나오는 스포라녹스라는 약이지만, 사람용 제네릭으로 나오는 다른 약들이 있죠. 동물약으로 유통되는 인도산 제네릭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스포라녹스를 처방하기에는 약값이 너무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사람용 제네릭을 대신해서 쓰지만, 동물용 제네릭은 가능하면 처방하지 않는 겁니다. (오늘동물병원에서 이렇게 합니다. 또 얘기하지만,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성향에 가깝습니다. 사람에서도 제네릭보다는 오리지널약을 선호하는 의사가 있는 것처럼 수의사도 개인의 까칠함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어느 수준까지 하냐에 따라 이런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게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장약으로도, 신부전 환자의 단백뇨약으로도 많이 처방하는 베나제프릴 같은 약은 사람약이 단종되면서 국내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동물약으로 처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리지널 약은 엘랑코의 포르테코라는 약이지만, 인도에서 만들어진 베나실이라는 제네릭도 유통이 되죠. 이럴 때 오늘동물병원은 사람용 제네릭이라는 옵션이 없기 때문에 오리지널과 인도산 제네릭의 약값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는 걸 알면서도 포르테코를 사용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아이가 피모벤단을 처방받았는데, 베트메딘 대신 제네릭을 처방받은 게 문제가 될까요? 적어도 현재의 안정성과 유효성 평가 검증 과정을 통과한 약을 처방받았다는 얘기고, 엄밀한 의미에서 문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얘기했던것처럼 개인적인 찝찝함은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찝찝함을 차치하면, 적어도 오리지널약에 비해 약값은 덜 들었을 겁니다. 그게 제네릭을 처방하는 이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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