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구분선을 쓴 이유는 여기서부터는 그냥 정말 개인적인 생각을 적기 위함입니다. (위에 언급된 얘기들이 객관적인 얘기라면, 여기서부터는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 수의사에 따라 충분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컴파운딩 파마시가 없는 한국에서의 선택은 매우 심플합니다. 오리지널 약을 쓰거나, 제네릭을 쓰는 거죠. 동물병원은 이게 조금 더 복잡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마땅한 동물약이 없는 경우, 사람약을 환자에 맞게 조제해서 처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사람약은 제네릭을 쓰는 것에 별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사람약의 제네릭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아니라 식약처에서 관리를 하고 있고, 사람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동물에서 문제가 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더 심각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더 철저한 검수가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앞서 언급했던 실데나필의 경우, 오리지널인 비아그라를 처방하면, 환자의 약값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높아집니다. 제네릭을 처방한다면 (여전히 고가약물에 속하지만)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그래서 이런 경우는 비아그라를 쓰지 않고, 사람용 의약품 중에 제네릭을 선택해서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입니다. 똑같은 성분이라면 보통 동물약보다 사람약이 좀 더 저렴하다는 것도 사람약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텔미사탄의 경우, 동물용 세민트라가 있지만, 동일 성분의 사람약을 쓰면 환자의 약값을 좀 더 줄여줄 수 있습니다. (약값보다 다른 걸 더 고려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제인 메티마졸은 사람용 메티마졸과 동물용의약품인 데크라의 펠리마졸이 동일한 약이지만, 약값이 비싼 걸 감수하고 펠리마졸을 씁니다. 펠리마졸은 코팅이 되어 있어서, 사람약에 비해 고양이에게 투약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동물약은 가급적이면 오리지널 제품을 사용합니다. 피모벤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데크라의 카디슈어는 미국을 제외한 서구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이고, 데크라 자체가 명성이 있는 회사다보니 처방에 그리 큰 거부감이 없지만, 인도의 제약회사에서 만들어서 국내에 유통되는 약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그냥 개인적인 성향일뿐, 제네릭 동물약을 처방하는 수의사분들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도는 세계의 약품 공장이라고 하죠. 그 정도로 제네릭 약의 상당수가 인도에서 만들어집니다.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이슈인 것 같지만, 2013년 미국에서 인도의 Ranbaxy라는 제약회사가 부적절하게 약을 제조, 보관하고, 검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Ranbaxy라는 회사가 상당히 큰 회사였음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죠. 2019년에도 비슷한 얘기는 또 언급됩니다. 2019년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을 보면, Katherine Eban이라는 탐사 저널리스트가 인도의 제네릭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 실제 인터뷰와 본인이 취재한 내용들을 토대로 신뢰가 쉽지 않다는 얘길 하죠(이 탐사 저널리스트는 같은 주제로 TED에서도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얘기는 2021년에도 언급됩니다. 실제 기자가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27개월 동안 조사한 38개의 제약회사 중에 29개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얘기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