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는 발병한 고양이의 95% 이상이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사망하는 아주 무서운 병입니다. 그동안 치료약이 마땅하지 않은 불치병이었기 때문에, 보호자님과 수의사를 모두 힘들게 하는 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GS-441524라는 신약이 임상 시험을 시작하면서,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들을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직 정식으로 허가가 난 약도 아니고, 국내에서 약을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지만, 속수무책으로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시기보다는 약을 구해서 치료를 시도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식으로 허가된 약이 아니라서인지 약 이름이 다소 어려운 GS-441524는 렘데시비르라는 사람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의 전구체 같은 약입니다. 렘데시비르의 개발명이 GS-5734였으니 이름만 들어도 어쩐지 같은 계통에 속하는 약이겠구나 싶으실 겁니다. 고양이에서는 렘데시비르를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화학적으로 덜 복잡한 GS-441524를 실험적으로 FIP에 감염된 고양이에서 사용해보기로 결정합니다. 실험실 연구에서 GS-441524가 인위적으로 감염된 FIP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FIP에 자연감염된 고양이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보기로 합니다.
JFMS의 논문에서는 GS-441524를 2mg/kg의 용량으로 사용했을 경우, 신경 증상(발작이나 보행실조)을 나타내는 FIP는 반응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JVIM의 케이스 리포트에서는 용량을 5mg/kg으로 사용해서, 조금 더 오래 치료했더니 신경증상을 보이는 FIP에서도 치료가 되는 케이스가 있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물론 비싼 약을 더 많이, 더 오래 사용하는 거니 안 그래도 비용이 많이 나오는 FIP의 치료가 더 비싸지는 것이긴 합니다만, 신경성 FIP의 치료도 답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거죠.
불치병이라고 생각됐던 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얘길 듣는 건 대단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보호자님만큼이나 수의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됐을 때 무력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물론 아직은 임상 시험 수준이라 약을 구하기도 어렵고, 치료 비용도 비싸서 보호자님들을 힘들게 하곤 합니다. 방법이 전혀 없지 않다는 걸 알게 되니까, 치료를 하지 못했을 땐, 오히려 더 아이한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새로운 내용들이 알려지고, 병이 정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FIP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키우고 있으신 보호자님께서는 오늘동물병원(02-469-7975)에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다른 병원에서 검사하신 기록을 가지고 상담만 받아보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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