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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심근병증에 관한 가이드라인

수의사들도 당연히 공부를 합니다. 수의학은 늘 끊임없이 변하는 학문이고, 작년에는 괜찮았던 것이 올해는 괜찮지 않은 것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의사들은 늘 환자에게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공부를 해야만 합니다. 수의사들이 최신 경향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참고하는 것 중에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의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ACVIM은 중요 내과 질환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진단을 하고, 어떤 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권장되는지에 관해 전문가들을 모아서 토론하고, 그에 관한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을 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할 것은 고양이의 심근병증에 대한 ACVIM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입니다.

고양이의 심근병증은 가장 흔한 것이 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 비대성 심근병증)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도 주로 HCM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RCM(Restrictive Cardiomyopathy), DCM(Dilated Cardiomyopathy), ARVC(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 UCM(Unclassified Cardiomyopathy,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Cardiomyopathy – nonspecific phenotype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에 대한 얘기들도 있습니다. 고양이 심근병증은 어떤 약을 쓰고, 어떤 약을 쓰지 않는가에 대한 의견이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많이 달랐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런 부분을 나름 꽤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진단과 치료에 대한 얘기들이 다양하게 있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약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비대성 심근병증(HCM)은 전체 고양이의 대략 15%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Hypertrophic cardiomyopathy has an estimated prevalence of approximately 15% in the generalcat population.

2020 ACVIM consensus statement guidelines for the classifica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of cardiomyopathies in cats

HCM은 전체 고양이의 대략 15%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 심장병입니다. 품종에 상관없이 많이 발생하지만, 메인 쿤이나 랙돌, 브리티쉬 숏헤어, 페르시안, 벵갈, 스핑크스, 노르웨이 숲 고양이에서 호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roBNP 같은 바이오마커를 이용해서 심근병증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합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심근벽의 두께가 6mm를 넘어가고 심장의 이완능이 떨어진 것이 확인되면 HCM이라고 진단하게 됩니다. HCM이 진단되면 좌심방의 크기변화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심부전과 관련된 임상증상이 있는지에 따라 ACVIM 의 기준을 참고해 스테이지를 구분하게 됩니다.

ACVIM Stage A심장병은 없지만 고위험군. 메인 쿤이나 랙돌이라면 심장병이 없어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ACVIM Stage B1심장병이 있지만, 임상증상은 없고, 아직 심장의 크기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은 단계
ACVIM Stage B2심장병이 있고, 임상증상은 없지만, 심장의 크기 변화가 두드러지는 단계
ACVIM Stage C심장병이 있고, 울혈성 심부전이나 동맥혈전색전증이 발생한 단계.
ACVIM Stage D이뇨제를 비롯한 심장약을 이미 충분히 투약중인데, 계속 임상 증상이 재발하는 단계.

보통 약을 먹기 시작하는 단계는 Stage B2부터입니다. 이 시기부터는 심장약의 투약이 추천됩니다만, 수의사에 따라서 쓰는 약이 달랐습니다. 수의사의 스타일에 따라 이론적인 기반을 더 중시하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임상 효과를 더 중시하는지에 따라 쓰는 약이 달라졌습니다. 보통 논란이 되는 약은 크게 3가지입니다. 하나는 아테놀롤, 다른 하나는 딜티아젬,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릴로 끝나는 약들(에날라프릴, 베나제프릴, 라미프릴)입니다.

​딜티아젬의 경우 이번 ACVIM 가이드라인에서도 논의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딜티아젬이 HCM에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최근 딜티아젬을 HCM 심장약으로 쓰는 심장전문의는 많지 않습니다. 약 30년 전쯤 딜티아젬이 HCM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있었고, 그 이후로 수많은 심장전문의들이 딜티아젬을 썼지만, 이제는 더이상 쓰지 않는 약에 가깝습니다. 사실상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ACVIM 가이드라인에서는 딜티아젬에 대한 얘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아테놀롤의 경우는 아직 쓰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HCM으로 고생중인 아이를 키우시는 보호자님들께는 약 이름이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CVIM 가이드라인은 아테놀롤의 사용을 적극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테놀롤을 HCM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Dynamic LVOTO(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Obstruction, 좌심실유출로폐색)을 완화시키기 위함인데,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DLVOTO가 이환률이나 사망률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아테놀롤을 먹이면 DLVOTO가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아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마지막으로 -프릴로 끝나는 약들(ACE Inhibitor라고 합니다)은 많은 수의사들이 심장병에서 루틴하게 쓰는 약이나, ACVIM은 널리 쓰인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ACE Inhibitor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ACVIM의 레퍼런스로 삼은 논문들은 ACE Inhibitor가 B2 단계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고, C 단계에서도 ACE Inhibitor가 이뇨제에 반응하지 않는 시기를 늦춰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뿐, 무조건 가이드라인대로 치료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장 진료를 보는 수의사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서 환자에게 필요하다 싶은 약들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약을 먹고 있고, 그 약을 왜 먹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호자님들도 아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오늘동물병원(02-469-7975)에서는 고양이 심장병에 대해서 궁금하신 부분에 관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기존 진료 기록을 가지고 오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만 받고 가셔도 괜찮으니, 편한 마음으로 연락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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