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충청도 사람이라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인드를 늘 장착하고 살아갑니다만, 유사 제품으로 “좋아 보이는 게, 좋은 거지.”는 늘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의사 입장에서 이런 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줄기 세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일전에 수의학에서 줄기 세포를 적용해봄직한 질환이 뭐가 있는지에 대해서 써 본 적도 있었죠. 줄기세포라는 단어가 갖는 마케팅 파워는 대단해서, 이런 글이 있든 없든, 내 아이가 아프면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라니까” 한 번 해볼까의 마인드로 줄기세포 치료를 하는 경우들을 부지기수로 봅니다만, 최근에는 줄기세포에서 그치지 않고, 자매품으로 엑소좀이라는 것도 많이 하는듯 싶더군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엑소좀이 뭔지, 정말 “좋은 게 좋은 건지” 알아볼까 합니다. (이름이 어쩐지 멋진데) 엑소좀이 뭔지, 이게 수의학에서는(혹은 의학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에 대한 얘길 해보자는 거죠.
엑소좀(Exosome)에 대해서 생물학적인 복잡한 얘기를 하자면, 몹시 어려우니, 조금 간단하게 개념만 이해를 해보죠. 엑소좀은 일종의 운반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처음 엑소좀이 발견됐을 때는 세포 내의 불필요한 단백질들을 세포 밖로 운반하는 Garbage man(쓰레기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이라고 생각됐습니다만, 최근에는 엑소좀이 세포 내에서 여러가지 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돕는 Fedex man(택배 기사)라고 봅니다. 이 택배 기사가 뭘 들고 있는지는 아주 정확하게 잘 알고 있진 못하지만(보통 단백질과 RNA), 이 택배 덕분에 여러가지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거죠.
통상 이 엑소좀을 분리해내기 위해서 중간엽 유래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를 사용하곤 하는데, 그래서 줄기세포를 얘기할 때 이 엑소좀이 같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엑소좀 치료라고 하는 건, 이 택배 기사가 정확히 택배 상자 안에 뭘 들고 있는지, 그 안에 있는 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으니, 외부에서 이 택배 기사를 주사해주자…라는 개념인거죠.
실제로 엑소좀을 임상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은 단순히 엑소좀을 이용한 치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엑소좀은 진단 영역에서도 꽤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암이나 어떤 질환에서의 바이오마커로 활용하는 부분입니다. 이 택배기사는 어느 물류 센터에서 나왔느냐에 따라서 들고 있는 택배가 다를 수 있는데, 이 택배를 털어서 이게 어느 물류 센터 출신인지를 뒤져보는 식으로 진단 검사에 활용하는 거죠. 엑소좀이 만약 암세포에서 나온 택배를 들고 있다면, “잡았다 요놈”의 식으로 진단 검사에서 활용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걸 조금 있어보이게 얘기하면 liquid biopsy라고 하는데, 실제 이 검사들이 exosome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리퀴드 바이옵시에는 대표적인 것들로 Antech의 OncoK9이나 IDEXX의 NuQ 같은 검사가 있습니다.)
혹은 엑소좀이 들고 있는 택배 대신 택배 안에 원하는 약을 숨겨서 들고 가게 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원하는 세포에 약물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셈이죠. 약간 약을 들고 있는 트로이 목마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런 건 조금 고급진 (앞으로 더욱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고, 실제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 하는 엑소좀 치료라고 하는 것은 애초의 자기 택배를 가지고 있는 엑소좀을 환자에게 주사해주는 방식입니다. 얘들이 뭘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줄기 세포가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좋은 걸 들고 있대…라는 개념에 가까운 거죠.
물론 의학이든 수의학이든 정확한 작용 방식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해보니 좋더라”는 경험칙 아래 행해지는 치료들이 있습니다. 엑소좀도 폭넓게 이해하고자 하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죠. 하지만 엑소좀을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는 건 아직까지는 상당히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2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정말 해보니 좋았니?”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해보고 안 좋았던 적은 없었니?”라는 부작용에 대한 문제 때문입니다.
동물에서 엑소좀을 주사하는 치료를 하는 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워 쉽게 실행해볼 수 있다는 점을 떠나서, 사람 미용과에서의 적용을 외삽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럼 정말 외삽을 할만한지, 외삽의 근거부터 찾아보는 게 순서겠죠.